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꽃을, 전인권/허성욱 : 추억 들국화 - 1987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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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가슴 아팠던
첫 번째 'K-Pop 최애 그룹'의
'해체'는 누구였나요?
개인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Pop들을 무차별적으로 접하기 시작하고 스펀지처럼 쏙쏙 내 머릿속을 꽉꽉 채우기 시작했던 건 아마 1980년대 그 어디쯤이었을 것 같다.
이전에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당시 음악을 접하는 가장 쉽고도 빠른 채널은 바로 '라디오'였는데, '팟캐스트' 등과 같이 인터넷을 활용한 매체가 없었을 그 시절에는 공부, 운전, 업무 등과 병행하여 즐길 수 있는 Multi Activity가 가능했던 유일무이한 대중 매체였고 그렇기 때문에 그냥 일상생활에서 마치 '화이트 소음'처럼 함께 했던 추억이 가득하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어린 나의 개인적 취향을 사로잡기 시작했던 노래들은 대부분 해외 Pop들이었는데 흔히 Pop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하루에도 수십 곡씩 다양한 장르에서 레전드 아티스트, 프로듀서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등장한 많은 해외 레전드 그룹들의 해체와 솔로 독립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당시의 K-Pop은 당연하게도 해외의 Pop보다는 그 수가 현저히 적었고 그만큼 나의 관심에서도 차지하던 비중이 적긴 했었지만 서서히 질적/양적의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었던 때였다. 어쩌면 처음으로 내 머릿속을 파고든 첫 번째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그건 한 치의 고민도 필요 없이 '들국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들국화가 해체한다고?
어릴 적 그들의 음악으로부터 큰 영감과 감명을 받으며 자랐던 나에게 들국화의 해체 소식은 엄청난 실망과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음악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K-Pop의 최고 명반으로 들국화 1집을 꼽는 이유는 물론 그들이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들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출중했던 그들의 음악적 역량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조화롭고 아름답게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들국화 1집이 완벽하다고까지 말하는 데에는 건전가요라는 시대적 어두웠던 '강요'의 노래조차 멋진 아카펠라로 승화했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1집 최고의 노래를 '우리의 소원'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건전가요까지 완벽했던
K-Pop 최고 명반 들국화 1집
들국화 2집은 많은 사람들이 1집에 비해 아쉬운 앨범이라 평가한다.
1집의 대성공 이후 TV 등 대중매체보다 콘서트를 통한 대중과의 오프라인 만남을 주로 해왔고, 수많은 공연 스케줄 때문에 1집보다 많아진 멤버들과의 소통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2집 음악과 제작의 퀄리티와 그룹 전체의 균열을 서서히 만들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들국화 2집 중 대부분 최성원이 만들었던 '제발', '내가 찾는 아이',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연인', '님을 찾으면' 등의 노래들은 예전에 이미 만들어 발표했던 노래의 '재탕'과 같은 느낌이 있었고 최구희나 주찬권의 노래들 또한 아주 예전에 믿음 소망 사랑 시절 만들었던 노래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늘어난 멤버 간 음악적 견해를 좁혀 줄 프로듀서의 부재 또한 2집의 방향성이나 음악적 색깔의 결정을 더디게 만들었고 이는 곧 음반의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1집에서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던 멤버 간의 개성이 2집에선 서서히 음악적 갈등과 불편함으로 바뀐 것이다.
추억 들국화,
이걸 들국화 3집이라 하면 안 되겠니?
들국화 해체가 믿기지 않았던 그즈음, 1987년 들국화 멤버 전인권과 허성욱은 함께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이 수록되어 있는 '1979-1987 추억 들국화'라는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나의 눈을 의심케 했던 건 앨범 이름에 '들국화'라는 그룹명이 들어갔다는 것과 주찬권, 최성원, 최구희 등 '들국화' 멤버 대부분이 세션으로 참가했기에 그냥 들국화의 새로운 앨범이라 해도 될 것 같았다는 것인데, '아니 도대체 이럴 거면 왜 해체를 한 건데?'라는 애정 어린 원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난 이제와 천천히 돌이켜 보면, 말 그대로 음악적 견해로 멀어진 그들 사이엔 여전히 '동지'이자 '식구'와 같은 멋진 의리가 남아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앨범은 분명 '들국화'라는 그룹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이후 최성원, 주찬권, 손진태 등이 만든 역작들이 이 앨범에 함께 수록되어 들국화 3집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은 어땠을까?, 아마 1집을 뛰어넘는 명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그럴듯한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추억 들국화' 앨범에서 전인권은 보컬리스트로서는 그의 인생의 정점을, 그리고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로의 한 단계 성장하였음을 느낄 수 있는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사랑한 후에', '사노라면' 등에서 그가 보여준 역량들은 단순히 '최고'라는 말로써는 부족할 정도의 감동을 전달해 주었다.
