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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두 번째 기도

by 서울

순영이 뜻대로 결혼하게 해 달라는 기도는 쉽게 이루어졌다.

그녀는 기도의 응답을 믿었다.


객관적으로 순영은 스펙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학벌이나 집안도 별 볼일 없었고 그런 처지에서 대단한 혼사 자리는 들어올 리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연애결혼을 성사시킨 성취감에 그녀는 자신이 하나님의 선택된 자녀라고 느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기도 주제가 생겼다.

순영은 임신 중이었는데 시댁에서는 아들을 간절히 원했다.

1970년대의 남아선호 풍조는 여전했다.
학교에서도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훨씬 많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순영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진우는 조금 달랐다.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평생 ‘책임감’에 짓눌려 살았다.
그는 아이 없이 자유로운 결혼생활을 꿈꿨다.
그 당시에는 그런 가정이 거의 없어서 용어 자체가 없었지만, 요즘 말로 하면 ‘딩크’였다.
하지만 이미 임신을 했으니 하나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도 하나만 낳는다면 아들을 원했다.


순영은 시댁에서 들은 서운한 말들을 차곡차곡 기억했다.

아들을 낳아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 다짐했고 매일 골방에 엎드려 아들을 달라 기도했다.


이번에는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으셨다.


그다음도.


그다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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