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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병찬 Jan 10. 2020

인공지능은 정말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갈까?

사람과 인공지능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생각의 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도입해 왔던 다른 모든 기술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I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AI가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정부, 기업,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기술의 개발을 어떻게 가이드해 나가느냐, 그리고 이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인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AI가 가진 ‘잠재력’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기술은 저숙련 노동자뿐 아니라 고숙련 기술자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미 기업의 다양한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음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AI가 우리의 직업을 빼앗아 갈 것이다”라든가,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라는 등의 세간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7년까지 산업용 로봇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산업용 로봇 한 대당 평균 3~6명의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었다는 통계도 있고, 실제로 오늘날 많은 기업들 내에서 AI의 적용을 놓고 이루어지는 논의들 중 상당수가 “어떻게 하면 이 업무에 소요되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직업’이라는 것이 기술의 도입에 의해서 ‘완전히 대체’되어 왔다기보다는 ‘변화’를 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 더 젊은 세대들은 ATM보다도 모바일 결제 앱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 - ATM이 처음 개발되고 도입된 것이 1970년대인데, 1990년대를 지나면서 급속하게 보급이 확산되고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은행 창구직원 (Teller)라는 직업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고, 그 업무의 내용과 범위가 ‘단순한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것에서 ‘보다 맞춤화된 대응을 할 수 있는 마케팅/세일즈 업무’로 변화해 왔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AI가 단순히 오늘날의 ‘직업’을 대체한다기보다는 현장의 인력이 수행하는 전체적인 업무의 맥락 속에서 ‘특정 태스크’를 자동화함(automation)으로써 해당 인력이 수행하는 업무를 보완(augmentation) 해 준다고 이해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AI의 적용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때로는 지루하거나 그 가치가 낮은 활동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지고, 보다 높은 가치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활동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잡 마켓의 관점에서도 그 범위와 내용이 오히려 확장되고, 많은 직업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AI와 인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공존하고 발전해 나갈 미래가 그냥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바라는 AI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Future of Work’에 대한 논의에서 ‘Work of the Future’에 대한 논의로 초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AI는, 마치 산업화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를 거쳐오면서 우리의 사회 전반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바뀐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 세대에서의 사회 운영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줄 것입니다. 과연 미래의 ‘직업’, 심지어는 더 나아가서 ‘노동과 생산’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조망과 계획이 우선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정부와 기업 모두가 현장의 노동자/사무직 등 인력과 그들의 ‘업’을 보호하면서 AI를 도입할 수 있는 원칙과 환경,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기업에서 AI의 도입 과정에서 스스로 물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력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도입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인력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우리의 사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 도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현장 인력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니즈가 반영된 AI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AI 시대에 필요한 전 세대에 대한 교육이 지금부터 계획되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AI는 지난 수십 년간 발전되고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기술 Set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사회 및 기업 시스템의 전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기술입니다. 이에 대한 교육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루어져야만,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AI가 가져올 변화에 잘 적응해 나가면서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장밋빛 미래 – 가 있다고 한다면 – 는 그냥 아무런 노력 없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이 AI라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개발해 나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사회, 정부, 기업, 개인 모두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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