물가가 오르면 누구는 웃는다

숫자 뒤의 구조를 읽는 법

by 사이의 시선

최근 '원두값이 올라 저가커피 가격도 올랐다', '지하철 요금도 오른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물가가 체감될 만큼 상승한 요즘이다. 물가만큼 월급은 오르지 않아 소득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똑같던 일상도 달라졌다. 같은 상품을 사면서도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체감 수준을 넘어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는 만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장 없는 인플레이션이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물가가 상승해도 지금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 누군가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다.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자영업자들은 원자재값에 시달리지만, 조용히 웃는 쪽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는 유통 플랫폼이다. 이들은 재고를 쥐고 있지 않으면서도 판매가가 오르면 중개 수수료가 함께 오른다. 리스크는 판매자가 지고, 이익은 플랫폼이 챙긴다. 자산 보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임대료도 오르고, 자산의 시장가치 또한 높아진다. 현금흐름은 안정적이고, 위험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대형 제조사는 원가 인상을 ‘가격 조정’이라는 말로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매출은 줄어도 수익은 유지된다. 정부 역시 물가 상승기엔 조용히 수혜자다. 세금은 금액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명목 수치가 오르면 세수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반면 피해는 가장 아래에서 시작된다. 월급 노동자는 실질임금이 줄어든다. 명목 임금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늘어난다. 임차인은 집값이 아니더라도 전세·월세 인상이라는 형태로 인플레이션을 겪는다. 가계는 고정비 지출에 갇히고, 이사비용조차 부담스럽다. 소상공인은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내릴 여지도 없다. 청년 세대는 더 멀어진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진입이 막히고, 부동산은 더 높은 장벽이 된다. 자산을 쌓기 위한 첫걸음이 멀어진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모두가 같이 고통받는 상황이 아니다. 누군가는 가격 전가 권력을 갖고 있고, 누군가는 자산 소유를 통해 이득을 취한다. 다른 누군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모든 변화를 피해로만 맞이한다. 다음번에 뉴스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랐다”는 기사를 보면, 이 질문부터 던져보자. “지금, 이 구조 안에서 조용히 돈을 벌고 있는 쪽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