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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센치페이퍼 Apr 30. 2019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탄탄한 모국어가 곧 외국어다'





2018년 바로 얼마 전 치러진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리며 논란이 일었다. 그중 외국어 영역의 한 문제가 쟁점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것은 '우리말로 읽어도 어려운 문제가 영어로 나왔다'라는 것이다.



물론 이 사례는 극단적인 예시지만, 사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영어 시험은 단순히 듣고 읽고 쓰는 능력, 즉 의사소통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 아니라 추론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글쓴이의 의사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 글귀를 얼마나 잘 알아듣느냐는 시험하는 문제가 대다수다.  

한국에서 시험 영어에서 채점 항목은 크게 3가지다. 

듣기-읽기-쓰기

이 중 듣기 영역은 변별력이 없다. 꾸준히 들으면 대부분 점수가 나올 수 있는 영역이므로 학생 간 편차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 말은 학교 시험에서는 읽기와 쓰기, 수능 영어에서는 읽기에만 집중하면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또 많은 성인들이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추론 능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론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읽기'다. 그것도 '우리말 읽기'


학원 상담을 할 때 학부모님께 꼭 여쭤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학생이 우리말로 된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이다. 지금은 영어를 잘 못하고 성적이 안 좋아도 많은 양을 독서를 해왔다면 영어 실력을 키우기는 어렵지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문법과 어휘를 차근차근 공부하면 금방 실력이 오른다.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독서량이 많다는 것은 어휘가 풍부하고 이해력이 좋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강점을 가진다. 리딩이란 것이 결국에는 글 쓴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 아닌가. 우리말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영어책을 술술 읽는다더라도 행간이 전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능력은 음악, 수학, 운동 등 많은 재능 중 하나다. 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의 정도에 차이가 있듯이 언어 능력도 다 다르다. 어릴 때 말을 배우는 시기와 속도뿐만 아니라 모국어를 습득한 이후의 언어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학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그 또래의 나이에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우리말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언어적 이해력이 부족한 경우가 생각 외로 빈번하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활용할 줄 알며, 말이든 글이든 문장 속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언어적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기초가 부족하면 영어를 학습하는 각 레벨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영어도 결국에는 언어다. 단순한 스토리를 이해하든 수준 높은 글을 읽고 이해하든 대화를 이해하든 그 말과 글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나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말의 언어적 능력이 먼저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이해가 되어야 그다음 단계인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겠는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상태에서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의 몸짓이나 화려한 감탄사 그리고 유창한 발음 같은 것들은 관점에 따라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그 안에 담고 있는 콘텐츠가 더 중요한 법이다. 말로 하는 의사소통 중심의 표현 능력은 1차원적인 것이다. 언어적 역량이란 그것보다 윗 단계를 의미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지정된 《학교 속의 문맹자들》(임훈 저, 우리교육출판사)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문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를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읽기 부진아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그 학생을 통해 추구하는 학문의 방향을 바꾸게 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저자는 읽기 부진아들을 위한 실행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청주교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창우(가명)의 읽기 문제는 문자를 축자적으로 읽고 쓰는 기초 문해력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데 그 원인이 있는 듯했다. 달리 말하자면 해독(解讀)은 되는데 독해((讀解)는 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읽되 읽지 못하는 이상한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처 : 《학교 속의 문맹자들》


일부 소수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중요성과 심각성이 너무 크다. 영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도 흔하게 마주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속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읽기 장애를 겪는 아이가 흔하지는 않지만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언어적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뿌리는 다름 아닌 우리말 실력이다. 탄탄한 한국어 실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 흔히 쓰는 말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탄탄한 한국어 실력은 다름 아닌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서 출발한다. 

엄마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면서 나이에 맞는 적절한 우리말 어휘를 배우고 또 그 어휘를 활용한 문장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언어적 역량이란 결국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글을 읽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글 속에 감추어진 뜻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능력 말이다. 표면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아는 것이 아닐 때가 많다. 글이 길어지고 내용이 많아지면 더 그렇다. 글 안에 내포된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적 역량을 키우는 아주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보고 난 후에 아이에게 줄거리를 들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말로 된 동화나 어떤 이야기도 좋다. TV 방송을 활용해도 좋다.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언어 인지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요약할 수 있으면 영어뿐만이 아니라 어떤 공부를 하든 강력한 무기를 하나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스토리를 요약해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것보다 더 확실한 기초는 없다.

영어는 그다음이다. 

모국어를 앞서는 외국어는 세상에 없다.

이 글은 <우리 아이 영어, 불안한 엄마에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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