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촉발한 인터랙션의 확장, 그리고 Interactive AI
'인터랙션', 말 그대로 상호작용을 의미합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IT씬에선 인터랙션이란 단어를 우리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에서만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UI/UX 디자인의 경우 그 본질이 유저와의 인터랙션에 있기 때문에 해당 논의 시에만 잠깐, 그리고 마케팅에서는 소셜에서의 반응-좋아요, 댓글 등을 퉁치는(?) 의미로 인터랙션 측정을 얘기했었죠.
2024년, AI시대가 말하는 인터랙션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진화되어왔습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기술이 그 가능성을 대폭 끌어올린 '인터랙션'에 대한 변화와,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진화해온 사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술이 우리를 고객과 어느 정도까지 상호작용하게 만들 것인지'를 함께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발전한다지만 아시다시피 기술 개발은 꽤나 값비싼 일이고, 이에 몰두하는 기업들의 속마음은 사실 꽤나 현실적입니다. 결국 '돈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유저를 더 많이, 더 자주,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저를 잡아두는 요소는 아주 간단합니다. 재미있거나, 편해야죠. 그렇기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밑바탕은 두 가지 축으로 돌아갑니다. 재미있거나, 편리하거나.
1. 음성 인터페이스의 발전
음성 인식 기술의 발전은 인터랙션의 확장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음성 비서는 텍스트나 화면 기반의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음성으로 자연스럽게 시스템과 소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인터랙션의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Voice UI/UX라는 새로운 장르(?)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모든 포털에서의 검색 화면에도 조그마한 마이크 아이콘이 생겼죠.
덕분에 화면은 굉장히 심플해졌습니다. 대신 '얼마나 말을 잘 알아들었는가' 보여주기 위해 검색 명령어를 더욱 눈에 띄게 강조하기 시작했고, 음성 인터페이스가 익숙치 않은 유저를 위해 '어떻게 명령어를 주어야하는지'를 가이드하기도 합니다.
IoT 디바이스로의 확장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매체 자체의 다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령 TV는 일방향적인 '송출'의 매체였지만, 이제 시청자는 음성을 통해 '시청' 이상의 행동이 가능해졌죠. 통신사 및 미디어 플랫폼은 AI 음성 서비스를 결합하여, TV를 시청하며 음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아시스 마켓이 KT와의 협업을 통해 <AI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 AR/VR과의 결합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술은 한층 더 몰입감있는 상호작용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한동안 열광했던 '포켓몬 고'를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반응이 소소했지만, 미국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스냅챗 또한 필터를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혼합을 시도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AR/VR은 유저와 서비스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의 확장에 기여했습니다.
3. AI 기반의 개인화
AI가 끌어올린 개인화의 수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찌보면 인터랙션의 확장에 기여하는 근본이 개인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Netflix의 추천 시스템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가까운 예시일 것 같습니다. 유저가 시청한 콘텐츠의 장르, 배우, 시청 패턴 등을 분석하여 매번 새로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합니다. Spotify의 Discover Weekly 기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해 매주 새로운 맞춤형 음악을 제공합니다. 이제는 '모든 앱이 말하는 뻔한 기능'처럼 들리지만, 서비스마다의 추천이 얼마나 깊이 있게 동작하는지는 유저로서 체감해야만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다양한 지표-유저 수나 리텐션 타임 등의 성과로도 드러납니다(개인적으로 다른 여러 음악 앱을 쓰다가 Spotify로 갈아탔는데, 찰떡같은 추천 덕분에 Spotify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1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대표되는 신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개념 자체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2018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블랙미러:밴더스내치>가 차원이 다른 인터랙션을 제공하면서 다시금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밴더스내치의 주인공, 스테판 버틀러가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누군가를 살인할지 말지 등의 선택은 오로지 이를 보는 유저에게 달려있습니다. 스토리가 어떻게 흐를지, 다섯 종류의 엔딩 중 어떤 엔딩을 맞이할 지가 온전히 이를 시청하는 '나'에게 달려있는 셈입니다. '내가 이 영화의 엔딩을 만든다'라는 감성적인 터치로, 이전과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개인화된 AI 챗봇은 이를 제공하는 브랜드의 상업적인 목적을 잊게 만들고, 나아가 브랜드와의 신뢰 구축에까지 기여합니다. Replika와 Woebot은 기존 챗봇과는 달리 유저의 감정에 반응합니다. AI 정신과 의사를 자처하는 Woebot은 오늘의 불안감을 1부터 10점까지 중 몇 점 정도인지 묻고, 하루를 되짚으며 무엇이 불안을 야기했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명상을 위한 팁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Replika는 그 정서적 교감이 너무나 깊었던 나머지, AI 애인과 결혼까지 한 사례가 등장했고, Replika의 CEO가 나서서 '실제 사람과의 교류를 독려'할 정도(관련 뉴스 참고)였습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소셜 플랫폼에 조금 더 기술을 덧씌우는 시도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필터나, 틱톡 챌린지 등을 통해, 유저는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소비합니다. 2019년에 진행한 Gucci의 인스타그램 AR필터 캠페인을 회상해볼까요? Gucci는 Gucci Ace 스니커즈 홍보를 위해 AR 필터를 제공했고, 유저는 직접 사지 않아도 신어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받았습니다. 화려한 Gucci 스타일의 배경과도 함께 말이죠. 덕분에 해시태그 #GucciAce가 폭발했었습니다.
