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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성취를 부르는 습관 아홉시
by 아홉시 Jul 06. 2018

스물넷 요리사가 국대선발전 2위 하고도 자랑 않은 이유

일류 셰프 꿈꾸는 경력 8년 차 24세 이순환 요리사가 말하는 '프로로 성장하는 법’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려보겠다며 시작한 SBS의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기획 취지가 무색하게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음식 장사의 ‘기본기’도 갖추지 않은 식당 사장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백종원 대표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탓이다. 백 대표는 “외식업에 대한 모욕”이라며 출연자들을 향해 시종일관 “아마추어적 마인드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라고 충고한다.

백 대표의 일침이 어디 음식 장사에 대한 얘기뿐일까. 경제적 대가가 오고 가는 모든 일에는 그에 걸맞은 ‘프로의식’이 필수인 세상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 짓는 마음가짐의 차이는 곧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대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다. 우리가 ‘미친놈’ 소리를 들으면서도 프라이팬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청년 요리사 이순환(만 24세·사진)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 에스코피에 주니어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이순환 요리사의 프렌치 요리 과정을 눈으로 감상해보세요.

일류 셰프 꿈꾸는 스물넷 요리사가 국가대표 선발전 2위 하고도 자랑하지 않은 이유

 

뭘 해도 힘들 거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힘든 게 낫다


이 씨는 지난해 프랑스 요리 교육기관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2018 에스코피에 주니어 요리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한 요리계의 떠오르는 루키다. 열일곱 살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벌써 8년째 브랜드 레스토랑에 몸담고 있는 숙련된 요리사이기도 하다.


아홉시 촬영 당일 이 씨는 에스코피에 요리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수상한 요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대회 주제는 ‘닭과 새우를 주재료로 한국적 가니시를 가미한 창작 메뉴’.


요리에 대한 이 씨 열정의 시작은 그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의 식사 준비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연스레 요리사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의 꿈이 수십 번 바뀔 동안 그는 장래 희망란에 꾸준히 ‘요리사’라는 글자를 써 냈다.

“학업성적이 나쁜 편이 아니었거든요. 부모님이 왜 굳이 힘든 일을 하려 하냐며 반대를 하셨어요. 성적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요리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초급반으로 시작해서 자격증반까지 올라갔죠. 제 스스로 결정한 길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4인분 요리의 모든 요리과정, 플레이팅을 90분 내에 해내야 한다. 이 씨는 2주간 매일 두 번씩 같은 요리를 연습하느라 닭을 쳐다보기도 싫었다고 했다.


열네 살. 인생의 방향을 정해 직진만 하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소년은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 확신의 근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재밌으니까. ‘힘든 길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은 그 확신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이었죠. 그러다 고등학생 때 레스토랑 알바를 처음 시작했는데 설거지, 재료 손질부터 하려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힘들 것 아니에요. 어차피 힘들 바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힘든 게 나은 것 같아서 진로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이유 있는 조급함 “미래를 쪼개어 상상하라”


학교와 요리학원을 오가며 중학교 시절을 보낸 이 씨는 나이 먹기를 기다렸다는 듯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프로가 되기 위한 수순을 밟아나갔다.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밑에 어김없이 요리책이 깔려 있었고, 수업이 끝나면 레스토랑 아르바이트가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학교 외에 남는 시간은 전부 요리”인 생활이었다.

“조리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 반대 때문에 인문계 학교를 갔어요. 조리고를 간 또래 친구들은 학교 수업에서 요리를 하나라도 더 배울 텐데 저는 그러질 못하잖아요. 시간을 쪼개서 요리책 한 자라도 더 보고 현장에서도 일을 더 하려고 했어요. 뒤처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아요.”
 
요리 실력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올리겠다는 그의 집념은 성인이 돼서도 변함이 없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도 요리의 끈을 놓을 수 없어 취사병을 자원했고, 전역하자마자 쉴 틈 없이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말년 휴가 복귀 날 요리학교 수업을 듣고, 전역 바로 다음날부터 레스토랑 일을 다시 시작할 정도였다.


특히 프렌치 요리는 과정이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소스 한 가지를 만들 때도 구운 닭, 각종 채소, 와인 등 첨가하는 재료 가짓수와 들이는 정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남들보다 이른 진로 결정, 어린 나이에도 착실히 쌓아 온 경력까지. 전혀 조급할 게 없어 보이는 이 씨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누구보다도 빨리 ‘프로’다운 실력을 갖추고 싶어서다.

