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까 뭐가 좋아요?

각자의 답은 다르겠지만

by 불가사리

결혼 3년 차, 우리는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눈다.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

“그때는 서로 눈에 안 들어왔을 거야.”

“그랬을까?”

“응. 아무 사이도 아닌 채 살았을 거야.”


아무 사이가 아닌, 심지어 다른 나라에 살던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 과정은 신기하고 놀랍다. 많은 영화, 책에서 다양한 사랑의 이야기를 접했지만, 고유한 존재인 우리의 스토리는 세상 유일한 것이다. 결혼은 인생의 선택 중 하나이고, 이를 택한 내게 후배들은 물었다.


“결혼하니까 뭐가 제일 좋아요.?”


단답형으로 답할 수 없었다. 각자의 사랑이 다르듯 그 답은 모두 다르다. 스스로 곰곰이 생각한 결과 이전과 달라진 ‘마음의 안정감’을 발견했다. 연애시절부터 느꼈던 그의 편안함은 결혼 후 더 깊어졌고, 커다란 나무가 되어 내 삶에 드리웠다.


사 남매 중 첫째로 자란 나는 외로움이 많았다. 꽁꽁 숨은 내면의 여린 마음은 일을 하거나, 평상시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편 앞에선 달랐다. 이제껏 부모님 앞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내가 등장했다. 부부란 서로의 민낯을 보는 관계다. 그때마다 그는 변함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해주었고, 반복된 수용의 경험은 파도치던 내면의 결을 잔잔하게 해주었다. 결혼 이후 고요하고 평안한 안정감을 누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안정감의 비밀에는 ‘누구와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나의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공유라는 말이 낯설지만,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속의 엄마는 동생들을 돌보느라 늘 바빴다. 나는 종종 엄마를 부르고, 뒷 말을 잇지 못한 채 한 참을 머뭇거렸다. 엄마는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을 찾고 있었나 보다. 나만의 사람, 내 모습,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사람. 그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결혼을 하며 다양한 나를 알게 되었고, 그런 나여도 괜찮다는 것도 깨달았다.


남편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결혼하니까 어떤 점이 좋아?”라고 그에게 물을 때마다 그는 “함께 있어서 좋아. 당신이 있어서 좋아.”라고 답하곤 했다. 출장 중인 그와 통화를 하며, 이번엔 질문을 조금 달리하여 물었다.


“결혼하니까 어떤 점이 달라졌어?”

“더 부지런해진 것 같아.”


그는 이전보다 스스로 부지런해졌다고 했다. 시간을 혼자 쓰다가, 함께 보내게 되니 더 알차게 쓰고 싶어 졌단다. 아마 그에겐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이 더해진 건 아닐까? 덧붙여서 그는 “눈치도 빨라졌어.”라고 말하며 웃었다. 맞다. 그는 뛰어난 학습자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이 빨라졌고, 나의 감정을 잘 알아차렸다.


“아, 하나 더 있는데, 패션도 바뀐 것 같아.”

“맞아. 그건 나도 인정!”


남편은 나를 만나고 옷들이 바뀌었다. 이제껏 패션에 관심 없던 그를 대신해 잘 어울릴 만한 옷을 골라줬다. 결혼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그의 옷장 정리였다. 붙박이 장에 나와 그의 옷을 사이좋게 걸어야 했으니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 그에게 말 못 한 게 있다. 글을 통해 고백해도 괜찮을까?


“여보, 예전에 자기가 찾던 통 넓은 하얀 바지 있지. 그 옷 내가 정리하면서 버렸어. 자기가 알아서 정리하라고 해서.... 한 번 더 물어보지 못해 미안해. 나 만나기 전에 그 바지 입고 다녔던 거야? 결혼한 지 십 년 된 친구가 그러는데, 결혼은 이전의 나를 버리는 것이라고 하더라. 혹시 나도 버려야 할 게 있으면 꼭 말해줘요. 함께 노력하면서 같이 오래 살자.”


따로 또 같이. 함께 즐겁게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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