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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Apr 27. 2019

카네기 멜론 HCI에서 배우는 것들 3

이곳에 와서 가장 놀랐던 5가지 


안녕하세요! 벌써 5월이 다돼가네요. 저는 두 번째 학기가 끝나는 시점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경험/생각을 풀어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식의 글입니다! 미국에 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1. 디자인의 대한 정의 

사실 프로그램에 오기 전까지는 내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어쩌면 디자인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것을 즐기긴 했지만 기존의 시각 디자인이라던가 미술을 잘하지 못했다는 경험 때문에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학부 때 건축 대신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것도 사람과 사회에 더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했고 구체적인 시각화 자체에 자신감이 없었기도 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와서 놀랐던 것은 이 점이 곧 UX 디자이너로서의 장점도 된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시각적으로 예쁜 디자인보다는 '이유가 있는' 계획, 그리고 유저와 팀원의 피드백에 따라서 rationale - 이렇게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를 더 고민하게 된다. 이 고민은 유저 리서치와 테스팅을 통해서 정당화되고 , layout을 짤 때에 시각 적인 요소를 생각하기 전에 필요한 business needs, user needs, feasibility 등을 고려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을 가지고 어떻게 얼마만큼 보여줘야 하는지, 배치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들이 다 '디자인'에 속한다. 특히 UX 디자인은 그렇다. 




2. 디자이너는 부족한 것을 메꾸는 사람이다

UX 디자이너.. 프로덕트 디자이너.. UX/UI..  Design Researcher..  미국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정말 다양한 이름으로 둔갑시킨다. UX 디자이너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음.. 예를 들어 '이상형'을 설명한다고 생각해보자. 자상한 사람.. 예쁜 사람.. 등등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와, 상황과, 취향이 각자 다르듯,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이다. 회사마다, 또 팀마다 필요하는 디자이너의 특성이 다르다. 추상적으로 '디자이너'라는 용어를 쓰지만 일의 스펙트럼이라던가 역량,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이 디자이너의 배경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다. 회사마다 어떤 사람 , 디자이너를 요구하는지 ,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자신의 많은 개성중에서 회사와 일치하는 개성을 포트폴리오와 인터뷰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방법인 것 같다.



3. 끝없는 프레젠테이션과 팀워크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모든 프로젝트가 teamwork based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과제에 익숙한 나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하다. 팀원들도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을 더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분위기를 이끌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항상 좀 더 나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 



또 프레젠테이션도 나에겐 힘든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대체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부터 말을 많이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어서 그런지 스토리텔링을 잘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연습하면 무조건 좋아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아지는 것 같기는 하다. 사실 내향적이라 1:1 대화가 아니고 친하거나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긴장을 하는 편인데 어떻게 하면 프레젠테이션을 좀 더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연습 중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에 와서 한 달에 한번 이상은 30명+ 앞에서 발표를 하는 편이고, 이번에 하고 있는 캡스톤 프로젝트나 (클라이언트) 과제 전부다 팀 프레젠테이션 위주라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또 색다른 도전이라 더 나아질 내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 




4. 특별함도 익숙해진다 

이 부분은 옛날부터 느껴왔던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경험도 결국에 익숙해진다.

처음에 많은 기대를 하고 모든 게 새로웠던 수업에 비교하면, 지금은 빨리 프로젝트를 끝내고 방학이 됐으면 하는 마음 - 간사한 마음 말이다. 이번에 봄학기에는 클라이언트가 HCI  Aniket (Niki) Kittur라는 교수가 만든 작은 학교 내 스타트업(?)이었는데,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찾으며 sensemaking을 어떻게 하는지 (정보를 찾아서 어떻게 이해하고 정보를 정리하는지)에 대한 리서치를 프로덕트 화 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구글에서도 펀딩을 하고 있고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라 처음엔 신기했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매일 아침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분야에서 유명한 분들이셔서 모든 것이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내 인생을 힘들게 만드냐고 불평을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스스로 안타깝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 글을 쓰며 이런 경험이 있었음을 감사하게 여겨야지 -라고 되뇌고 있다. 


캡스톤 팀과 함께 쓰는  lab




4. '바쁘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바쁨... 

바쁘다 라는 말은 항상 핑계로 생각했다. 나름 학부 때도 바쁘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비교해도 정말 - 여유가 없었다. 예를 들어 평일 스케줄은 8:30부터 수업이 있었고 없는 사이에도 과제나 포트폴리오 작업을 새벽 2시까지 해야 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하루에 미팅이 2~4개씩 잡혀있었다. 리서치, 디자인, 팀워크, 과제 등이 다 '생각'을 요구하는 일이라서 가끔은 뇌가 피곤한 게 직접 느껴지기도 했다 (살짝 무거운 느낌이랄까요..). 내가 놀랐던 것은 2월 즈음이었나, 언젠가 우연히 배추를 썰 일이 있었는데 썰면서 너무 행복했다. 아무 생각 없이 배추만 썰어도 되는 그 몇 분이 너무 행복했다. 그만큼 물리적으로도 바쁘지만, 정신적으로도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라 그런지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건강관리는 거의 빵점에 가까웠다. 어느샌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조차도 여유가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가장 바쁜 봄학기가 끝났으니 다시 운동을... 


...?



5. UX는 방법이 아니라 방법을 통한 가치이다 

1년 전만 해도  UX를 방법으로 생각했다 - 정석적인 리서치, 어피니티, 페르소나,  ... 점점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하며 느끼는 것은 그런 methods들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퍼르소나도 생겼다가 죽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voice user interface, design for AI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서 UX 프로세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겠다. 예를 들어 AI 같은 경우 matchmaking이라는 프로세스로, 유저 니즈를 정의하기보다는 dataset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 유저가 필요한 부분, 비즈니스 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오버랩되는 부분을 찾는 것이 AI를 위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되는 것처럼, 프로세스는 항상 변하고 변해야만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하면 '유저'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느냐 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을 '왜'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또 어떻게 문제를 프레임 하느냐에 따라 방법은 달라져야만 한다. 물론 1년 전까지만 해도 방법을 배우는데 급했던 나로서 정말 큰 발전이었다.   

 


https://uxdesign.cc/designing-for-ai-why-how-74fd337b054a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 좋아하는 일을 찾은 거에 감사하지만, 또 힘든 점도 많다. 많은 구독자 분들께서 유학을 오고 싶어 하셔서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뭔가 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까 하는 마음에 책임감도 든다. 그래서 나중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유학에서 힘든 점을 다뤄볼까 싶기도 하다 (불평 피날레가 될까 봐 무섭지만..) 


항상 놀라움은 새로운 경험, 그리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관점을 주게 되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앞으로도 계속 여러 가지 놀라운 (좋든 나쁘든) 경험을 함으로써 더 좋은 경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번글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한분한분 메일을 아직 못드렸지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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