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산벌
2003년 작품.
이준익의 2번째 연출작. 첫번째는 키드캅. 망했다.
이 작품으로 빚 40억 중에 10억을 갚았다.
유명한 대사로 마지막 계백의 부인(김선아)의 대사
"호랑이는 그 잘난 가죽 때문에 뒈지고, 사람은 그 잘난 이름값하느라 뒈지는 것이여."
8년 뒤에 <평양성>(2011)을 제작하는데 실제로도 황산벌 전투가 660년, 고구려 멸망이 668년이다. “흥행하지 않으면 상업영화 포기” “성공하면 매소성 제작”이라고 했고 270만을 기록하며 상업 영화 은퇴 선언.
2.변산
줄거리: 전라북도 부안에 위치한 변산반도가 고향인 무명 래퍼 학수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다가 탈락한 뒤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는 내용의 이야기.
-시대극을 만드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연출을 즐기지 못했다. 즐기면서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그랬던 영화. <라디오스타>나 <즐거운 인생> 같은.
3.동주
외적 투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의 분위기를 살리는 게 힘들었을 거라는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은 영화다. 이런 이유는 윤동주라는 인물이 영화는 물론 단막극으로도 재현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익은 그 해결책으로 송몽규와 윤동주의 대립을 넣었다.
이준익은 "한국영화의 경우 드라마의 숨은 보물이 일제 강점기다"라고 생각했다. <아나키스트>를 제작할 때 처음 이런 생각을 했고 이후 <박열>도 연출했다.
제작비가 정말 초저예산인데 처음에는 1억 5천에 맞추려고 하다가 안되서 5억으로 했다. 버스 광고도 안 하고 입소문만으로 흥행에 성공. 주인공 강하늘은 <평양성>에서 처음 연이 닿았던 배우. 유아인이 윤동주의 역할을 하고 싶어했었다. 시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 때 망하지 않을 만한 제작비를 계산해보니 5억원이었고, 그래서 저예산으로 찍었다. <라디오스타> 제작비 28억원. 비교를 하자면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침입자>가 65억, <결백>이 57억, <살아있다>가 100억.
4.박열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는 거의 피해자의 억울함이나 일본 제국주의를 상대로 한 이야기. <동주>에는 그런 게 없다. 반일 감정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 설정 대신 시대를 관통하는 한 젊은이의 시의 세계와 신념만 있다. 이런 시선을 관객들이 받아들인 걸 보고 <박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5.자산어보
<자산어보> 역시 흑백으로 찍었는데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예산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백으로 찍게 되었다.
6.왕의 남자
2005년, 3번째 연출작.
40억 중에 남은 30억을 이걸로 다 갚았다.
제작비는 44억인데 사극치고 적은 이유는 이렇게 말한다. "44억만 줬으니까"
제작비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철학: “과도한 의욕으로 찍지 못할 장면을 쓰는 건 진짜 무책임한 일이다. 건물을 짓더라도 정해진 건평과 층수가 있어 설계대로 한다면 돈이 더 들어갈 일이 없지 않나. 내 돈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지금보다 더 싸게도 비싸게도 할 수 있지만, 이건 남의 돈으로 찍은 영화이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나는 그 약속이 예술을 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다고 본다.”
연극 <이>가 원작이다. 연극에서는 연산과 공길이 중심인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을 다루기란 힘들어서 장생을 주인공으로 했다. 장생이 제일 먼저 와닿았다.
장생을 캐스팅하려고 하니 양동근과 장혁이 캐스팅이 불발되고(장혁은 병역문제) 결국 캐스팅된 감우성은 차라리 공길이 났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진영만 일찌감치 캐스팅. 감우성에게 자신이 왜 이 역에 맞는지 설득해달라고 해서 이메일을 절박하게 보냈고 그게 먹혔다.
영화를 보면서 이준익은 보면서 훌쩍였다고 한다.
