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개들이 힘들까 봐 둘째 낳는 걸 망설이고 있다.
물론 내가 또 한 번의 출산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100% 개들 때문은 아니지만 적어도 30%는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좋지 않은 내 몸 상태와 다시 겪게 될 육아 우울, 경제적인 부분 등등이 되겠다.)
임신, 출산, 그리고 아이가 어릴 때의 폭풍 육아를 겪은 약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키우는 나와 크는 아이만큼 개들도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아기 때문에 개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 하루 종일 한 번 제대로 안아주지 못 한 날들이 쌓일 때,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개들에게 괜히 짜증을 냈을 때 나는 괴로웠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몰래 나와 뒤늦게 개들을 껴안고 몇 번이고 미안하다 사과하며 쓰다듬다 그 곁에서 까무룩 잠들어 버린 날들도 많았다. 그러다 나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도 안 돌아보고 안방으로 달려갈 땐 또 미안했다.
그나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개들을 산책시켜주고 출근하는 남편 덕분에 죄책감을 아주 조금 덜 수 있었지만, 주말이면 애견 놀이터에 가서 몇 시간씩 뛰어다니던 때와 비하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물론 육아 덕분에 여가 활동을 못 하는 건 나와 남편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고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기꺼이 감내하는 거고. 개들은 전혀 그렇지 않을 테니까. 아마도 그냥 느닷없이 천지가 개벽한 수준의 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정말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까 싶다.
개들은 내가 피곤하다며 무심하게 밀어내도 전혀 굴하지 않고 계속 내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얼굴을 핥는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내 지나친 기우일 뿐이고 개들은 의외로 나에게 그다지 서운한 마음이 없고 별로 힘들지도 않은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갑자기 변해버린 내게 이토록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는 게 가능한 건가. 아무리 소홀하게 대해도 계속 나를 사랑하기만 하는 개들을 보면, 그래서 오히려 더 미안해진다. 그들이 내게 주는 사랑이 황송하고, 그 마음의 반도 돌려주지 못하는 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미안해하고 싶지 않은데 그저 사랑만 하고 싶은데
사랑하면 할수록 미안함이 자꾸만 커진다.
이런 내가 또 한 명의 인간을 낳아 돌볼 수 있을까. 10살 넘은 노견 두 마리와 갓 태어나 펄펄 뛰는 아기 두 명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울 그릇이 될까. 생각하면 정말 자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외동으로 확실히 굳히기엔 여전히 일말의 미련이 남는다. 어쩌면 좋을까.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개들이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흔쾌히 허락을 받든, 혼쭐이 나서 포기하든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