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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기차

by 서울

덜컹거리는 기차는 천천히 달렸다.

순영은 기차 안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자꾸만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관심 없는 척 창 밖을 보기도 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터널을 지날 때 창에 비친 모습을 힐끗 보아하니 얼굴이 까맣고 촌스러운 남자였다. 순영의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평소 순영은 '여자인생은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결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교회에 열심인 여자이기도 했다.

그녀의 기도는 서울대 나온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순영은 상고를 졸업했지만 그림에 재주가 있어 삼류대학이지만 미대에 진학했다.

그녀는 회사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는데 일이 너무 지겨워 결혼하면 그만 둘 요량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서울대 나온 남자는 만나기 어러웠다. 가족 중 공부를 잘 한 사람도 없었고 교회에도 결혼 적령기의 서울대 출신은 귀했다.

그녀는 미인이었다. 어디 내 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콧대가 높을 대로 높아 좀처럼 성에 차는 남편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차 옆자리 남자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과 수첩을 꺼냈다. 덜컹거리는 무궁화 호에서 책 읽기란 어렵지만 가는 길은 멀었고 뭐라도 해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순영은 이 남자의 수첩에서 서울대 마크를 포착했다.

갑자기 순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내내 찾던 서울대 졸업생인 게 분명했다. 옆에 앉았기 때문에 얼굴을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또 힐끔 쳐다보니 처음보다는 못나 보이진 않았다.


남자는 수첩의 종이에 무언가 적다 말다 하였다. 쪽지를 써서 순영에게 건네려고 했던 것 같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는 못 한 것 같았다.

열차가 서울에 도착할 무렵 남자가 용기를 내었다.

"저.. 잠시 시간 되시면 커피라도 같이 하실래요?"

순영은 처음 열차를 탄 몇 시간 전부터 이 남자가 말을 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대 졸업생인 것을 확인해야 했으므로 커피는 당연히 마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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