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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18. 2020

간헐적인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 연예인들을 비롯해 주변에 몸매나 건강에 관심이 좀 있다는 친구들이 많이 하는 식단 조절이다.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16-8, 16시간 동안 금식을 하고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다. 그러다가 좀 더 난이도를 높여 20-4, 20시간 동안 금식을 하고 4시간 동안 먹기도 한다. 이 방법으로 몸매 관리를 하던 회사 동료들 중에선 평소에 16-8 스케줄로 식생활을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36시간 동안 금식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정해서 먹으면 운동을 안 해도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그 원리는 이렇다. 밥을 먹고 나선 몸에 들어온 당이 먼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그 시간이 지나면 몸에 축적되어 있던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사이클에 들어간다고 한다. 고로 그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길게 늘려서 지방이 더 많이 타게 만들어서 살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직 믿을지 말지 결정하지 못했다.


 남편이 건강상의 이유로 작년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살이 많이 빠져서(현재 14kg 감량하고 유지상태) 예전에 입던 옷들은 다 버리고 새로 사야 할 정도가 됐다. 장기간 라이프 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간헐적 단식을 하기 쉬운 이유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식을 하는 친구들은 말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먹어도 살이 안 찌니 다이어트를 그만두고픈 순간이 오지도 않고 오히려 시간을 정해놓고 먹으니 속이 더부룩해지지 않고 편하다는 게 그들의 의견.


 둘째 출산 이후 살이 안 빠진다며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여기저기서 찾아보는 나를 보더니 정답은 간헐적 단식이라며 남편이 간헐적 단식의 장점을 줄줄 읊어댔다. 약장수말에 넘어가듯, 운동을 안 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에 쏙 넘어가버렸다. 간헐적 단식 전문가인 친구를 둔 남편이 내 생활 패턴에 맞게 추천한 방법은 '11시쯤 먹는 아점, 그리고 오후 5~6시쯤 먹는 저녁'이다. 이 스케줄이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꾸준히 이어가기에 가장 쉽다고 한다. 나는 현재 육아 휴직 중인데 11~12시에 점심, 5~6시에 저녁을 먹는 첫째의 식사 시간과 얼추 맞는 시간표라 자신감이 붙었다. 기 음식을 요리하며 맛도 봐야 하는데 그 과정 모두 음식 먹을 수 있는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 시간 상으로 보면 내가 지키기 쉬운 시간표다.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으려나? 그러나 아직도 나는 간헐적 단식이 얼마나 사기성 짙은 식단 조절 시스템인지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남편에게 "이것 봐.. 나 살 하나도 안 빠졌잖아~"를 연발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제대로 간헐적 단식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 16시간 동안 금식을 하고 8시간 동안 먹어야 하는데, 나는 먹지 말아야 할 16시간, 특히 밤에 아기가 깰까 봐 마지막 수유를 하기 전에 깨어 있는 동안 간식거리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딱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 기간 동안 밤에 먹던 버릇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글을 쓰겠다고 책상에 앉으면 왜 노트북 옆에 뭔가가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평소에 먹지도 않는 젤리나 초콜릿 따위가 이렇게 꿀맛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오로지 밤 시간뿐이다.


 오늘은 완전 범죄에 성공했다. 우리 집 거실에는 아기들이 노는 모습을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손바닥만 한 카메라지만 앵글이 넓어 거실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샀는데, 부엌 옆 테이블 위 간식을 가지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녹화될 것 아닌가. 남편이 보면 안 될 장면이다. 안 먹었는데도 살쪘다는 나에게 대놓고 의지박약이라고 놀리게 증거를 남길 수는 없지. 충전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카메라를 떼어내 책상 옆 충전기에 연결했다. 그렇게 거실을 사각지대로 만든 후, bbq맛 감자칩을 봉지째 가져왔다. 부스럭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집어먹는 감자칩은 두 배로 맛있다. 간헐적 단식은 내일 다시 시작해야지. 이렇게 내 간헐적 단식은 간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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