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아홉시 May 10. 2017

‘오프라인 다지기’로 수익성 9배 뛴 O2O 스타트업

‘제휴→직영’ 피봇으로 탄탄한 기업 거듭난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 인터뷰

‘판게아’. 수억년 전 지구의 모든 대륙이 하나로 모여있던 거대 원시 대륙을 가리키는 말로 스타트업계에선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종종 쓰인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정보기술(IT)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삶 모든 영역이 IT·스마트폰과 연결되고, 이에 따라 ‘O2O 플랫폼’이 가장 각광받는 사업 모델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판게아’에 빗댄 것. 실제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리스트’를 보면 1위인 ‘우버’를 비롯해 ‘에어비앤비’(3위), ‘디디추싱’(5위) 등 O2O 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거칠게 표현하면 O2O 사업의 본질은 모두 같다.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IT·스마트폰 등 온라인의 편리함으로 돌파하는 것. 이 때문에 ‘온라인’을 사업의 중심축으로 두고, 오프라인은 제휴 등 헐거운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기, O2O 사업의 핵심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있다고 강조하는 기업이 있다. ‘오프라인 직영’이라는 피보팅(pivoting·전환)을 통해 좀 더 단단한 O2O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문현구(만 42세·사진) ‘팀와이퍼’ 대표를 비즈업이 만났다. 


[C3O] 스타트업 CEO가 데스밸리 기간에 꼭 해야할 일. 팀와이퍼 문현구 대표.



손가락 하나로 세차 끝, 손세차 서비스업체 ‘팀와이퍼’     


최근 국내에서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넥스트 우버’를 꿈꾸며 O2O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 손세차 서비스 ‘와이퍼’를 제공하는 ‘팀와이퍼’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5년 11월 출시된 와이퍼는 고객이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차량을 픽업해 손세차한 뒤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로, 손가락 하나로 세차장을 직접 오가는 수고 없이 고급 세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문 대표는 “대기업에서 자동차 관련 신사업을 담당하던 중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전 직장인 LG유플러스에서 커넥티드카(인터넷과 연결된 인공지능 자동차)나 카쉐어링(차량 공유) 분야의 신사업을 맡았었는데요. 살펴보니 차량 운행과 달리 관리에 있어선 여전히 낙후된 영역이 많더군요. 세차만 해도 직접 세차장에 찾아가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직접 손세차를 하자니 어려운 점이 많고요. 세차 시장에 O2O를 접목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 같아 창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지난 2015년 6월 회사를 그만둔 문 대표는 5개월 뒤 공식 앱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서비스 지역은 구매력 있는 직장인이 많은 서울 강남·서초·잠실과 경기도 판교 일대. 초기에 외부 투자도 받은 덕에 대규모 온라인 홍보 활동도 진행할 수 있었다.



배달 손세차 서비스 ‘와이퍼’ 내놓은 ‘팀와이퍼’의 위기     


손세차업계 우버를 꿈꿨던 문 대표. 그러나 창업 1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와이퍼는 차량 픽업과 배달만 직접 하고 손세차는 제휴 세차장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위기를 야기한 건 바로 제휴 세차장이었다. 문 대표는 “사업을 빨리 키우고 싶은 욕심에 제휴 매장을 늘려가다 보니 매장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며 “그러다 보니 고객 불만이 많아졌고 조직 내 균열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제휴점이 늘어나면서 각 매장의 세차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서비스가 들쑥날쑥하니 ‘와이퍼’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도 나빠졌죠. 단기간에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팀원 간 불협화음도 생겼습니다. 확장의 속도를 조직이 따라가지 못했던 거죠. 성급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현구 와이퍼 대표

 문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매장 관리가 미흡해 발생한 문제지만, 실제론 O2O 산업의 본질을 몰랐던 게 위기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영역에 기술을 더해 온라인 영역으로까지 진화시키는 게 O2O의 본질인데, 정작 그 시작점이 되는 ‘오프라인’ 공부에 소홀했었다는 것. 문 대표는 “세차는 제휴업체에 맡기고 우리는 차량 배달이나 모객만 잘 하면 될 줄 알았다”며 “한번 위기를 겪은 뒤에야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깨달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O2O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걸린 시간 1년    

  

O2O 산업의 진입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누구든 쉽게 관련 앱을 개발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어서다. 수익 모델도 단순하다. 음식점·세차장·택시 운전사 등 서비스 공급자와 고객(수요자)을 연결해 중개 수수료를 받거나, 앱·홈페이지 등 직접 운영하는 O2O 플랫폼에 타 기업을 홍보하는 광고를 실어 수익을 얻는다. 반면 서비스 공급부터 중개까지 직접 하는 곳은 드물다. 오프라인 운영비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음식 배달업체가 음식점과 제휴를 맺고 가사도우미 중개업체가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으로 두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O2O 기업들은 빠르게 고객수를 늘려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사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제휴 업체가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거나 광고 단가를 높이려면 그만큼 플랫폼의 사용자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O2O 기업들이 이 ‘숫자’ 확보를 위해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마케팅에 투입한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할인쿠폰이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광고비에도 엄청난 돈을 쓴다. 문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정작 O2O의 근간이 되는 ‘오프라인’에 대한 관리에 소홀해지는 곳이 많다”며 “서비스가 실제 생산되고 소비되는 공간은 오프라인 현장인 만큼 그곳의 품질 관리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앱을 잘 만들고 페이스북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도, 결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상품은 오프라인에 있는 겁니다. 팀와이퍼를 예로 들면 우린 본질적으론 질 좋은 세차, 제대로 된 유리막 코팅 서비스를 파는 회사인 거죠. 세차 품질이 나쁜데 온라인 홍보만 하고 있는 건 후진 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 밟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죠.”       


