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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생각_영수증

by 서울

아버지의 사망 후 (새)어머니가 예금을 출금하셨다.

그 인출금을 달라는 형제들의 고소와 소송이 있었다. 수년을 고생하셨다.

대부분의 금액이 아버지의 병원비, 장례비 등등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영수증들을 모아 법원에 제출하였다.


원고들의 서면에서는 상속비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영수증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지 관리비용이었다.

아버지 사후 아버지 명의로 받은 고지서를 어머니가 내셨던 거다.


상대 주장이 너무 확신에 차서 잠깐 헛갈렸다.

'이건 상속 비용으로 쓴 게 아닌가?

그런데 조부모 묘지 관리비인데...'

원고들의 주장은 말도 안 되었으므로 판결은 어머니의 승소였다.


나는 이 영수증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소송들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때 어머니께 영수증을 받아보았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묘소에는 어릴 때 아빠와 갔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앨범에 남아있을 거다.

그런데 부모님이 사이가 나빠진 이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권리자가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었고 5년 치 관리비였다.

우리가 소송을 4년이나 했으니 이제 다시 관리비를 낼 때가 다가온다.

묘지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여 권리자를 바꾸려고 하니

"성묘 한 번 오세요. 전화로 바꿔 줄 수가 없어요.

자필로 작성할 것도 있고 사망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도 있어야 하고요."


이것을 계속 어머니가 내도록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이 묘소를 이제 내가 맡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음. 효손이네." 남편이 말했다.

고맙게도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은 기차표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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