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비즈 May 11. 2020

패션권력 쥔 창의적 혈통, 유대인

전 세계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만든 청바지 브랜드의 양대산맥


청바지 브랜드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리바이스와 캘빈클라인은 모두 유대인이 만든 브랜드다.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청바지라는 새로운 패션 카테고리를 탄생시켰다면 캘빈 클라인은 싸구려 작업복 이미지의 청바지를 섹시함을 상징하는 고급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유대인의 남다른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된 것은 비단 청바지만이 아니다. 가장 미국적인 패션 브랜드 폴로부터 갭, 게스, DKNY 등 유대인들의 손에서 태어난 브랜드는 수 없이 많다.


전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한 소수민족인 유대인이 어떻게 이런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었는지 DBR 134호에 그 배경이 소개되어 있다. 유대인들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올라설 수 있었던 스토리를 살펴보자.




청바지는 사시사철 아무 때나 입기 좋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공식 석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패션의 기본템이다. 청바지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브랜드 또한 넘쳐난다. 그래도 그 가운데 대표적인 브랜드 둘만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은 단번에 리바이스(Levi's)와 캘빈클라인(Calvin Klein)을 떠올릴 것이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청바지 브랜드 모두 회사 창업주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것인데 이들 모두 유럽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온 유대인 혈통이란 점이다.




유대인이 만든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와 캘빈클라인


샌프란시스코 광부의 작업복으로 탄생한 청바지


19세기 후반 미국 사회를 지배한 단어는 한마디로 골드러시다. 모두가 황금 노다지를 찾아 서부로 달려가던 시절이었다. 이때 생긴 대표적인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1850년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든 인파 중에는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라는 21살 청년도 끼어 있었다. 3년 전 1847년 독일에서 이민 온 유대인 가족의 7남매 중 막내였던 리바이는 샌프란시스코로 먼저 이주해 포목 장사를 하던 누나를 찾아갔다. 유럽에서 빈손으로 넘어와 수중에 돈이 없던 유대인이 당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행상이었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시그니처인 가죽라벨 (좌), 리바이스를 탄생시킨 리바이 스트라우스 (우)

그런데 가만히 보니 광부들은 포목보다 작업용 바지를 원하는 것 같았다. 작업하기 좋은 두껍고 질긴 바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머리 회전이 뛰어나고 타고난 장사꾼이었던 리바이는 곧바로 텐트용으로 생산된 데님을 이용해 바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청바지의 탄생이었다. 1853년 미국 최초의 대중 의류 브랜드 리바이스(Levi's)는 그렇게 태어났다.


1950년대 중반 톱스타가 영화 속에서 청바지를 착용하고 나오면서 청바지는 패셔니스타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좌), 위험한 질주의 말런 브랜드

한 유대인 청년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청바지는 이후 동부 도시 근로자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1940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특히 1950년대 중반에는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위험한 질주'의 말런 브랜드 등 유명한 톱스타가 영화 속에서 입고 나오며 청바지는 야성과 저항 등 청년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코드가 되기도 했다.



싸구려 작업복에서 고급 패션으로 탈바꿈시킨 캘빈 클라인


하지만 당시만 해도 청바지는 누구나 편하게 입는 싸구려 작업복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런 청바지를 고가의 명품 브랜드로 바꿔 놓은 게 캘빈 클라인이다. 1942년 뉴욕의 빈민가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캘빈 클라인은 유명 디자인 스쿨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4년 유대인 친구인 베리 슈월츠와 함께 CK Jeans를 론칭한다.


캘빈 클라인 진스

이들이 주목한 건 당시 고급 의상만을 취급하던 디자이너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청바지였다. 수요가 많은 청바지를 고급 패션화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다름을 추구하는 유대인 다운 창의적인 역발상이라 할 수 있다. 캘빈 클라인은 청바지 뒷부분에 상표 이름을 새겨 넣고 펑퍼짐하기만 하던 라인을 타이트하게 디자인했다.


1980년 캘빈 클라인의 청바지 모델이었던 브룩 실즈

캘빈 클라인의 이 고급화 전략은 자극적인 광고를 통해 성과를 거둔다. 1980년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15살짜리 청순 이미지의 영화배우 브룩 실즈가 TV 광고에서 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나와 'There's nothing between me and my calvin (나와 캘빈클라인 청바지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라며 마치 속옷을 입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멘트를 던진다. 이 광고는 당시 보수적이던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논란의 중심에 선다. 선정성 논란이 확산되는 한편 매출은 오히려 대박을 터뜨렸다. 이내 캘빈클라인 청바지는 섹시함을 상징하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다.




미국 패션계에 뿌리내린 유대인 파워


유대인의 남다른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된 옷은 청바지만이 아니다. 미국 의류산업의 성장 전반에 유대인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폴로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

대표적인 사람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올림픽의 미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만들 정도로 미국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폴로'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Ralph Lauren)이다. 1939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랄프 로렌은 성직자과 되려고 종교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돈이 없어 학업을 중도 포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는 장갑 회사의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페인트 공이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색상 감각과 유대인 특유의 상상력을 지닌 랄프 로렌은 곁눈질로 디자인을 익혀 나갔다. 그가 28살이던 1967년 당시 2.5인치(약 6cm) 짜리 넥타이가 유행하던 때에 4인치(약 10cm)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다음 해 1968년 로렌은 친구에게 5만 달러를 빌려 '폴로 랄프 로렌'을 창업했고 그의 디자인은 패션의 혁명이란 평가를 받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윌리엄과 이다 조젠탈 부부가 대량생산하며 글로벌 브래지어 브랜드가 된 메이든폼

미국 의류 산업에서 유대인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9세기 후반 약 200만 명의 유대인이 유럽에서 이민을 왔다. 이들은 노동집약적인 의류 업계를 떠받치는 기반이 됐다. 당시 유대인 노동자의 60% 이상이 의류업계에 종사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대인이 경영에 참여하는 비율 또한 높아졌다. 1890년 경에는 뉴욕 의류 공장의 95%를 유대인이 장악했을 정도다.


당시 유대인은 주문-가내생산 중심의 '홈메이드식(Home-made)' 산업구조에서 상품을 미리 만들어 파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시스템으로 바꾸며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1923년 유대인인 윌리엄과 이다 조젠탈 부부가 세계 최초로 현대식 브래지어를 만들어 대량생산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유대인에 의해 탄생한 여러 패션 브랜드

창조적인 감각이 탁월한 유대인은 시간이 갈수록 몸을 쓰는 생산 분야보다는 머리를 쓰면서 큰돈을 벌수 있는 디자인 쪽으로 방향을 바꿔나갔다. 캘빈 클라인이 졸업한 FIT가 유대인의 자금으로 성장한 학교라는 것도 유대인이 의류 패션 분야에 큰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밖에도 갭(GAP), 게스(GUESS), 조다쉬(JODASHI), DKNY,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 케네스콜(Kenneth Cole), 리즈클레이본(Liz Claiborne), 아베크롬비&피치(Abercrombie & Fitch),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 존스뉴욕(Jones New York), 나인웨스트(Nine West) 등 유대인의 손을 거쳐 태어난 브랜드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인터비즈 박소영 김재형 정리
inter-biz@naver.com




매주 한 건씩 수요일 오전에 발송하는 인터비즈 뉴스레터는 그주의 핵심 트렌드 키워드와 테마를 가지고 험난한 비즈니스 세계를 분석합니다. 매주 인터비즈의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 인터비즈 뉴스레터 신청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