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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센치페이퍼 May 02. 2019

우리 아이 영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르쳐야 할까?


언제부터, 언제까지 영어를 가르쳐야 할까?
'엄마가 놓쳐선 안 될 결정적 시기'



영어를 배울 때 환경, 언어적 역량, 의지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이 있다. 그중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시기다. 도대체 언제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가르쳐야 하는가.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예민하다. 외국어 조기 교육에 관해 오랜 기간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주장해 왔고, 격렬한 논쟁과 이론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언어 습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유명한 이론 하나만 간략히 살펴보고 넘어가자. ‘결정적 시기’ 혹은 ‘임계기’라는 말로 번역되는 크리티컬 피리어드(critical period)는 교육학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개념인데 제일 먼저 이 이론을 발표한 학자는1959년 캐나다의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 교수이고, 1967년 에릭 린버그(Eric Lenneberg) 교수에 의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언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크리티컬 피리어드(critical period)는 대략 서너 살부터 사춘기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으로 이때가 언어 습득에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 이후에는 완벽한 언어 습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인간의 언어 습득도 소위 ‘말문이 터지는’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다는 것으로 아주 유명한 이론이다.

1800년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열두 살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산속에서 발견되었다. 사람으로부터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한 이 야생 소년은 믿기 힘들게도 늑대에 의해 키워졌다. 비슷한 또 하나의 사례는 1970년 지니라 불리는 한 소녀가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철저히 외부와 고립된 채 약 10년간 방치되었는데 다행히 구출되었다. 발견 당시 소녀의 나이는 13세였다. 

두 아이 모두 주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어휘를 사용해 자신의 순간순간 감정을 간단히 표현할 수는 있었지만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특히 단어들을 조합하는 창의적인 언어 구사는 거의 불가능했다. 학문적인 이론을 떠나 두 경우 모두 다 아주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으로 봤을 때 우리 말을 유창하게 잘하게 되는 5~6세 이전에 너무 많이, 오랫동안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한다고 해도 외국어의 표현 능력이 모국어의 표현 능력을 앞지를 수는 없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언어는 사고의 반영이다생각은 저만치에서 앞서 가는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너는 무슨 색깔을 좋아하니?”, “응. 나는 노란 색을 좋아해.”, “이것은 사과고, 저것은 바나나야.” 이런 1차원적인 수준의 표현을 말하도록 강요당하면 또래에 비해 사고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원에서 이런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 풀타임으로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은 영어에서는 유창한 발음과 높은 수준의 회화를 구사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말 어휘나 표현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다. 





영어를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아이의 인지능력, 습관, 동기부여,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할 민감한 사안이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경우를 말하자면 주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우리말로 된 책을 많이 읽고 부모와 충분히 언어적 교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모국어인 우리말로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기분이 좋으면 왜 좋은지, 속이 상하면 왜 그런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양한 어휘로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게 먼저다.


영어는 그다음이다모국어를 앞서는 외국어는 세상에 없다.

그 후 간단한 단어들을 읽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다. 그다음에 한 문장 안에 여러 개의 단어가 등장하는 이야기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이 무렵부터 무작정 책만 읽히지 말고 가볍게 문법을 함께하는 것이 좋다. 문법이란 말 자체가 딱딱하게 느껴지고 무언가 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법이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부담 없이 접근하면 된다. 주어 동사가 무엇인지 만이라도 알려 주고 책을 읽힌 아이와 그렇지 않고 그냥 읽힌 아이를 비교해보면 레벨이 올라갔을 때 리딩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앞으로 접하게 될 수많은 영어책 하나하나를 다 펼쳐 모두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이가 혼자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걷게만 하면 그다음은 알아서 달리고, 장애물이 있으면 뛰어넘고 피해간다.

방 가득, 거실 가득 영어책으로 도배하는 것은 마치 걸음마를 잘 떼게 하기 위해서 벽에 유명한 육상 선수의 사진을 붙이는 것과 같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첫발을 뗄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손을 잡아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세심한 노력이다. 



이 글은 <우리 아이 영어, 불안한 엄마에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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