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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시 May 03. 2017

‘코딩용 레고’로 1,000억원 인수 제안 받은 청년

코딩 교육용 로봇 모듈 ‘모디’ 개발한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인터뷰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5년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이 예언’이 된 듯,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정보기술(IT)에 있고 IT의 기초 체력’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코딩인 만큼, 코딩을 알아야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3년차 대한민국 스타트업 럭스로보(LUXROBO)’는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모듈(조립식 부품)을 만드는 업체다. 레고 블록을 쌓듯 럭스로보의 모듈을 조립하면서 코딩의 기본 원리를 익힐 수 있고, 간단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만들 수 있다. 500원 동전 크기의 코딩용 레고’로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1억달러(약 1,140억원)의 인수 제안까지 받았다는 럭스로보의 오상훈(만 25세) 대표를 비즈업이 최근 만났다.



레고처럼 조립하며 코딩 배우는 로봇 모듈 ‘모디’
‘코알못’도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코딩한다


럭스로보가 개발한 모디(MODI)’는 코딩 교육용 로봇 모듈이다. 네 개의 옆면엔 소형 자석이 달려 있고 바닥엔 레고와 같은 조립부가 있어 실제 레고 블록과도 연결할 수 있다. 총 13개의 모듈은 각각 마이크, 적외선, 초음파, 전동 모터, 동작 감지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를 조립하면 간단한 IoT 로봇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동작 감지 센서와 스피커, 배터리 모듈을 연결하면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음악이 나오게 할 수 있다. 사람이 움직이면 음악을 켜라’와 같은 코딩 과정을 블록 조립을 통해 배우는 셈이다. 


럭스로보가 개발한 코딩 교육용 로봇 모듈 '모디'의 모습.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블록으로 레고처럼 조립하며 코딩을 배울 수 있다.
럭스로보의 모디 작동법 안내 영상


자체 코딩 프로그램인 모디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반려동물용 자동 사료 급식기, 미니 세그웨이(전동 스쿠터) 등 좀 더 복잡한 기기도 만들 수 있다. 모디 스튜디오는 어려운 명령어를 써내려갈 필요 없이 원하는 기능을 드래그 앤 드롭’(마우스 등으로 끌어서 놓기) 하는 방식이다. 마이크와 전동 모터 아이콘을 화면 중앙으로 끌어와 연결하면 손뼉 소리로 켜고 끄는 스마트 조명’ 코딩이 된다. 과정이 간단해 스마트폰으로도 작업할 수 있고, 1분짜리 안내 영상이 있어 코딩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도 도전할 만 하다. 

모디의 기술력을 인정 받아 럭스로보는 지난 2015년 팁스(TIPS∙중소기업청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한화인베스트먼트·한화드림플러스·미래에셋벤처투자 등에서 총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년 4개월 간의 개발 작업 끝에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이 시작됐고, 올해 영국·미국 등 30여개국에 수출을 앞두고 있다.   


로봇 만들며 느꼈던 희열 공유하고파
누구나 쉽게 만드는 ‘로봇 DIY’ 개발


오 대표가 로봇 모듈을 개발한 데엔 어렸을 적 TV에서 본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가 계기가 됐다.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오퍼튜니티를 보며 그도 언젠간 날아다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왕복 반나절 거리의 로봇 연구소를 찾아 다니며 관련 공부를 했고, 고등학생 때엔 로봇계를 대표하는 월드 로보페스트 챔피언십’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거뒀다. 이후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1기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본격적인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제가 생각한대로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로봇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었죠. 친구들이 미팅하고 놀러 다닐 때 저는 학교 연구소에서 지박령(땅에 얽매여 있는 귀신)’처럼 살았어요. 대학교 4학년 쯤 되니까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제가 상상한 건 웬만큼 다 만들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젠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지인들과 로봇 모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창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로봇을 만들며 느꼈던 희열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던 오 대표. 그래서 누구나 쉽게 로봇 제작에 도전할 수 있는 로봇 DIY(Do It Yourself·반제품 상태로 구입해 소비자가 직접 완성하는 제품)’ 모듈을 개발했다. 

