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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키다.

by 구정훈

살아온 날들이

구름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릴 때

나는 묻는다.

왜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지


빛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상처의 가장자리에서 피어났고

쓰러진 자리마다

작은 떨림이 나를 일으켰다.


그 피어나는 떨림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서

나를 부르는 울음소리.


나는 그 울음 때문에

끝내 나를 버리지 못했다.


알아버렸다.

가장 먼 길은 언제나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길이라는 것을


흩어진 시간의 잔해 속에서

상처를 껴안은 채

고동치는 심장 하나.


그 심장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오늘, 다시 숨을 들이킨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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