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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시 Dec 18. 2017

공공데이터 창업으로 현대판 나이팅게일 꿈꾸는 남자

의료데이터 분석 업체 ‘라인웍스’의 조용현 대표 인터뷰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통계의 천재’였다. 
  
1854년 크림전쟁에 참여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환자 대부분이 전쟁 그 자체가 아닌, 전염병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나이팅게일은 환자들의 상태를 매일 기록했고, 이렇게 확보한 통계를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 그림 ‘장미 도표’(Rose diagram)는 세균이 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던 윗사람들의 생각을 바꿨고, 영국 정부는 나이팅게일의 보고서를 토대로 야전병원의 위생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당시 40%를 넘나들던 영국 병사들의 사망률은 나이팅게일의 조치 이후 2%로 떨어졌다.


크림전쟁에 참전한 영국 육군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나이팅게일이 직접 그린 ‘장미 도표’


나이팅게일이 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지 160여년이 지난 지금, 의료 데이터는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단 나이팅게일의 시대가 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넘쳐나는 데이터를 주체하지 못하는 ‘과잉의 시대’라는 게 다른 점.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의 발견 그 자체보다 분석·활용이 더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매일 봇물처럼 쏟아지는 의료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정확하게 ‘분석’해 사람을 살리는 데 ‘활용’하는 정보로 만드는 의료 데이터 분석 업체 ‘라인웍스’의 조용현(만 33세·남) 대표를 만났다. 

   


라인웍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인 ‘의료명세서’ 등을 분석, 의료 관련 주요 주체들에게 유의미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특정 질병이 얼마만큼의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질병부담도(Burden of Disease)’ 자료를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의료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병원 및 의료 관련 기관, 제약사, 의료기기회사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사람들이 병원을 다녀오면 남게 되는 기록들을 분석하는 일을 합니다. 지난 2013년부터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서 개방한 공공데이터를 좀 더 정교하게 분석해 사업화하고 있는 것이죠.” 
  
라인웍스가 활용하는 ‘의료명세서’ 데이터는 환자의 진료 정보를 담은 자료다. 대한민국 전체 환자 중 무작위로 선정된 3% 가량의 데이터가 개인 정보 삭제 뒤 공개되는데, 이 데이터를 메타 데이터 등과 결합·정제하면 질병 치료 및 의료 시스템 개선, 의학 연구 등에 필요한 고급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 덕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규모가 큰 의료명세서 데이터가 수집되는 국가입니다. 이를 분석하면 특정 질환에 대한 환자 수요나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 수 있죠. 데이터를 잘 가공할수록 더 좋은 의료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셈이죠.”


조 대표(왼쪽 첫 번째)를 비롯해 데이터 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된 라인웍스 임직원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조 대표를 비롯해 라인웍스의 직원 13명은 모두 데이터 전문가다. 심지어 경제학을 전공한 1명을 제외한 전원이 공학도 출신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철저히 ‘데이터 엔지니어’를 주축으로 삼은 집단인 셈인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의료데이터의 분석은 ‘데이터’ 못지않게 ‘의료’ 자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지 않을까. 

  
“저희 회사의 강점은 오히려 전문 의료인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는 데이터를 ‘해석’하려 하지 않습니다. 수학적으로 분석한 팩트(사실)만 정확히 전달합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데이터를 받은 의료 관계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고요. 다만 완성된 데이터에 대한 검증을 위해 유명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자문을 반드시 거치고 있습니다.” 
  
조 대표의 이 대답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많고 많은 데이터 중 왜 하필 ‘의료데이터’에 꽂힌 것일까. 
  
“의료데이터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소중한 데이터입니다. 이를 활용해 창출할 수 있는 경제 가치도 엄청나고요. 데이터 전문가로서 의료데이터만큼 매력적인 게 없죠.” 
  
조 대표를 비롯한 라인웍스 팀들은 의료데이터 분석을 위한 공부에 2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창업 초반 정부 과제 수주 및 엔젤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는 기간을 넘어섰고, 지난 2016년엔 중소기업청 주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의료데이터 분석 및 가공에 대한 전문성 및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향후 10년 안에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재화가 데이터일 것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는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반드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이뤄져야 합니다. 라인웍스의 가장 큰 목표는 의료 결정의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안정된 직장으로 손꼽히는 국책연구기관 정규직 출신의 조 대표를 향해 던진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예전만큼의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창업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ETRI에서의) 연구보단 그때그때 발생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바꿔나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창업을 했고요. 저의 연구물을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변화된 사회를 보는 게 창업의 이유였는데, 지금 그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옛날이 좋았다’는 생각은 덜 하게 되더라고요. 힘들다는 생각는 자주 하는데 신기하게 후회가 들진 않아요.(웃음)”    
/글·인포그래픽=비즈업 유병온 기자 on@bzup.kr, 영상·사진 촬영= 비즈업 김경범 PD, 영상 편집= 비즈업 김현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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