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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사위

by 서울

순영은 딸들의 대학입시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도 전 남편의 경제적 무능의 탓으로 돌렸다.

양육비를 받았지만 그 돈에 순영의 몫은 없었으므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자신이 결혼할 때 학교만 따지고 학과를 따지지 않은 것을 통탄해했다.


일반적으로 학업 성취에는 환경과 유전이 함께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진우가 서울대를 나온 이상 딸들이 서울대에 못 간 건 진우의 탓이 아니라 순영의 유전자 영향이라고 결론짓는 게 상식적일 수 있다.

생명은 신비로우니 이 유전자 이야기는 의미 없긴 하다.

이러한 상식에도 불구하고 순영은 딸들이 자신을 닮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신 딸들의 의지력이 약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순영의 기도 주제는 대학입시에서 결혼으로 넘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이걸 달라 저걸 달라고 외치는 기복신앙에 가까웠다.

딸들을 내노라는 혼처와 맺어주는 게 자신의 자존심 회복에 필수였다.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서울대 나온 사위를 원했다. 더불어 교회에 다니고 돈도 많은 집안 이어야 했다.

그 이하의 조건은 대상에서 제외였다.

이 기준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의아하지만 인생에서 한 번도 서울대 졸업생에게 덕을 본 일이 없었음에도 그녀의 고정관념은 심하게 고정돼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나 딸들의 소양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의 사위감도 취향이나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저 스펙만이 중요했다.


어느 정도 머리가 큰 자식들을 마음대로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큰딸은 순영의 성에 차지 않는 결혼을 했다.

사위는 성실했지만 직업이 불안정했다.

순영은 사위를 보며 진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의 소망을 이루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던 첫째는

직장보다는 서울대 대학원을 기웃거렸다.


둘째는 가족 중에서도 순영의 기대와 가장 거리가 먼 선택을 했다.

그녀가 직장에서 만난 필리핀인을 데려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순영은 그저 말문이 막혔다.

결혼 후 둘째는 먼 나라로 떠났다.


셋째는 아직 미혼이다.
그녀 또한 학력 콤플렉스를 떨치지 못해,
한창 일할 나이에도 학교를 옮겨 다니며 학위를 쫓았다.

순영과 똑 닮은 성격이었다. 결혼을 했더라도 제2의 진우를 만들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결국 순영의 뜻대로 서울대 출신 사위를 얻는 일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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