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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12. 2023

부암댁의 생각_ 28. 몸에 대하여



아침에 이를 닦는데 오른쪽에 흰가닥이 보인다. 흰머리! 동생들은 20대부터 흰머리 고민을 했지만, 난 없지롱~ 하면서 막 살아왔는데 슬슬 흰머리가 한개씩 보이기 시작한다. 흰머리를 보고 망연자실까지는 아니지만, ‘헐’ 하면서 흰머리를 툭 하고 뽑아낸다. 괜찮은 척 하지만 화장실을 나오면서 내가 몇살이더라? 하고 세어본다. 맨날 경주마 처럼 앞만 보고 달리니 종종 나이를 잊는다


난 태어나기를 건강하게 태어난편이다. 그리고 또 건강하게 키워주셨다. 엄마는 늘 ‘너를 가졌을때 커피도 안마셨고, 키울때는 다른 건 풍족하게 못해줬어도 먹는 것 하나는 아까지 않았다고, 몸 건강한 것이 제일이라 늘 스트레칭하고 운동하라고 하는거라고’ 하는 몸 제일 주의의 사람. 엄마 스스로가 늘 힘이없고 아파 그러셨는지 늘 몸을 살펴주셨다. 그런데 그와중에도 난 건강한편. 동생들은 어려서부터 한의원가 약지어 먹이고 그럴때, 엄마가 쟤도 안해주면 섭섭하려나 싶으셨는지 쟤도 진맥을 짚어주세요 했지만 돌아온건 한의사의 단호한 답변 ‘얜 한약 안먹어도 되요’


그래서 막살았다. 뭐든 몸을 갈아넣었다. 그래도 크게 힘든 것을 몰랐다. 심지어 아픈 것도 잘참아서 몸이 걸림돌이 된적없이 살았다. 하고싶은 일을 피곤하고 아파서 못한적은 없었다. 늘 몸은 힘이 넘쳤고, 하고싶은 일은 없어서 남아도는 힘을 주체를 못하여 쓸데없는 곳에 힘을 쓰곤했다. 몸이 문제가 되지 않으니 늘 정신과 마음을 살폈고, 그것을 중요하게만 생각했다. 몸을 살핀적이 없었고,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음식을 공부하며 처음 내 몸과 마주했다. 음식이 내 몸에 들어가서 잘 소화가 되는지, 어떤 식재료가 내몸에 들어가 탈은 내지 않는지 처음 내 소화기관에 귀기울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난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과 탈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고 있음에도 강한 체력(?)으로 그것을 이겨내고 있었다. 음식을 바꾸어 적당히 먹고 잘 소화가 되서 가볍게 사는 일상을 지내보니, 그제야 그 전의 과부하 걸린 일상이 보였다. 움직이기 싫고, 하고싶은 일이 없고, 만사가 귀찮았던 이유가 사실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였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 그래서 요가를 하고 필라테스를 하는거구나!’ 그전엔 다이어트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보였다. 몸을 풀어주고 일상의 생기를 넣어주는 적당한 움직임이 그 안에 있었다. 호흡도 그전엔 이해가 안갔는데 왜 호흡이 중요한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호흡 하나도 제대로 깊게 쉬고 있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음식공부가 자연의 섭리에 대한 공부로 몸에 대한 공부로 이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자연으로 부터 온 식재료를 결국 몸에 쓰임이 잘 맞게 조리하는 것이 음식이니, 자연도 알아야하고 몸도 알아야하는 일인것이다. 헉, 너무 광범위해 싶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신기함… 얘네 왜 연결되.


한참 쑥쑥 자라던 몸이 이제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한다. 아직까지도 철딱서니 없이 몸을 함부로 쓰고, 막 먹고 할때도 있지만 전과 다른 것은 내가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것. 탈이 날 징조를 미리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고 자제할 줄 알게 되었다. 이제사? 지금까지 크게 아프다 아프다 하지 않았던 몸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막 몸을 쓰지 않고, 잘 알고 잘 돌보며 살 수 있도록 더 살펴야겠다. 고맙고 감사한 몸이여, 남은 생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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