여기에 코딩 프로그램을 더한 것은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수년 전부터 서구권에서 불고 있는 코딩 교육 열풍에 주목한 것. 유럽의 교육부 네트워크인 유러피안 스쿨넷(European Schoolnet)’에 따르면 유럽 내 16개국이 코딩 교육을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해 운영 중이고, 최근에는 초등학교에까지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미국 역시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코딩을 배우는 것은 여러분의 미래는 물론 조국의 미래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코딩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업체 '킥스타터' 출시 당시 홍보 영상


‘코딩 선진국’ 영국 시장 뚫었다
공립학교 1,500곳에 납품, 올해 매출 40억 기대


럭스로보 역시 이런 흐름에 주목해 사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첫 타깃으로 삼은 곳은 코딩 선진국’ 영국. 럭스로보는 영국 최대의 교육용 자재 납품회사인 테크놀로지 서플라이스’와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약 1,500개 공립학교에 모디를 납품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럭스로보의 매출 95%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며 지난 4월 첫 물량을 배송하면서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 수출 예상치는 4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쉽게 교육할 수 있는 기자재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모디는 사용법이 직관적이고 스마트폰으로도 코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딩 교육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그 덕에 영국의 1위 납품업체와 계약할 수 있었어요. 첫 판로를 뚫고 나니 다른 나라의 유명 회사에서도 먼저 계약 제안이 들어오고 있고요. 얼마 전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는데, 제가 봐도 잘 만든 제품인 것 같아요. 꽤 괜찮아요(웃음).” 

 

모디와 함께 제공되는 초등학생용 코딩 교육책


럭스로보는 국내 시장에서도 올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시대’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선 코딩 교육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는데, 실제 서울 대치동, 목동 등 이른바 ‘사교육 1번지’에선 이미 유치원·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코딩 학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오 대표는 “코딩 조기 교육 바람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모디는 집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기면서도 코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에 글로벌 IT 기업도 눈독
1,000억원대 인수 제안 거절하고 ‘더 큰 꿈’ 꾼다 


간단한 사용법 외에 모디의 또 다른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다. 이 OS는 외부 개입 없이도 모듈끼리 서로 통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1,000원짜리 반도체 칩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를 응용하면 모든 사물인터넷(IoT) 제품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총 35건의 특허가 4개국에 출원 및 등록된 상태다.

오 대표는 최근 이 기술에 주목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IT 기업으로부터 1억달러(약 1,140억원) 규모의 회사 인수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선 기술과 직원을 모두 포함한 어크하이어(acq-hire·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기업 인수)’를 하고 싶단 바이어도 있었다. 오 대표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여러 제안이 들어왔지만 럭스로보가 막 첫 발을 뗀 시기이고 아직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아 거절했다”며 당장 보이는 돈의 크기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럭스로보는 단순히 로봇 모듈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에요. 그 안에 들어가는 기능’까지 파는 게 우리의 최종 목표죠. 그래서 지금은 사업을 키워가는 단계에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염두에 둘 수도 있겠죠. (전 세계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통신용 반도체의 90%가 ARM의 설계도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핵심 기술에 관한 특허도 충분히 확보해 뒀고요. 향후 우리가 개발한 운영체제가 전 세계 모든 IoT 제품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럭스로보가 IoT 운영체제의 스탠다드’가 될 수도 있겠죠.”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 참여한 모습.


하늘을 나는 로봇을 꿈꾸던 로봇 소년’에서 로봇 모듈을 개발하는 로봇 창업가’로 변신한 오 대표. 누구나 쉽게 코딩하는 세상을 꿈꾸며 창업에 도전했지만, 사회 경험 부족한 대학생이 사업을 하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시장 분석에 실패해서, 마케팅을 못해서, 마땅한 판매처가 없어서 사라진 아이템만 지난 3년간 여섯 개에 달한다. 지금의 모디는 그렇게 많은 실패를 거쳐 탄생한 6전 7기’의 작품이다. 몇년 간 돈 한 푼 벌지 못하면서도 도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좋아하는 일이니까”란 답변이 돌아왔다.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하는 사람이거든요. 로봇은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분야였으니까, 그 일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하고 있을 뿐이죠. 여러번 실패를 경험하며 주변에서 넌 안될 거야’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다 보면 20년 후에는 초등학생도 모디로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꿈꾸면 뭐든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앳된 얼굴로 로봇에 관한 당찬 꿈을 이야기하는 오 대표를 보니 인텔 창업 멤버이자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의 명언이 떠올랐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백상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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