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자녀를 더 원하지 않았지만 순영은 달랐다.
다음번에는 아들을 낳을 것만 같았다. 그 다음번도 그랬다.
연이은 세 딸의 출산으로 시댁과의 갈등이 커진 순영은 시댁에는 발길을 끊었다.
진우는 부모님에게 미안함이 컸고 제사나 명절에는 혼자 가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부부 싸움이 발생했다.
이것은 단순히 시댁 문제만은 아니었다.
결혼식 축의금 사건 이후 순영은 자신의 성격을 숨기지 않았다.
돈에 매우 민감했는데 그 정도가 날로 심해져 갔다.
한편 진우는 조직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하며 버텼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지자 순영의 폭언이 이어졌다.
진우는 점잖은 사람이었다.
그는 말 수도 적은데 그녀와의 말싸움에서 이길 재간이 없었다.
이 같은 성품의 진우에게 그녀의 폭언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반면 순영의 입장에서는 실패한 S대 출신은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내조를 하는데 내가 아깝다.' 순영은 늘 이렇게 생각했다.
순영의 기대와 다르게 진우가 벌어오는 돈은 순영이 만족할 정도가 아니었다.
싸움은 극에 달해 몇 차례 밥상 뒤엎기가 있은 후 둘은 이혼하기로 하였다.
이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서로 돕지 않았다.
불에 크게 데인 사람마냥 진우는 순영을 떠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고, 순영은 그럴수록 하나님에게만 매달렸다.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이었지만, 순영은 그것만은 놓치지 않았다.
아이들도 순영이 키우기로 합의했다.
진우는 이렇게 맨몸으로 이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