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저 데이터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까?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 해결 실마리 찾기

by Button

UT 이후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는 '더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정리 형태’를 찾는 것이었다. 그동안 북카이브는 간단한 태그를 활용해 정보를 분류해왔지만, 타겟 유저(비문학파)에게 이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이 느끼는 정리와 활용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형태로 개선이 필요했다.





문제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0527_1.png

그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디벨롭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타겟 유저를 더 만나보면 되겠지만 당장 유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리소스도 없었고, 유의미한 정량 데이터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서비스를 탐색하며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마땅한 개선 방향을 찾기는 어려웠다.




나는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0527_2.png

나는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봤다.

“북카이브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뭐지?”

북카이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지식 관리’이다. 줄곧 ‘지식 관리’라는 말을 써왔지만, 정작 난 이 개념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분류학(Taxonomy)이라는 학문이 따로 있을 정도로 딥한 영역인데, 우린 그 영역에 익숙하지 않았다.

북카이브의 본질적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아무리 유저를 만나거나 데이터를 본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이 개념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마침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세컨드브레인(Second Brain)이란, 지식, 아이디어, 생각 등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해 나의 두 번째 뇌처럼 활용하는 지식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북카이브가 추구하는 ‘지식 관리’와 맞닿아 있는 개념이었고,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 얻은 힌트


0527_3.png

이 책은 세컨드 브레인 개념을 다루는 책으로, 세컨드 브레인 구성 과정인 CODE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

CODE는 Capture(수집) - Organize(정리) - Distill(추출) - Express(표현)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곧 북카이브 유저들이 책에서 유용한 정보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각 단계에서 설명하는 포인트들이 북카이브 사용 경험과 연관된 것이 많아 개선 방향을 잡는 데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01 Organize - 활용 단위의 분류


Organize 단계를 읽으며 북카이브의 태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힌트]
정보는 자신의 우선순위와 목표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리되어야 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듀이십진분류법에 따라 정보를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책으로 따지면 과학, 경제, 인문학처럼 장르별로 구분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그 정보를 활용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우선순위와 목표에 따라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단위로 정리되어야 융통성 있게 정보를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인사이트]
일상 속 구체적인 활용 단위로 태그를 분류할 수 있도록

이전에는 태그를 ‘이렇게 쓰면 좋다’라는 방향 없이 단순히 구절을 나누는 용도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명확해졌다. 북카이브로 저장한 정보를 잘 써먹을 수 있게 하려면, 일상 속 활용 맥락을 기준으로 태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브랜딩 사례’, ‘팀 빌딩’, ‘문제 해결’ 등 현재 업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키워드로 태그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들이 태그를 듀이십진분류법이 아닌 활용 단위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02 Organize - 태그의 ‘연결’과 2뎁스 구조


[힌트]
개인 지식 관리는 기억 - 연결 - 창조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서로 관련 없는 정보들 간 연결이 만들어질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조된다.

책에서는 ‘연결’을 통한 지식 창조와 활용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북카이브의 태그가 분류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다른 책에서 수집한 정보이거나, 관련이 없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태그를 통해 그 인사이트 간 뜻밖의 연결성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된다.


[인사이트]
태그 안에 2뎁스 구조 나누기

어떻게 태그를 연결의 수단으로 잘 쓸 수 있게 만들까? 더 섬세한 연결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태그로 쉽게 필터링해 볼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북카이브는 태그들이 수평 나열되어 있어 개수가 늘어날 경우 필터링해 보기가 불편해진다. (실제로 꽤 많은 유저가 표했던 우려)

그래서 우리는 태그에 상위-하위의 2 뎁스 체계를 생각해냈다. 예를 들어 ‘팀 빌딩’, ‘문제해결’ 등의 하위 태그들은 ‘창업’이라는 상위 태그로 한 번 더 묶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보들을 더 큰 범위로 묶어 볼 수도, 쪼개어 볼 수도 있어 인사이트 간 ‘연결’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03 Distill - 핵심 추출


[힌트]
아이디어를 연관 짓는 과정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핵심(essence)만 남을 때까지 추출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과거에 쓴 메모를 봤을 때 이해할 수 없거나 읽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면 그 메모는 쓸모 없는 것이다. 미래의 자신에게 찾기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지식을 선물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을 읽고 깨달았다. 북카이브의 정리 형태가 좋은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당시에는 저장한 기록이 그대로 줄글 형태로 저장되어 쌓이는 형태였다. UT에서 홈 화면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정리가 잘 안 되어 보인다’라는 의견이 몇 있었는데, 이 문제가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이트]
AI가 생성해준 제목으로 핵심 보여주기

여기서 힌트를 얻어 AI 제목 생성이라는 다음 피쳐를 고안했다. AI가 구절 맥락에 맞는 핵심 포인트를 제목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태그로 필터링해 본다고 해도 각 구절들의 핵심을 바로 파악하기가 어려우면 꺼내 쓰는 과정에 허들이 될 수 있다. AI가 요약해준 한 줄 핵심을 제목으로 보여준다면 구절들을 일일이 읽어볼 필요 없이 제목만 보고 필요한 구절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04 Express - 가공의 중요성


[힌트]
개인적이고 구체적이며 검증된 정보는 실제로 사용할 때에 비로소 ‘지식’이 된다. (중략) 알고 있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야 자신감을 얻는다. 그 전까지는 이론에 불과하다. 소비보다 창조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투자하라

책에서는 지식이 단순 저장을 넘어 가공의 단계를 거쳐 표현되거나 쓰일 때 내재화가 된다고 말한다.

이는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관찰한 유저 행동 및 말과도 일치했다.

[실제 유저의 말]
“기본 메모앱에 책 문장을 그대로 일단 적어둬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 한 번 다듬어서 블로그에 올려요. 가공해서 블로그에 올리지 않으면 메모장에 마구잡이로 저장해둔 러프한 글들이 그대로 남게 되고, 그럼 다시 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관찰한 유저 행동]
독서 모임 참여, 글을 정리해 블로그에 업로드, 구절에 대한 내 생각 적기 등

이처럼 책에서 얻은 정보를 다듬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그 행동들이 곧 정보를 글 또는 말로 다시 표현함으로써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사이트]
정보 내재화를 위한 가공 단계 추가하기

현재 북카이브는 구절을 있는 그대로 저장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힌트를 통해 앞으로는 저장을 넘어 이를 바탕으로 가공해 지식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디벨롭 할 예정이다. 현재는 간단하게는 내 생각 적기부터 다른 사용자와의 소통까지 내재화를 돕는 다양한 가공의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을 통해 얻은 크고 작은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당연하겠지만 책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분류법으러 ‘PARA 분류법’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 방법은 복잡도가 높아 북카이브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그 구조에서 일부 아이디어를 차용해 북카이브에 더 잘 맞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책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인사이트들이 사실은 유저 인터뷰에서 언급된 내용과 맞닿아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것이 북카이브의 핵심 가치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물론 책에서 얻은 이 인사이트들을 곧바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유저들을 만나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도 책을 통해 구상한 위 아이디어들 바탕으로 추가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 방향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확인해 나갔다. 결국 답은 책이 아닌 유저에게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유저를 만날 수 없거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다. 문제의 근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


해결책의 방향을 찾지 못할 때, 때로는 유저나 레퍼런스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의 탐색을 통해 그 실마리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UX딜레마: 사용자 습관을 유지할 것인가,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