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와 안전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사태를 통해 권력이 어떻게 일상을 흔들 수 있는지 목도하고서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책임과 결과 또한 시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실을 보면 민주주의는 관망하는 시민 위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신문을 찾아 검색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스스로 물러남을 선택한 현역 시의원이 있는가 하면, 38년 동안 제도 밖에서 문제를 견뎌온 예비후보가 같은 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상연 시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강종수 예비후보의 출마는 이동을 넘어서, 한 사람이 내려놓은 공적 책임과 역할을,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소명으로 이어받는 장면처럼 다가왔다.
더 의미 있는 대목은 두 사람이 정치적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지금도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응원하고 있다. 조상연 의원은 정치를 떠나며 “이제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사회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종수 예비후보는 정치를 시작하며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들을 이제는 제도 안에서 풀어보고 싶다”고 했다. 서로 다른 시점에 서 있었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 그리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동체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서였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드러난다. 정치는 흔히 경쟁과 대립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치와 책임이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관한 문제이기도하다. 한 사람이 내려놓은 자리는 형식적인 공백이 아니라 누군가 이어받아야 할 책임의 자리이며, 그런 과정에서 정치의 연속성과 공공성이 형성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종수 후보는 사지마비 와상중증장애라는 한계를 안고서도, 공적 책임을 스스로의 삶으로 감당하며 정치로 구현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강 후보의 이야기는 현장에서 출발한다. 오랜 시간 제도의 바깥, 삶의 가장‘을’의 자리에서 ‘정’의 자리에서 문제를 마주해 온 사람이다.
기자로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느낀 것은, 정치가 다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의 무게를 삶으로 입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공약과 약속이 제시되는 가운데, 어떤 경험과 시간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까지 함께 살펴보는 일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정책은 점점 다층화되고 있고, 그 안에 담긴 방향성과 공적 책임 역시 더욱 정교하게 요구받는 흐름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말과 삶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닿아 있는지, 그 간극을 얼마나 성실히 메워왔는지를 가늠해보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지방정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정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중앙정치의 구도에 종속되거나 인물보다 정당이 먼저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누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보다 어느 당 소속인지가 먼저 판단의 기준이 되고,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보다 전국 단위의 이슈가 선거를 덮어버리는 장면도 반복된다. 지역 후보들은 그 사이에서 정작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과 실질적인 대안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지점은 대표성이다. 지방의회는 다양한 삶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공간이지만, 여전히 특정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종수 후보의 출마는 개인의 도전을 넘어, 정치의 문턱이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동시에 조상연 의원의 불출마는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선택을 존중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시민들은 다시 선택의 문턱에 서 있다. 더 큰 목소리나 공약의 양적 경쟁에 앞서, 각 예비후보가 어떤 삶의 궤적을 지나왔는지,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감당하며 공적 역할을 수행해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가 삶을 변화시키는 공적 메커니즘이라면, 또한 출발 역시 삶에 대한 이해와 축적된 경험 위에 놓여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는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응답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유권자의 선택은 수치의 합이 아니라, 사회의 방향과 결을 형성하는 결정적 행위다. 새로운 인물이 정치에 진입하고, 또 다른 인물이 스스로 물러나는 교차의 순간에서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더 유리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시민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재선 시의원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당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정치를 직장처럼 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예산을 면밀히 살피고 시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정직한 후보가 선출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더 오래 머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물러나는 것 또한 정치의 한 방식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권력의 관성에 기대지 않겠다는 선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빈자리를 어떤 사람이, 어떤 책임감으로 채워갈 것인지는 다시 유권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결국 투표는 선택을 넘어, 우리가 어떤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누군가는 물러나며 길을 열고, 누군가는 장애인식의 전환을 놓고 자신의 책임을 올려놓는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선택해야 할 기준은 정당의 이름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변해 줄 수 있는 후보인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 앞에서도 끝까지 책임 있게 수행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까지 주도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의 삶을 성실히 들여다보고, 맡겨진 권한을 책임 있게 사용하며, 결과로 답하는 시의원과 국회의원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 바람이, 한 표에 담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