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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부 Nov 15. 2020

유모차 이동권이 필요해

마음 편하게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싶다

사회적 약자가 되고 나서야 어떤 일이든 머리로 이해하는 건 쉽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동네 산책중 사진 최수진


나는 출산 후 영유아를 동반한 사회적 교통약자가 됐다. 아이가 크자 유모차는 필수 이동 수단이 됐다. 아기띠 메면 , 어깨 모든 곳이 쑤셨지만 모차는 편다.


유모차 편했지만, 마냥 매력적 이동 수단 아. 이동에 제약이 생길 때가 많았 때문이다.


유모차를 끌면 커피 한잔 사는 것도 힘들었다. 한 번은 산책 중에 평소 가던 커피숍을 찾았지만 경사로가 없어 들어가지 못했다. 노 키즈존이 아니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발걸음을 돌려 경사로가 있는 커피숍을 찾으려고 동네를 돌았다. 많은 커피숍을 지나쳐서야 겨우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다.


시장 보는 일도 수월하지 않다. 동대부분의 영세가게에서는 유모차 이동을 위한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기 힘든 좁은 가게도 많았고 경사로가 없거나 문턱이 높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려 가게 문 앞이나 길가에 유모차를 불안하게 세워놔야 했다. 혹여나 아이를 잃어버릴까,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들다. 빈손으로 돌오기도 했다. 사정이 반복되니 동네 가게는  가지 않게 됐다. 아니면 운전하는 남편의 힘을 빌려 대형마트에 다.


엄마들이 대형마트만 찾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여러 가지 일들을 체득하며 마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렇다고 매번 대형마트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사회적 교통약자들을 위해 엘리베이터는 물론, 경사로 설치까지 비교적 잘 돼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타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한 층을 이동하기 위해 기나긴 대기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꽉 면 못 타기 일쑤였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유모차, 장애인, 노약자 우선이라고 쓰여 있지만 권리를 주장하기는 힘들었다.


유모차를 타고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게 이상하거나 남들에게 비난받아야 할 일이 절대 아닌데도, 아이와 함께 이동할 때면 항상 주변의 눈치가 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유모차가 너무 커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다. 보행로를 걸을 때는 불법 주차된 차들 탓에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를 데리고 어디 나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몸소 고 있다. 예전에는 안보였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인다. 편함 당연한 게 아니다.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일 걱정거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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