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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Jun 01. 2023

서울생활 10년차,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오기까지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여정

나는 강원도에 중소 도시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대도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언제나 활기찬 도시, 그 안에서 즐겁고 신나게 사는 도시의 젊은이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New York, New York’의 가사 ‘I want to be a part of it - New York, New York’처럼 나도 그 도시의 일원이 되고싶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렇게 서울에 처음 발을 내딛은 2012년의 겨울, 나의 첫 보금자리는 홍대 근처의 고시원이었다. 보증금 없이 바로 입주할 수 있었다. 고시원은 기본적으로 공동 생활을 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공간은 필요했기에 개인 화장실이 딸린 2평 남짓의 작은 방에서 월 45만원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일자리가 많고 다양하다. 그만큼 내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다. 또 편리한 교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문화생활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을 뒤엎어버리는 단점 하나가 있었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는 ‘좋은 집’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예산에 맞춰 좁고 습한 집에서 살면 사람 자체가 어두워진다. 매사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들은 나의 일과 인간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어느샌가 난 여유가 없는 팍팍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는 어떤 환경에 있으면 행복해질까?

집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단지 내가 너무 게을렀을 뿐).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는 어떤 환경에서 지내면 행복함을 느낄지를 생각해보았다. 두번의 발리 여행, 그리고 예비 신랑이 될 사람이 살고있는 평촌에 드나드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환경에서 살아야 행복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10년 동안 지내며 쌓아온 부정적인 모습을 끊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서쪽을 보고있는 이 집은 해질 무렵에 가장 아름답다.


경기도로 이사와보니 좋은 점

지금 살고있는 곳은 1기 신도시 평촌이다. 이런 계획도시의 특징: 구획을 나눠 편의시설을 딱딱 배치해 사람이 살기좋게 만들어졌다는 점. 자로 재 만든 듯한 넓은 도로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건물들, 그 사이에 초록색이 가득한 넓은 공원이 있다. 여기도 구 단위가 있는, 규모가 있는 도시였기에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은 다 있었다. 생활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숨통이 트였다. 어쩌면 계획적이고 통제적인 걸 좋아하는 내 성격에 더할 나위없이 맞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서울살때보다 넓은 집에 거주 중이다. 같은 가격으로 서울에 집을 구했으면 8평 정도의 원룸에 살았을 터. 그런데 과연 난 서울의 풍부한 인프라를 ‘포기하고’ 온 것인가? 수많은 맛집과 문화생활이 집 근처(혹은 30분 이내)에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것이지만, 근처에 있는다고 해서 구태여 외출해 가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럴거면 내가 지금 살고있는 곳에서 만족하며 소소한 일상을 사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활짝 열 수는 없지만, 햇빛을 가득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조용하고 깊은 몰입을 위해, 모든 것이 ‘적당한’ 곳으로

평촌에서 거주한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이번에는 강원도 원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원주 내에서도 새로 지어진 주거지구인 기업도시는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자연 속에 있고, 적당히 있을 건 다 있는, 모든 것이 적당한 곳이다. 평촌에서의 삶도 만족스럽지만, 조금 더 나아가 넓고 쾌적한 집에서 지내고자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원주에서의 2년이 내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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