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사주 2. 잘되라고 하는 말… 맞아요?

비회사원은 처음이에요. 3 창업생존기 12화

by 비타민들레


‘입에 쓴 약은 몸에도 좋다.’


‘단소리는 걸러 듣고, 쓴소리는 다 들어라.’


‘현실적으로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좋은 소리는 그냥 다 할 수 있는 거야.

난 너를 생각하니까’


이중에 진짜 나를 위한 말은 뭘까?



지시대명사와 태블릿 PC

마우스 커서만 왔다 갔다 하는

불편한 사주풀이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차피 회사에 있었어도

고위급 임원이 되지는 못했을 거예요.

본인은 정치도 못해서…”


기분이 계속 상했다.


난 회사 생활을 하며 임원이 되는 상상을 해보거나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딱히 뜻이 있지도 않았는데

남이, 나의 가능성을 함부로 판단하고

제한하고 평가하는 게 이상했다.


“그리고 사업은 본인이 약하니까

혼자서 할 수 없고 그… 잘 빌붙어야 돼요”


귀를 의심했다.


“투자를 받으라는 뜻인가요?”


“아니 아니, 그 들러붙거나 그런 쪽?”


스무고개도 아니고,

질문을 하면 할수록 돌아오는 답변은

예시도 없고, 이해하기는 더 어려웠다.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선생님, 저 솔직히 이런 사주풀이는 처음이에요.

보통은 손님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운의 흐름을 참고해서 내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역할 아닌가요?


그리고 저 어디 가면 사주 되게 좋은 걸로 나와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말년으로 갈수록 더 좋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또 저는 꼭 사내 정치를 해야

임원이 되는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요.

지금 자꾸 약하다/못한다/빌붙는다는 말씀들이

제가 알아듣기 어렵고 불편한데

그냥 좋은 내용 위주로 참고할 수 있는 흐름만 알려주세요.”


선생님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다.


“뭐… 좋은 내용은

본인도 이미 알고 있지 않아요?

개인 재주가 많고 그런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데

어쨌든 본인이 약하니까..”


“하…그 재주가 뭔데요? 정확히 듣고 싶어요.”


또또 ‘약하다’...


기승전 약하다는 대체 언제쯤 끝날까?


미안하다, 나야. 돈들이며 기분만 상하는

불편한 시간을 겪게 하다니. 내 잘못이다.


이후에도 선생님은 정주영 회장님의 사주와

관상학 이야기까지 이어나갔다.


“선생님 왜 제 사주 풀이 하시다가,

정주영 회장님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주영 회장은 ‘초월’한 사주야.”


“제가 무엇을 초월해야 하는데요?”


이후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는, 내 기억 속에 없다.


“마지막으로 결혼운 봐주세요.”


“우선 안 되는 띠부터 말해줄게요”


“네? 띠요?”


소통 방식이 단 하나도 맞지 않았다.


안 될 것부터 먼저 말하는 이런 방식이.

세상에 안 될게 어디 있냐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될 것이라면 더 잘 될 수 있는 방법

어려움이 있다면 극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런 희망적이고 개방적인 대화를 원했다.


필요한 건 ‘좋은 말’

그로 인해 좋은 기분으로 활력 있는 오후를 보내는 것이었는데.


“아 그럼 그냥 안 들을게요. 감사합니다.”


인연을 ‘띠’로 구분해 봤자

무슨 큰 소용이 있겠나 싶어 듣지 않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자리에 일어나

세 걸음 남짓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시간 아까워…


내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남에게 물어 무엇하리.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요청해서 무엇하리.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건 늘 함께 있고

어려움도 즐거움도 내 몫인 걸.

남에게 구할 답과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아니, 알고 있으면서

대체 왜 사주집 들어간 거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그래서 인간인가 보다.


그날 밤, 자기 전 하루를 복기하며

갑자기 선생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떠올랐다.


“전 진짜 내 손님들이 잘 되길 바라요.”


고개를 젓는 동시, 웃음이 났다.

잠이나 자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