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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트업 리포트
by 비즈업 Oct 12. 2016

돈 못 버는 기업에도 투자? “‘가치의 시대’니까”

소셜벤처∙사회적기업 대상으로 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비플러스’

“얼굴이 다 타서 까매지질 정도로 돌아다녀 봤지만 결국 투자는 못 받았어요. 뜻은 좋다고 하면서도 지갑을 선뜻 열겠다는 곳은 없더군요.” 


몇 달 전 열린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소셜벤처 대표 Y씨가 털어놓은 푸념이다. 비정부기구(NGO)를 위한 홍보∙모금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는 그는 “투자를 받고 싶으면 ‘내가 하는 게 돈이 되는 일’인지 증명하라더라”며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서 공적인 가치를 함께 보며 시작한 일인데 돈 앞에 번번이 무너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산업화 시대 경제 성장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 최근 우리나라에 이런 경제 성과만이 아닌, 복지나 공생∙환경 등 공공선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영리활동에 사회적 가치를 더한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들이 주인공들인데, 앞선 Y 대표의 사례처럼 마땅한 사업 자금을 구하지 못해 울상인 곳이 많다. 사회∙환경적 가치 등을 추구한다는 업의 특성상 가시적 경제 성과를 단기간에 거두기가 쉽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한 바를 달성하더라도 이를 재무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탓에 투자업계가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박기범 '비플러스' 대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비플러스’(BPLUS)의 박기범(38∙사진) 대표는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이라면 정부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실제 돈을 받기까지 오래 걸리고,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경우엔 그마저도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는 돈은 작성해야 할 서류가 많고 행정절차가 복잡해 실제로 돈을 받아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요. 기업들은 지금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말이죠.”




‘좋은 가치’를 갖고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돈 걱정’ 때문에 그 뜻을 펼치지도 못한 채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박 대표. 그래서 지난 3월 소셜벤처∙사회적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비플러스’를 만들었다. 정부나 제도권 금융∙오프라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들이 온라인을 통해 개인으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십시일반 모집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마련한 것. 환경∙복지 등 공적 가치에 관심이 많은 개인들로서도 실제 그런 가치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에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비플러스 창업 전 박기범 대표는 국내 1위 회계법인의 회계사로 활동했습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창업 분투기는 아래 기사에서 전해드립니다.)


“창업 초기 기업들의 경우 보통 벤처캐피털(VC)이나 엔젤투자자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팩트 투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선 초창기 수준이죠. 일반 개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거의 없고요.”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과 더불어 해당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 항목으로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 진흥 비영리기구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전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는 2014년 460억달러(약 53조원)에서 지난해 600억달러(약 70조원)으로 30% 넘게 급증했다. 2020년에는 이 규모가 3,400억달러(약 400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톨릭대 경영학과 라준영 교수의 ‘사회영향투자의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는 539억(지난해 12월 기준). 이 중 공공기관이 집행한 예산이 401억원으로 전체의 70%가 넘는다. 반면 민간에서 이뤄진 임팩트 투자의 평균 규모는 약 22억원으로, 미국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대표는 “그나마 민간에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보통 지분 투자 성격이 많다”며 “수익은 내고 있지만 아직 사업 규모가 작거나 초기 단계 기업인 경우 투자금이나 지분 가치 계산이 쉽지 않아 대출을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비플러스는 1,000만~1억원 사이의 상대적으로 소규모 자금이 필요한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위한 대출 자금을 제공한다. 크라우드펀딩에 앞서 해당 업체에 대한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의미 있는 것인지, 실제로 자금 상환이 가능한지가 검증된다.



공익적 가치가 있고 상환도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홈페이지를 통해 펀딩 참가자를 모집하는데, 투자 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글과 영상을 통한 사업 소개가 이뤄진다. 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금액은 최소 10만원부터, 금리는 제1금융권 수준인 4~8% 정도가 적용된다. 박 대표는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한 금액이 모이면 업체와 대출 약정서를 작성한 뒤 자금을 전달한다. 상환 기간은 동종업계와 비슷한 12~18개월. 펀딩에 참가한 투자자들에게는 온라인 뉴스레터를 통해 펀딩 후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데,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현실화시키고 있는지를 공유해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비플러스의 펀딩 투자를 받은 곳은 총 4곳. 취준생을 위한 ‘찾아가는’ 독서실 ‘공독’, 도시 양봉으로 도심 생태계 개선을 꿈꾸는 ‘어반비즈서울’,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위기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자리’, 청년들에게 공간·자본 등을 투자해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소셜 인큐베이터 ‘만인의 꿈’ 등이 비플러스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당장 돈 벌기 힘든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플러스. 잘 먹고 살 수 있을까 싶은데 그는 스타트업계의 대세가 소셜벤처, 즉 당장 돈 벌긴 힘들어도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가치가 중요한 시대니까요. 누구나 쉽게 좋은 가치에 투자할 수 있고, 소셜벤처와 투자자 모두가 긍정적인 ‘임팩트’를 얻는 것. 그것이 비플러스의 목표입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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