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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트업 리포트
by 비즈업 Aug 01. 2016

"한국 너무 사랑해 '韓 알리기' 業으로 삼았어요"

스스로 '한국 스토커'라 말하는 加여성·美 남성 부부의 국내 창업 이야기

캐나다 로키 산맥의 설경(雪景)과 함께 한 2년. 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던 그 때, 고향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이에게 불쑥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아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부산’ 그리고 ‘제주’를 그날 처음 알았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어감이 더 좋았던 곳,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게 지난 2006년, 스물 네 살 때의 일이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2016년 한여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해 이 나라를 널리 알리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캐나다 출신 여성 마리 프레넷(Marie Evelyn Frenette·34)과 예비 신랑 코리 메이(Cory May·35)를 최근 비즈업이 만났다.


이들 예비 부부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의 청년창업플러스센터. 지난 한 달간 본인들이 엄선한 '한국적인 상품'들을 신발박스 크기의 갈색 ‘디스커버리 박스(DISCOVERY BOX)'에 담고 있다. 이 박스들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코리아큐레이티드닷컴(www.koreacurated.com)의 전세계 회원들에게 배송된다. 이렇게 이들은 한달에 한차례씩 자기 회원들에게 박스를 보내 '한국을 소개(Korea curated)’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디스커버리 박스를 전세계에 배송하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지난해 8월부터 홈페이지 구축 작업 등을 거쳐 올해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및 블로그 등의 바이럴마케팅과 글로벌 비영리단체(NGO)과의 협력 등 자연적 홍보를 통해 회원을 늘리고 있는데, 이렇게 확보된 전세계 18개 국가의 '한국 마니아'들이 이들 부부가 발견(DISCOVERY)해 박스(BOX)로 보낸 '한국스러운 물건'을 통해 새로운 한국을 경험하고 느낀다.



디스커버리 박스에 담기는 ‘한국스러운 물건’은 뭘까. "오감으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어요. 한국과 관련한 책이나 DVD, CD 등과 함께 중소기업이나 인디 제품들,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것들의 제품을 주로 고르죠."(마리 프레넷)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달 배송된 ‘디스커버리 박스’를 살펴보자. 순수 한국산 재료로 만들어져 대한민국 대표 모던 엿이란 설명이 붙은 '엿츠미니 체력이 엿먹일 때', 카카오 캐릭터가 포장지에 담긴 더페이스샵의 마스크 제품, 친환경 옥수수 소재로 양말을 만들어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착한양말업체 '콘삭스'의 양말 등이 지난달 디스커버리 박스에 실린 ‘한국스러운 물건’들이다.  


한 달에 한차례씩 회원들에게 보내는 이 디스커버리 박스 외에 이들의 한국 알리기 활동은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더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예비 부부의 이름을 딴 ‘코리 앤 마리(Cory & Marie)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 곳곳의 풍경과 음식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인 어머니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코리 메이가 만들기 시작한 영상이 스멀스멀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구독자 3만명의 유명한 한국 소개 채널이 됐다.

"1997년 한국을 떠난 어머니께 보여드리려고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는데 이 비디오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더라고요. 마리를 만난 이후엔 채널 이름을 'Cory & Marie'로 바꿔 함께 운영을 하고 있죠."(코리 메이)



이들의 한국 사랑은 우연으로 시작해 필연이 됐다. 캐나다에서 창업을 전공했고, 언젠간 해외를 무대로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던 프레넷 대표지만 그 무대가 한국일 줄은 본인도 몰랐단다. 스물여섯 살 때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이 아니었다면 아시아의 조그마한 반도 땅을 '제2의 조국'으로 삼을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살았던 로키산맥에서 동쪽에 있는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알게 된 여자에게 물어봤어요. '비영어권 국가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싶은데 추천하고픈 나라가 있느냐'고요. 부산과 제주를 추천받았는데, 그런 도시가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어요."

그로부터 3개월 후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 프레넷 대표. 딱 1년만 살아보자던 한국 생활이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그 사이 미국 출신의 또 다른 '한국성애자' 코리를 만났고, 둘은 남은 반평생을 함께 하자는 가약을 이달 맺을 예정이다.  

"제주에 살 때 사람들이 저를 더 많이 챙겨주려 한다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그게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정'(情)이라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그 단어를 듣자마자 '아, 이거구나' 싶었죠. 다른 나라에 살면서 국제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한국에 왔는데, 어느덧 '한국 스토커'가 돼 있더라고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웃음)" (마리 프레넷)

법무부의 출입국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89만9,519명(불법 체류자 21만명 제외)으로 전년 대비 5.7%나 늘었다. 이를 포함, 5년간 매년 9%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며 '외국인 체류 2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이 중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 절반(50.3%)을 차지하는 등 저숙련 노동자의 유입이 대다수이며, 프레넷 대표처럼 '외국인의 국내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당장 비자 취득 등 국내에 사업체를 내기 위해 필요한 법적 구비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프레넷 대표 역시 한국에서 꼬박 7년을 보낸 2013년에야 현재의 'F-2 점수제 비자'를 취득할 수 있었다. 더욱 넘기 힘든 산은 한국에서 사업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른바 '3연'(학연·지연·혈연)의 부재.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게 단점일 수 있는데 , 이런 네트워킹이 없으니까 더 열심히 저와 맞는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 밖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좋은 사업이 많은데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서류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죠."

외국인이라서 감내해야 하는 이런저런 불편함을 이겨내고, 한국을 알리는 일을 업으로 삼은 마리와 코리. 지금의 디스커버리 박스 판매 및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생명과학을 통한 친환경 육류대체식품을 개발하는 '소셜벤처'를 뜻이 맞는 국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 좋아 이젠 한국 외의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두 예비부부. 이들에게 던진 "한국에서 사업한 걸 후회하지 않느냐" 하는 우문(愚問)이 현답(賢答)으로 되돌아왔다.



"후회요? 이게 제 인생인데 왜 후회하나요. 제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창업한 건데 후회할 게 뭐가 있겠어요."(마리 프레넷)

"(법적으로) 미국인이지만 미국을 한번도 집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가 훨씬 편안한 것 같아요. 여기가 제 집이라고 생각해요."(코리 메이)   /유병온·백상진 기자 on@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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