“세상과 자신을 1:1로 놓은 장생의 시각이나, 나락에서 천상으로 오르내린 그의 삶이 내 것과 닮아서”
“장생처럼 세상에 적개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분윳값 구하러 다니면서 돈 때문에 자존심이 무너지는 경험이 상처로 남아서 세상에 복수하겠다는 심리가 있었다”
관객과 내적 갈등이 유사한 인물이 주인공이어야 관객이 쫓아갈 수 있는데 권력과 신분을 강하게 부정하는 장생. 처선은 전지적 시점으로 사건을 보는 인물이 필요해서 넣었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화인데, 10대라면 공길, 20대 중후반이라면 장생. 처선으로 보면 전체가 정확하게 보인다.
이준익 감독이 여자 캐릭터 디렉팅이 어려우니 장생에게 공길 디렉팅을 같이 하자고 했다.
7.소원
2011년 영화.
상업영화 은퇴 선언을 했었는데, 트위터에 “평양성, 250만에 못 미치는 결과인 170만. 저의 상업영화은퇴를 축하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소원은 재데뷔작이다.
나중에는 상업영화 은퇴 같은 게 오만한 말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상업영화라는 걸 본인이 너무 잘 알고 있고, 대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는 내 생각.
소원을 연출하면서 들었던 생각
"소중한 금붕어 한 마리가 든 어항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달하는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길이 얼마나 먼가. 가다가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옆 사람이랑 부딪혀서 깨져버리지 않도록 조심조심했다."
아래는 씨네21 인터뷰에서 밝힌 <소원>에 대한 답변
=사건의 정황을 알려주는 최소한의 장면만 남겼다. 보통 상업영화 시나리오의 기본 틀은 사건의 연속을 구조화하는 거다. 애초의 사건을 더 큰 사건이 덮어버리고 그것이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키면서 점입가경이 되는 것. 근데 이 시나리오는 사건은 딱 하나고 나머지는 다 사연이다.
=감정을 강요하는 카메라 앵글이나 연기나 연출은 무조건 배제했다. 덕분에 신파에 끌려간 것 같지 않다.
=한국영화가 비용 면에서 할리우드영화에 준하는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기 어려우니까 다른 자극을 파고든다. 관계의 자극, 표현의 자극. 특히 아동 성폭행 같은 소재는 뉴스에서도 보도 윤리상 끔찍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잖나. 근데 영화는 사실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겠다고 그 끔찍한 장면 속으로 카메라를 쭉 들이밀어서 공분을 일으키려 한다.
=내 앞의 감독은 떨어뜨렸던 아이인데 다시 보니 얘다, 싶더라. 난 레퍼런스가 없는 배우는 두 가지만 본다. 첫 번째는 목소리. 글과 말은 대뇌가 사고하는 거라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세포가 움직이는 거라 거짓말을 못한다. 두 번째는 눈빛. 콧구멍, 귓구멍으로 사람 마음이 보이나. 오직 눈을 통해서만 마음을 살짝살짝 들여다볼 수가 있다. 이레는 목소리도 가식이 없고, 눈도 활짝 열려 있잖나. 이런 친구는 이북말로 연기해도 관객이 다 따라온다.
=감정 신에서 배우를 안 따라가는 감독은 바보다. 특히 설경구는, 감정을 쥐고 가는 힘이 대한민국 최고다. 설경구가 이 영화 찍으면서 매일 줄넘기를 5500번 했다잖나. 아마 성폭행 당한 딸의 아버지의 감정을 만드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는 뜻일 거다. 그렇게 감정을 만들어서 현장에 오면 슛 들어갈 때까지 아무하고도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한다. 마주치면 감정이 날아가니까. 그럼 감독도 무서워서 눈을 못 마주친다. 근데 인터뷰하면 그냥 했다 그러지. 그게 다 영업비밀이라 그렇다. 내가 다 까줄게. (웃음)
=안 그랬으면 수렁에 빠졌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사건은 하나고 나머지는 다 사연이잖아.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 그 사연의 감정을, 그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다 계산할 수 있겠나. 계산할수록 ‘삑사리’만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