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여정
나는 강원도에 중소 도시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대도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언제나 활기찬 도시, 그 안에서 즐겁고 신나게 사는 도시의 젊은이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New York, New York’의 가사 ‘I want to be a part of it - New York, New York’처럼 나도 그 도시의 일원이 되고싶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렇게 서울에 처음 발을 내딛은 2012년의 겨울, 나의 첫 보금자리는 홍대 근처의 고시원이었다. 보증금 없이 바로 입주할 수 있었다. 고시원은 기본적으로 공동 생활을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공간은 필요했기에 개인 화장실이 딸린 2평 남짓의 작은 방에서 월 45만원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일자리가 많고 다양하다. 그만큼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다. 또 편리한 교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문화생활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을 뒤엎어버리는 단점 하나가 있었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는 ‘좋은 집’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예산에 맞춰 좁고 습한 집에서 살면 사람 자체가 어두워진다. 매사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들은 나의 일과 인간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어느샌가 난 여유가 없는 팍팍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는 어떤 환경에 있으면 행복해질까?
집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단지 내가 너무 게을렀을 뿐).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는 어떤 환경에서 지내면 행복함을 느낄지를 생각해보았다. 두번의 발리 여행, 그리고 예비 신랑이 될 사람이 살고있는 평촌에 드나드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환경에서 살아야 행복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10년 동안 지내며 쌓아온 부정적인 모습을 끊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경기도로 이사와보니 좋은 점
지금 살고있는 곳은 1기 신도시 평촌이다. 이런 계획도시의 특징: 구획을 나눠 편의시설을 딱딱 배치해 사람이 살기좋게 만들어졌다는 점. 자로 재 만든 듯한 넓은 도로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건물들, 그 사이에 초록색이 가득한 넓은 공원이 있다. 여기도 구 단위가 있는, 규모가 있는 도시였기에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은 다 있었다. 생활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숨통이 트였다. 어쩌면 계획적이고 통제적인 걸 좋아하는 내 성격에 더할 나위없이 맞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서울살때보다 넓은 집에 거주 중이다. 같은 가격으로 서울에 집을 구했으면 8평 정도의 원룸에 살았을 터. 그런데 과연 난 서울의 풍부한 인프라를 ‘포기하고’ 온 것인가? 수많은 맛집과 문화생활이 집 근처(혹은 30분 이내)에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근처에 있는다고 해서 구태여 외출해 가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럴거면 내가 지금 살고있는 곳에서 만족하며 소소한 일상을 사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조용하고 깊은 몰입을 위해, 모든 것이 ‘적당한’ 곳으로
평촌에서 거주한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이번에는 강원도 원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원주 내에서도 새로 지어진 주거지구인 기업도시는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자연 속에 있고, 적당히 있을 건 다 있는, 모든 것이 적당한 곳이다. 평촌에서의 삶도 만족스럽지만, 조금 더 나아가 넓고 쾌적한 집에서 지내고자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원주에서의 2년이 내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