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센치페이퍼 May 08. 2019

엄마가 멈칫하면 아이도 주춤한다

엄마가 멈칫하면 아이도 주춤한다
'일단 울렁증부터 버려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수줍음이 참 많다. 남들 앞에 나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머릿속은 하얘진다.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개최국 한국이 보여준 환대에 감사하며 특별히 한국 기자들을 지목하여 질문권을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자리에 있었던 수많은 한국 기자들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손을 든 사람은 중국 공영방송국 CCTV의 한 기자였다. 중국 기자임을 밝히자 오바마는 저지했다. 자기는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준 것이고 한국어로 질문하면 통역이 있으니 한국어로 질문해도 괜찮다고 친절한 안내(?)까지 했으나 손을 드는 한국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침묵이 흘렀고, 결국 발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졸지에 우리는 의도치 않게 과묵한 국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영어는 언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수단이므로 영어를 배우는 순간 우리는 그 낯선 언어를 입 밖으로 내뱉길 강요당해왔다. 상대가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말이다. 수줍음 많은 우리는 그것이 힘들다. 잘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영어는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과거 우리나라 학교 영어 교육은 말하기나 의사소통보다는 문법 교육에 치중했다. 입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 외국어를 어려운 학문적으로 배웠으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도구와 환경이 주위에 널려있다나를 좀 활용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어떤 것은 돈 한 푼 안 드는 공짜니 제발 나를 좀 이용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에 원하는 몇 글자만 입력해도 정보의 바다다. 종이에 꾹꾹 눌러쓰던 A, B, C, D... 알파벳 공부가 재미있는 동영상으로, 재미있는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대부분 공짜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주 친절히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 직접 선생님을 찾아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집에서 질문을 올리면 된다. 친절히 가르쳐준다. 물론 공짜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 영어라는 것 자체가 주는 무게감. 그 울렁증을 먼저 극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다. 일단 영어 울렁증을 이겨내야만 영어책을 펼칠 수 있고 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배웠던 것을 모두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옛날보다 눈도 침침해지고 체력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가끔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신은 참 공평하다. 그런 신체적인 요소를 조금(?) 가져간 대신 더 멋진 머리를 주셨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더 냉철한 판단과 이해력을 주셨다. “공부는 나이로 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얘기하니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아이들 영어책을 한번 펼쳐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된 책을 펴고 1시간만 읽어 보면 아~ 하면서 무릎을 칠 것이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지금 보니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왜냐고? 공부는 나이로 하는 거니까. 오늘을 넘기지 말고 일단 1시간만 투자를 해보시라.

문제는 영어 울렁증이다. 내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의 부재다. 다시 보면 전혀 어렵지 않고, 어렵게 공부할 필요도 없다. 이미 알고 있거나 과거에 배운 내용을 기억에서 조금만 소환하면 된다.


이 글은 <우리 아이 영어, 불안한 엄마에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학생, 한국 시험에서 좌절을 경험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