“하루하루 계획을 짜기보다 먼 미래를 쪼개서 상상했어요. ‘상상의 계획’이라고 해야 하나. 몇 살까지 뭘 해내고, 경력은 몇 년을 채워서 어느 수준의 요리 실력을 만들어 놓고. 이런 계획들을 10년 뒤까지 세우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항상 더 촉박해지고 스스로 부족해 보이는 거죠. 현장 경험을 빨리 쌓아서 실력을 올리고 싶으니까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일’은 프로가 되기 위한 ‘실력’을 쌓는 과정


남들보다 빨리 진로를 정하고 일을 먼저 시작한다고 해서 누구나 ‘프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로의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을 대하는 자세’일 테다. 그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 일을 해도 성장의 크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레스토랑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한 적이 많아요. 남들 쉴 때 일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저는 특히 동종 업계 사람들에게도 ‘미친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요. 업무 스케줄 짤 때 오픈이든 마감이든 되는대로 다 하겠다고 하거든요. 친구들이 '술 먹자’, ‘놀자’ 불러낼 때마다 일한다고 하니까 저보고 ‘일의노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 씨가 선보인 요리는 ‘오렌지 민트 소스를 곁들인 페퍼 크러스트 닭 가슴살 구이’와 ‘비가라드 소스를 글레이징한 닭다리 구이’. 여기에 새우볼과 감자 큐브를 곁들였다.


매일 동료들과 ‘지옥에서 염라대왕 보고 왔다’는 농담을 나눌 정도로 힘든 하루의 연속이지만, 그는 “일할때 기분이 가장 좋다"라고 말한다. 일을 하는 만큼 실력이 쌓이는 재미를 즐기기 때문이다. 이 씨가 ‘노예’소리를 들으면서도 일을 찾아서 하는 이유다.

“만약 한 달에 100시간 일해서 봉골레를 100번 만들어봤다고 가정하면, 300시간이면 300번 만들 수 있잖아요. 100번 만들어 본 사람과 300번 만들어 본 사람은 당연히 실력에 차이가 있겠죠. 노예고 아니고를 떠나서 제 시간을 성장하는 데 알차게 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 거예요.

남다른 자세로 요리에 ‘올인’한 8년. 그 성장의 과실로 이 씨는 만 24세 미만 주니어 요리사 가운데 국내 최고를 가리는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레스토랑 체인에서 개최한 대회에서도 그는 동료들을 제치고 1등을 거머쥐었다. ‘또래 요리사들을 월등히 앞서는 커리어 아니냐’는 칭찬 섞인 질문에 그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앞서가고 있다는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아요. 제가 제 실력을 걱정하면서 열심히 하듯 다른 친구들도 분명 그럴 거거든요. 어딘가에 저보다 센스와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주변에서 쉬엄쉬엄하라고 해도 요리를 멈출 수 없는 이유기도 하죠. 뒤처지면 안 되니까요.”


한 시간 반 후 완성된 요리. 메인과 가니시, 소스 하나하나에 요리사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맛이다.

이쯤 되니 스물넷 청년 요리사가 아닌 위대한 셰프의 젊은 시절 얘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스스로 세워놓은 '프로'의 기준이 어찌나 높던지,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하고도 부모님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랑할만큼 성에 차는 결과가 아니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토록 패기 넘치는 젊은 요리사의 최종 목표는 얼마나 원대할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답은 뜻밖이었다.

“제 이름을 건 가게를 여는 거죠. 저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깃든 레스토랑을 갖고 싶어요. 마음 같아선 서른 살에 차리고 싶은데 그러면 망할 것 같아요.(웃음) 제 가게를 열려면 더 많은 연구와 경험이 필요할 텐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생각보다 소박(?)한 그의 꿈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외식업자를 향한 백종원 대표의 조언을 떠올렸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건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그 작은 차이를 위해 프로는 피나는 노력을 한다.” 이 씨의 피나는 노력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지 그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인포그래픽·영상 촬영= 아홉시 김현주 기자 joo@bzup.kr
사진·영상 촬영/편집= 아홉시 백상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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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CEO
‘아홉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의 가치를 영상에 담습니다. 일의 성취를 부르는 습관, ‘아홉시’는 비즈업의 디지털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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