결국엔, 몰입의 힘입니다. 브랜드 메시지의 전달, 빠른 CS 해결, 체류시간의 증대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목적을 유저가 망각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려면 무엇보다 '나에게 딱 맞춰, 재미있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광고/마케팅 씬에서 기술을 앞세우는, 그러니깐 대부분의 애드테크/마테크 기업들은 '얼마나 잘 잠재 고객을 발견하는지(Discovery)'를 얘기해왔습니다. 유저 가치를 측정하는 Predictive AI 기반의 정밀한 타겟팅, 편리한 데이터 통합 및 관리, 나아가 맞춤 광고 소재 제작 등을 핵심 경쟁력으로 언급합니다(사실, 버즈빌도 비슷한 얘길 해왔었죠). 홍수처럼 넘쳐나는 브랜드, 광고의 향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단 눈에 보이기라도 해야하니까요.
버즈빌은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우리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바로 인터랙션입니다. 리워드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왔기에, 인터랙션만큼은 버즈빌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버즈빌이 시장에서 플레이해온 방식 또한 앞서 얘기한 인터랙션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고에 참여하는 만큼 리워드란 혜택을 주었고, 보상형 미니 게임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이벤트 솔루션- 출석체크를 비롯한 룰렛, 긁는 복권과 같은 색다른 형태로 참여를 일으켜 왔습니다. 즉, 재밌거나, 편리(리워드란 이익을 제공)했죠.
사실 마케팅 퍼널을 들여다보면 인터랙션은 그저 하나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발견(Discovery) 이후의 모든 과정-관심을 끌고(Interest), 브랜드를 평가하며(Appraisal), 확신을 가지는 순간(Confirmation)-모두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브랜드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주요 과제였지만, 지금은 발견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경험이 본 승부처가 되었습니다.
버즈빌은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유저와의 인터랙션을 설계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UA(User Acquisition) 광고 상품입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단계마다 유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아하모먼트'를 정의하고, 단계별로 리워드를 차등 지급합니다. 이를 통해 유저는 '내가 참여하는 만큼 적절한 혜택'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단순 룰렛, 긁는 복권의 형태를 넘어 게임의 형태로도 인터랙션을 이끌어냅니다. 유저는 게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일일 미션을 부여받고, 이를 통해 이득까지 취할 수 있게 만듭니다. 나만의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재미와 성취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가미한 리워드 기반의 혜택은 AI 모델을 거쳐 더욱 고도화됩니다. 참여를 잘 이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에 푸시메시지와 앱 배너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참여 단계의 설정은 유저의 특성에 맞게 개인화되며, 지급되는 리워드 또한 유저 개개인이 느끼는 난이도별로 차등화됩니다. 버즈빌은 이렇게 'Interactive AI'를 활용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브랜드가 마주한 과제는 발견의 순간을 넘어서, 얼마나 많은 유저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단순한 노출을 목표로 하는 광고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그 이상을 건드려야만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다고 느끼는 경험이 아니면, 쉽게 관심을 잃어버리죠.
발견의 순간은 모든 브랜드가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유저와 깊이 있게 연결되어 그들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는 마케팅의 본 게임이며 인터랙션의 깊이에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유저가 기대하는 인터랙션의 깊이, 그리고 브랜드가 제공하는 인터랙션의 가치가 어디까지 뻗어나가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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