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둑하고 쌀쌀한 시간이다.
새벽 첫 버스를 탔다.
첫 차를 타는 건 오랜만이라 여유로운 자리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만원이었다.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는 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범상치 않은 코스튬과 분장을 보니
'아. 어제가 핼러윈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 버스가 어디를 경유해 왔나 노선도를 살펴보았다. 홍대를 지나온 것이었다. 아마도 밤새 놀았던 것 같고 서울역에서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듯했다.
생경한 풍경이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가 타지니 그들의 외로움 같은 게 분명 있을 거다. 핼러윈은 그들의 명절이니 즐거운 듯했다.
이태원 참사가 자동으로 생각나는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한국인들은 그 사건 이후 핼러윈을 예전처럼 즐기기는 어렵겠지.
외국인들이야 예전 사고를 알 리도 없고 잠시 머물다 가는 나라에서 그들의 놀이를 하는 것일 게다.
수년 전 사고지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었던 게 떠올랐다. 아직도 그렇다. 아마도 핼러윈 코스튬을 볼 때마다 이렇겠지..
어느새 서울역이다.
우리는 외국인들과 같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