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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Feb 12. 2024

축구에는 후반전이 존재한다

「넥스트 골 윈즈」, 2024


한 해가 또 지나가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한 해를 맞이하며 듣는 첫 노래가 일 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첫 영화도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나의 2024년 첫 영화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영화가 나의 일 년을 의미하는 거라면, 매우 만족스럽다. 최고의 한 해가 될 것이다!


'다음에 들어갈 공은 승리다.' 넥스트 골 윈즈는 그런 영화였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다가, 파격적인 31-0이라는 스코어의 주인공이라 관심을 조금 갖다니. 이상한 일이면서도,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좋은 자극제가 되어 팀이 더 발전되는 건 좋은 일이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메리칸사모아 축구팀'이다. 나는 사실 야구를 좋아한다. 축구보다 야구의 규칙이 더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축구 규칙이 너무 어렵다. 오프사이드? 용어들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왠지 아메리칸사모아를 보니 축구를 보고 싶어지고, 규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의 긍정적 힘이 어느새 나에게도 들어왔나 보다.


축구 얘기를 하고 싶지만 역시 알지 못하는 세계에 관한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축구보다는 그들의 마음가짐, 행동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글에서도 그 얘기들을 하고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믿기지가 않는다. 이렇게 긍정적이고 맑은 마음들이 존재할 수 있다니! 살아가면서 쌓아둬야 할 것은 역시 '긍정'이다. 행복해야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다)


인생에 한 번쯤은 큰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칸사모아에 새로 부임한 감독에게는 그 변화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 같아도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근데 왠지 이 감독을 보니 어파이어의 (남주이름)이 생각났다. 고슴도치 같은 게... 꼭 닮았다. 아무런 관련 없는 영화지만 문득 생각이 나 덧붙여본다. 어쨌든 결국 감독은 마음을 고쳐 잡고 선수들과 진정한 '원 팀'이 된다. 이 또한 긍정의 힘이다. 축구에는 후반전이 있고, 인생에도 후반전은 존재한다.


감독이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참 좋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의 마음들을 꺼내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시간이 있었다. 다들 선뜻 얘기를 꺼내지 못했고, 그렇게 경기는 시작했다. 감독님 성격이 한풀 꺾이셨나 보다고 생각했으나 경기가 시작하고 나니 전혀 아니었다. 오산이었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전에 들어가기 전, 감독은 결국 팀을 이탈한다. 그러나 이사장이 얘기한다. '정작 감독님의 속내는 꺼내진 적이 없다.' 나를 보여주지 않고 남을 먼저 보려 하니 순서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데 어떤 얘기도 선뜻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순간 관계에는 잔잔한 물결이라도 일렁일 것이다.


온기와 긍정이 존재하면 못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메리칸사모아 축구팀의 다정함이 좋다. 모두를 포용하는 온기도 좋다. 영화가 끝난 후 실제 선수들과 배우들을 교차하며 근황을 알려주는 게 참 좋았다. 캐스팅된 배우와 실제 선수들이 너무나도 닮아서 놀랐으며, 아직까지 축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너무 다행스러웠다.


아메리칸사모아가 멈추지 않았으니 나도 함께 해볼까 한다. 이제 나의 응원팀은 '아메리칸사모아'다. 유로파 리그 등등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들의 긍정적인 힘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기를!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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