문 대표의 말처럼 최근 O2O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실패로 홍역을 앓는 경우가 많다. 무려 1,350만 달러(약 154억원)를 투자받은 미국의 음식배달업체 ‘스푼로켓’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질 나쁜 재료를 쓰고 시간에 쫓겨 덜 익은 음식을 배달하는 등 음식 품질을 등한시했다가 2015년 폐업을 당했다. 1,600만 달러(약 182억원)를 투자받은 미국 세탁배달업체 ‘워시오’ 역시 제휴 형태로 관리한 세탁소의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로 설립 3년 만에 문을 닫아야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는 “O2O 스타트업들은 기술 장막(technology layer)만 씌우면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며 “비즈니스의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팀와이퍼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직영 세차장을 개장했다. 사진은 직영점 앞에 선 문현구 대표와 팀와이퍼 직원들의 모습.


한발 빠른 ‘피봇’으로 수익성 9배 ‘껑충’     


창업 1년의 시행착오를 거친 문 대표는 최근 ‘피봇’(사업 모델 전환)을 단행했다. 오프라인 영역에서 제휴 방식을 포기하고 직영 체제로 돌아선 것. 이달 초 서울 역삼동에 한 개의 직영점을 신설했고 기존의 제휴매장 12곳에선 서비스를 접었다. 문 대표는 “매장 한 곳만 운영하다 보니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주문건수는 대폭 줄었지만 반대로 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매출은 줄었지만 서비스 재이용률은 60%대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현재 와이퍼는 ‘스탠다드 케어’·‘실내·실외 집중케어’·‘퍼펙트케어’ 등 프리미엄 서비스 중심의 세차 패키지를 실시하고 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제휴 방식 당시 10%에 머물던 마진율이 직영 전환 뒤 9배 가까이 개선됐다. 문 대표는 “아직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적자 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찾아오는 고객도 늘고 있어 조만간 BEP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데스밸리’ 넘게 해준 창업지원 프로그램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헤매던 팀와이퍼에 또 다른 구세주로 등장한 건 서울시의 중소기업지원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SBA).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육성하는 SBA의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지난해 선정되면서 사업 초반의 자금 갈증을 해소했고, 더 큰 후속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문 대표는 “SBA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덕에 후속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도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곳이라고 하면 더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와이퍼가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된 건 SBA입니다. 작년에 판교에서 대규모 투자설명회(IR)가 열렸는데, SBA 덕분에 저희도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의 투자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SBA 액셀러레이팅 센터의 강점은 탄탄한 투자자 네트워크인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그날 후속 투자자를 만나게 됐고, 와이퍼도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혁신이 O2O의 중심 될 것”     


O2O 산업의 위기에 대해 중국 최대의 IT기업 ‘텐센트’은 지난해 발간한 O2O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오프라인 서비스의 혁신이 (O2O의) 중점이 될 것”이라며 “서비스 효율과 고객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프라인’을 사업의 중심에 두겠다는 문 대표의 해법도 이와 유사하다.      


“1년 전엔 저희도 ‘내일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수익도 형편없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죠. 직원들과 ‘세차 스터디’까지 하며 오프라인 전문성을 키운 덕에 그나마 지금은 버틸 힘은 생긴 것 같습니다. 욕심 버리고 아주 작은 수의 고객이라도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걸 발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장인 정신’을 갖고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PD



SBA 한줄평
김승규 투자심사역(책임)


“SBA는 2016년부터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엔젤 등 민간 창업 플레이어들과 함께 가능성 있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집중 육성하는 'SBA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팀와이퍼'는 SBA 액셀러레이팅 1기 선정 기업으로 저희와 함께 첫 발걸음을 딛었고, 앞으로도 함께 커가는 스타트업으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다른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팀와이퍼'도 자체 마케팅 영업, 작업 인력의 부족, 자금 여건 등의 한계로 커버리지를 넓히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처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세차와 탁송이 결합된 유니크한 사업모델로 창업 초기의 데스밸리를 극복한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SBA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개발에 필요한 비즈니스 서비스를 지원 받고, 2016년 7월 새롭게 오픈한 'SBA 액셀러레이팅 센터'에 입주하며 안정적인 업무공간(Working Space)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SBA의 직접투자와 함께 민간 벤처캐피탈의 후속투자도 연계 유치해 성장을 위한 자금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최근 자체 직영 세차장을 오픈하며 사업이 본격화 되었는데, 커버리지의 확대, 세차를 통한 판매 모델의 다각화 및 업스케일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배달 세차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딩용 레고’로 1,000억원 인수 제안 받은 청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