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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Mar 30. 2016

파리를 부러워한 포르투(Porto)

뜻하지 않게 포르투 뒷골목에서 차 안 노숙을 했다

이베리아 반도의 매력적인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둘 중 어디가 더 좋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참 난감한 질문이다. 나는 2014년 여름 44일간의 여행 중 스페인에서 40일을 넘게 보냈고 포르투갈에서는 단 3일을 보냈을 뿐이었다. 그러니 어느 곳이 더 친근하고 매력적이겠는가?

한가지만은 확실하다. 스페인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고 스페인의 도시와 시골들을 두루 경험했으며 스페인의 음식과 언어와 문화에 흠뻑 빠져 있었지만 낯선 포르투갈의 도시와 시골에서 한국을 느꼈다.

세련된 스페인보다 조금 덜 세련된 포르투갈은 투박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나라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야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나라이니 시간만 허락한다면 두루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2014.8.22 금

묵시아에서의 아침을 즐길 여유도 없이 바로 산티아고로 되돌아왔다. 렌트한 차량을 찾으러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부지런히 산티아고 공항으로 향했고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렌트를 했다. 그래도 명색이 유럽에 왔으니 독일차, 뭐 안되면 프랑스차라도 타고 다닐 생각이었지만 렌트카 회사에서 내준 차는 대한민국산 리오(K3)였으니. 낯이 익어도 너무 낯익다. 좋아해야 할 일인지.

우리가 타고다닌 렌트카는 한국차였다 ㅡㅡ;

어제 산티아고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청춘들 중 강렬군이 포르투까지 동행하고 싶어해서 우리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산티아고의 데카트론에 들러 작은 텐트를 한동 장만했다. 우리돈으로 4만원도 안하니 두어번만 사용해도 본전은 뽑는다. 부지런히 달려서 포르투갈 국경을 넘고 포르투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세시경. 낮이 긴 곳이니 포르투 강변과 강 건너 작은 마을 아푸라다(Afurada)까지 실컷 구경을 다녔다.

도우루강(Rio Douro)을 건너는 배삯은 1유로(당시 환율로 1,400원). 강 건너 마을은 지도상 아푸라다(Afurada)로 표기되어 있는데 요트장과 해수욕장, 산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원래 도우루강 남쪽은 그 유명한 포르투와인 생산지이고 와인창고가 많아 포르투 와이너리투어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포르투 여행안내소에 가면 각종 와이너리투어 프로그램들이 널려 있다.

강변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바가 몇 개 보였다. 그 중 한 곳(그나마 스페인어나 영어가 조금이라도 통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선택했다)을 들러 지역의 대표 요리라는 오징어 통요리와 연어를 먹었다. 1유로를 주고 강을 건너보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인 것 같다. 심지어 음식값도 포르투 구시가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펠탑을 본따 만들었다는 루이스1세 다리(Ponte Dom Luis I)다. 포르투 시가지를 재건축할 당시 프랑스의 파리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데 특히 철구조물로 이루어진 루이스 다리는 에펠탑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다고. 원래 다리 구경은 내일 오전에 할 예정이었는데 이 날 숙소예약이 헝클어지는 바람에 우연찮게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것도 우리들의 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가 없었다면 대충 아무 호스텔이라도 방을 잡았을 테니. 우리는 그냥 차에서 자기로 하고 기왕이면 경치 좋은 곳을 찾다가 루이스다리의 야경이 너무도 멋지게 보이는 남쪽 강변의 어느 골목에 머물게 되었다. 강렬군은 본인이 예약한 도미토리로 자러 간 상황이었다. 이 날의 야경은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루이스 다리는 그만큼 멋졌다.

에펠의 제자가 에펠탑을 본따 만들었다는 루이스1세 다리

포르투는 골목이 매력적인 도시다. 루이스다리와 강변에 접한 세르하 수도원은 물론이고 강변을 따라 형성된 수많은 골목들과 구도심의 대성당 주위의 골목들도 다분히 매력적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일주일 정도 포르투와 리스본 중심의 여행일정을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루이스 다리에 오르는 것은 내일 오전으로 미루고 도우루강과 다리가 아름다운 강변 골목길 차안에서 불편했지만 꿀잠을 잤다.

[전체일정]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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