다만, 허성욱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음악적 활동을 쉬고 있다가 1997년 캐나다에서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들국화는 전인권이 주축으로 많은 팬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외면을 받은 들국화 3집을 1995년 발매하게 되지만 이를 그들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언제나 멤버들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온 주찬권의 설득으로 2012년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3인조로 재결성한 들국화는 2013년 27년 만에 새로운 앨범 '들국화'를 선보이게 되는데, 무슨 하늘의 운명인지 앨범 발매 전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주찬권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늘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한 해체를 이야기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백열여덟번째 숨은 명곡은 1987년 전인권, 허성욱이 발표한 '1979-1987 추억 들국화' 앨범에 실린 전인권, 허성욱이 공동 작사/작곡/편곡 및 노래까지 함께한 타이틀 곡 '머리에 꽃을'이라는 노래이다.
들국화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
'머리에 꽃을'
이 곡이 앨범의 타이틀 곡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덜 알려져 있는 이유는 이 앨범에 수록된 '사랑한 후에'와 '사노라면'이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그 인지도가 낮아졌다고 생각되는데, 이 곡이야 말로 들국화의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해 내고 있는 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위적 해석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목에 그룹명인 꽃이 들어간 점도 그렇고, '머리에 꽃을'이라는 제목도 왠지 머리에 들국화의 추억들을 꽂겠다는 의미로 들국화의 향수가 절로 나기도 하며, 더욱더 세련되어진 허성욱과 들국화 멤버들의 연주와 노래, 가사, 코러스 등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들국화'를 향해 있다.
이전의 K-Pop에서는 잘 느껴보지 못했던 심플하지만 그 어우러짐이 극도로 멋진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피아노 솔로로 시작되는 전주는 천천히 무게감을 지닌 베이스와 함께 어우러지고 '생톤의 달인'이라 불리는 최구희 특유의 일렉기타와 은은히 받쳐주는 신디사이저가 귀를 사로잡는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쓰일 법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강약 강약'의 편곡과 함께 등장하는 지금은 들을 수 없는 허성욱의 가냘픈 목소리.
이 노래의 멜로디와 곡의 진행은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그 구조를 벗어나 마치 즉흥적으로 부르는 것만 같은데 이러한 의외성에 귀를 잠시 기울일 때쯤 저 멀리서 '툭'하고 등장해 들려오는 미친듯한 전인권의 코러스에 벌어진 입을 다물수 없게 된다.
이 노래는 많은 평론가들이 '이상향'을 노래한 것이라고 평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겐 이번 앨범 내 막내와도 같았던 허성욱이 마치 '들국화'의 시절을 그리워하듯 노래하고 있는 것 같이 들리기도 한다.
난 보고 싶은데
머리에 꽃을
노래는 변조와 구성을 또다시 뒤집고 또 뒤집어 당시 '이렇게 노래의 진행을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그들의 대담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중간에 울려 퍼지는 기타 솔로와 합주에는 마치 '들국화' 멤버들 모두의 음악적 연주의 역량을 모두 쏟아낸 듯이 들리는 멋진 선율 하나하나에 어느새 끊임없는 감탄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우리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작년부터 이어진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가슴 아픈 일들에, 우리 모두는 큰 상처를 입었고 끝없는 공포와 걱정 하나하나가 하루하루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무 걱정 없이 마냥 웃을 수 있는 그때가 올 수 있을까?
난 굳게 믿는다.
우린 또다시 지쳐 쓰러진 몸을 일으켜 무릎을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P.S 안타까운 사고로 하늘로 떠나게 되신 여객기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상상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에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작사 : 전인권, 허성욱
작곡 : 전인권, 허성욱
편곡 : 전인권, 허성욱
노래 : 전인권, 허성욱
형들이 모이면 술 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 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십여 년 전에 바로 지금 내 가살 고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길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 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 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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