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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e Island Oct 27. 2023

꽃이었구나!

Ep2. 콜미 Candy!

두 번째 남편에게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My name is Candy" 내 이름은 캔디야!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캔디... TV 순정만화 "캔디 캔디"의  참으로 용기를 주는 캔디 애니메이션의 Ost 가사가 아직도 생생한 울림인 이유는 그때의 여린 그녀에게 삶의 교과서처럼 여겨진 인생 첫 연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원... 순정만화 주인공 캔디를  한때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에서 온 이 반짝이 눈 가진  남자가 어떻게 알 수 있다고, 이 남자가 쪼리 신고 다니는 나라에서 왔다면 캔디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간에 대화는 계속되었다.

"You Know Candy?" -대구 사투리의 코리안 액세트의 재미난 영어발음-

"I know sweet Butterscotch candy" -약간은 강한 영국 악센트의 영어발음-

그의  능청스러움이 아재개그  달인 수준급이었다.이 남자 말에 그녀의  말초신경들이 관심도 상승기류를 타며 핑크빛 무드로 진입. 공감력과 유머가 있네 재밌어. ㅋㅋㅋ 웃음 끝에 "Candy는 순정만화 주인공 이름이야" 

내친김에 캔디랑 짝꿍인 잘나고 잘난  앤서니 그리고 테리우스와의 사랑 이야기까지 ~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수다. 시대적 지역적 성적 불일치의 일방통행식 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짧게 끝내야 하는 법이다, 불통은 마치 함께  나오지 않는  따로국밥의 밥과 국 같기에 수저 든 사람 맘대로 해석되어진다.이렇게 Andrew은 온몸으로 말하고 늘 분주한 마치 들꽃 같은 사랑스러운 Candy와 국제결혼을 했다. 파트너십이 아닌 진짜 결혼을 했다. 뉴질랜드는 혼인신고 즉 결혼을 안 하고도 2년 이상의 동거를 하면 파트너십이라는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해 준다. 그래서 그냥 파트너 관계로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도 낳아서 키우고 자연스럽게 인생을 그냥 보낸다. 혼인 서약서 없이도 잘 산다.

Andrew에게는 아주 늦은 첫 번째 결혼이었다. Andrew에게도 못 이룬 사랑들이 아주 많았다. 애쉬버튼에서 Andrew 은 양들과 수염을 기르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전형적인 영국 출신이셨던 그의 어머니는 남편 없이 이 아들을 키웠고, 아들이  데려 오는 아가씨들을 모두 한결같이 반대했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아들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니었을까?"물음표가 뒤에 따라붙는 Candy의 추측이다. Candy는 그나마 운이 좋게 어머님이 돌아가신 일 년 후에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Candy는  ex 남편의 얘기는  잘하지 않았다. 그림쟁이 또는 진정한 화가 그리고  자유분방한 삶을 위해 그가 났다고 했다. 다른 여자랑 그래서 혼자가 되어버린 Candy는 시련의 상처 또한 등에 짊어지고 남쪽나라 지상낙원으로 솔로 여행을 왔다. 빙하호수의 청아한 푸른빛에 비친 그녀의  인생 앞에 첨 다가온 배신감이 너무나 먹먹해서  꺼억꺼억 큰 울음보를 터트렸다.  그렇게 호수를 바라보며 울고 있잖니...... 어디선가 괴로워도 슬퍼도 안 운다던 들장미 소녀 캔디의 노래가  들렸고 저 지평선 너머로 초록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하얀 양 떼들에게서 신기하게도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되었다. 다시 살아보고 싶었다. 씩씩하게 웃으며.....

이때부터 Candy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Candy로 불러 달라고 했다.

"Call me Candy " 뉴질랜드에 헤어숍을 차렸고  헤어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내가 Candy를 만난 건 그녀의 Rose Hair 샵에서였고, 드디어 말 통하는 어릴 적 캔디 애니메이션의 추억을 앤서니 파와 테리우스파를 가르며 낄낄 웃으며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C&A 커플은 정말 재미있는, 웃음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그런 짧은 결혼 생활을 했다. Candy의 daybed가 하얀색 시트를 입고 거실에 덩그러니 있어서 물어봤더니, 서방님이 코를 많이 골아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자기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잠이 보약이라고 다. Adrew가 자기를 따라 나와 소파에서 자는 날만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Andrew는 Candy가 TV를 보며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서로에 대한 극진한 배려심에 이 늑깍이 부부는 결혼 생활의 불편함을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삐쭉하고  앙상한 가지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반품하러 간다는 Andrew는 마님의 까탈스러움에  얼굴 뻘개하며 자신의 일소리 없이 했다. 자기가 뚱뚱하고 배가 나와서 일부러 늘씬한 나무를 골랐는데, 당장  잎사귀 많이 달린 나무로 바꿔 오라고 했다며 그 무거운 나무를 sweet Candy를 위해 하루 반나절을 희생했다, 그리고는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다. 이 달큰 커플은  늘 C4 cafe에 와서 교소운 향 내며 커피를 마시고 낙엽 가득한 헤글리 공원을 손 꼭 잡고 산책했다. 언제나 Candy의 아무도 못 알아듣는 그녀만의 신언어 Adrew는 찰떡 같이 알아 들었고 껄껄되며 웃었다. 반짝이 눈에 담겨있던  자상함과 바람 불면 되돌릴 머리카락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마 앞 깻잎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빗어 내리던 유머 넘치는 아재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기 전까지 이 둘은 세상 부러울 거 없이 잘 살았다. 충만했다. 행복이 그들의 울타리 가득 꽃처럼 그러했다.


Andrew는 급성 혈액암으로 아팠다. Candy도 자기를 비로써 웃게 해 줬던 그의 아픔에 함께 아팠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었음을 그 사랑이 먼저 떠나려 함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 달빛을 향해 울부짖던 늑대처럼 그러했다. 이렇게도 야속하게 짧았던

두 번째 사랑을 보내야 했다. 함께 한 여덟째 계절 끝이었다. 그녀는 또다시 울었다.울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었는데,남은 인생엔 꾹 참을 수 있는 슬픔만 올 것이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켜보는 슬픔도 커서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신의 노여움을 산 시지프의 운명처럼 자꾸만 밀려 내려오는 바위를 끝없이 밀어 올리면서 좌절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이다.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 나갈 힘  그  이유를 찾아야 하는 사람에게 어설프게 파이팅을 외치고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줄  염치가 없었다. 그녀처럼 그녀의 삶 길모퉁이에 머물러 있지 못하기에, 이 커플의 무대에서 조연이었던, 나의 아픔과 슬픔에 관한 감성적 위로는 매스미디어에서 한 번쯤 들어본 어설픈 위로가 될 수도 있었다. 마치 검푸른 해저 속 그 깊이를 가늠하기는 불과 학력 인양 그녀의 슬픔 지수를 내 마음대로 측정할 수 없었다.너무나 아픈 아픔을 품은 Candy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녀의 화병을 꽃으로 채워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든 꽃을 보며 꽃은 져서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음을 그녀가 받아 주기를 기도 할 뿐이었다 Candy의 화병이 꽃들로 다시 채워지기를 그저 기다려 본다


"세 번째 남편은 말이야..". 사랑스러운 Candy의  말소리가  들장미의 향기로 귓가를 간질인다.


들장미(찔레꽃/Baby Bries / Bries rose)
꽃말: 사랑스러움
원예용 장미와는 다르게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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