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헬리콥터가 떠오른다.
커다란 굉음과 돌풍같은 바람들이 주위를 어지럽힌다.
헬리콥터는 엉덩이를 빙빙 돌리고 끼우뚱거리며 겨우겨우 땅에서 떠오른다.
산에 오르다가 갑자기 풀섶에서 날아 오르는 꿩을 본 적이 있다.
주변 풀이나 나무들과 부딪치고 시끄러운 날갯짓을 하며 힘들게 날아 올랐다.
하늘을 나는 것들이, 쉽게 이륙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독수리처럼 날개가 큰 것들은 도움닫기를 많이 해야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날개도 없는 인간들이 날아오르려면 더 많은 도움닫기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큰 힘을 쓰기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도 내고 몸도 기우뚱거릴 것이다.
날아오르기 힘들면 걸어도 된다.
날아 오르려면 도움닫기의 인내와 주위의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적당한 이륙의 조건이나 환경도 필요하다.
비상의 자유를 생각하기 전에
비상을 위한 숨찬 몸짓이 필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모되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와 고투를 감수할 각오도 해야 한다.
김민주 감독의 <교토에서 온 편지>를 보았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잊는다.
윗 세대가 먼저 그럴 때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추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부작용#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