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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시 Jun 19. 2017

구글이 직원 2명짜리 회사를 340억에 산 이유는?

인재 영입 위해 회사 통째로 사들이는 ‘어크하이어(인수고용)’ 전략


지난 2005년 구글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닷지볼’을 인수했다. 공동창업자 두 명이 직원의 전부인 이 신생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구글이 쓴 돈은 3,000만달러(약 340억원). 린 폭스 당시 구글 대변인은 인수 배경을 묻는 말에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도와줄 엔지니어 팀을 찾는 것이 구글의 인수·합병(M&A) 기준”이라고 밝혔다. 닷지볼의 인수 이유가 ‘제품’이 아닌 ‘인재’에 있었다는 얘기다. 


애플은 올해 5월 직원 20명 규모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를 인수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가 발표한 인수 금액은 2억달러(약 2,200억원) 수준. 외신들은 “이번 인수건은 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준비”라며 “이를 위해 한 명당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들여 관련 인력들을 보충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인재만 얻을 수 있다면”
회사 통째로 사들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구글·애플과 같은 인수·합병(M&A) 사례를 ‘어크-하이어(acq-hire)’라고 부른다. ‘인수’를 의미하는 ‘acquire’와 고용이란 뜻의 ‘hire’를 합친 말로, 핵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사업 전략이다. 


통상적인 M&A가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시장 점유율 확대, 특허 기술 확보 등을 주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어크-하이어는 ‘사람’이 최우선 요소다. 그래서 똑똑하고 재능있는 인재가 있는 곳을 인수한 뒤 사람만 남기고 회사는 폐기처분해 버리는 일도 왕왕 있다. 어크-하이어 전략은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 사이에서 애용됐는데, 글로벌 벤처캐피탈 업체 '레드포인트벤처'의 토마스 퉁구스 파트너에 따르면 이곳에선 ‘어크-하이어’ 전략으로 지난 5년간 매 분기 평균 15개의 스타트업이 다른 회사에 매각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공동창업자(사진 왼쪽)의 모습. 딥마인드는 지난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출처=위키피디아]


통계치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식 어크-하이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직원 한 명당 평균 100만달러(약 11억원). ‘잘 나가는’ 창업자나 기술력이 뛰어난 팀일 경우 인수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9년 직원 12명의 SNS 기업 ‘프렌드피드’를 인수하기 위해 4,700만달러(약 530억원)를 썼다. 직원 한 명당 44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인력난 겪는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
공채 대신 ‘어크-하이어’로 인재 영입


공개채용이나 헤드헌터(이직 중개업체)처럼 금전적 부담이 적은 구인 방법이 있음에도 큰돈을 들여 어크-하이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언론들은 먼저 실리콘밸리의 인력난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력 좋은 기술 인재들은 취업 대신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채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한정적이란 것.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선 단 한 명의 핵심 인재를 얻기 위해 회사 전체를 사들이는 일도 있다. 페이스북의 프렌드피드 인수 역시 이와 같은 사례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우린 정말 테일러를 필요로 했다”며 오로지 브렛 테일러 프렌드피드 공동창업자를 얻기 위해 어크-하이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후 저커버그는 테일러에게 페이스북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맡겼다.


지난 2009년 페이스북에 인수된 ‘프렌드피드’의 공동창업자 브렛 테일러 [출처=위키피디아]


어크-하이어의 또 다른 장점은 이미 검증된 인력을 팀 단위로 데려올 수 있다는 것. 가뜩이나 인재 구하기가 어려운 실리콘밸리에서 한 번에 수십 명을 충원할 수 있는 방법은 어크-하이어 뿐이다. 게다가 적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간 함께 일하며 팀워크를 쌓아온 조직을 통째로 수혈할 수 있다. 이미 일해본 경험이 있는 팀을 같은 부서에 배치함으로써 조직 적응 기간을 줄이고 신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격적인 어크-하이어 활동으로 유명했던 마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 역시 “어크-하이어는 제대로 기능하는 팀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수년간 함께 일하며 ‘케미’ 검증된 팀
‘어크-하이어’로 한 번에 충원할 수 있어


어크-하이어 열풍은 비단 실리콘밸리 IT 기업 사이에서 머무는 건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해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33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의 인재풀과 온라인 유통 노하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월마트가 ‘거대한 전환(major shift)’을 시도했다”며 외부 수혈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것이라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어크-하이어 물결이 퍼져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6년에 검색엔진 스타트업 ‘첫눈’을, 2009년엔 여행 전문 포털 ‘윙버스’를 인수했다. 첫눈과 윙버스의 멤버들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스노우’를 만들어내며 네이버의 사업 확장에 일등공신으로 맹활약했다. 


 ‘라인’의 뉴욕 거래소 상장 기념 영상. 네이버에 인수된 뒤 ‘라인플러스’ 대표를 맡은 신중호 ‘첫눈’ 공동창업자는 이번 상장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출처=유튜브]


“한국 대기업, 조직 순혈주의 집착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어”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인재 영입을 위한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공서열, 조직 순혈주의에 집착하다 좋은 인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변화를 불러온 것으로 관측된다. ‘자체 성장’에 주력하던 삼성전자도 투자 전문 계열사 ‘삼성벤처투자’ 등을 설립하며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 활동을 벌이고 있고, 현대·엘지 등도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내고 유망 스타트업을 탐색 중이다. 


다만 대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스타트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 창업 생태계 발전에는 큰 도움이 못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대기업 마인드엔 ‘국내 시장은 내 앞마당’이란 인식이 아직 남아있어서 외부 수혈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면 대기업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한 ‘SW서비스 기업의 수출역량 조사 및 글로벌화 전략 연구 결과보고서’를 통해 “IT 업계에서는 시장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본투자를 통해 실시하는 연구·개발(R&D) 자체가 실익이 없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독창적 기술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 스타트업과의 어크-하이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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