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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시 Jun 29. 2016

삼성전자의 디자인 감각으로 개집 만드는 기업, 하울팟

소비자 취향이 참 뚜렷한 시대다. ‘자주 사는 옷 브랜드는 뭔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스마트폰은 뭔가요?’, ‘가전제품은 주로 어느 회사의 것을 쓰시나요?’ 등의 물음에 각자가 선호하는 브랜드 하나쯤 쉽게 꺼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이 질문은 어떤가. ‘당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주로 사용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이 숫자의 무게감에 걸맞은 ‘명품 브랜드’가 반려동물 제품 시장에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갈고 닦은 디자인 실력으로 개 집을, 개 목걸이를, 개 밥그릇을 만드는 업체 ‘하울팟’이 그 주인공이다. 


하울팟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반려동물들(사진제공=하울팟)


‘WE STAND FOR COMPANION ANIMAL’S DESIGN RIGHTS.’ 웹페이지에 게재된 하울팟의 소개글이다. 번역하면 ‘우리는 반려동물의 디자인권을 옹호한다’ 정도가 된다. ‘반려동물의 디자인권’이라니…이 무슨 엉뚱한 말장난인가 싶은데, 하울팟은 사회의 이런 고루한 인식을 사업의 모티브로 삼았다. 

“의류나 가전제품 등을 보면 최고라고 여기는 브랜드가 각자 있잖아요. 그런데 반려동물 제품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선호하는 브랜드를 곧바로 얘기하지 못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백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장에서 브랜드로 불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됐죠.” (임동률 실장 겸 공동 창업자) 


하울팟의 공동 창업자인 임동률(왼쪽)・안중근 실장


하울팟은 삼성전자 디자이너 출신인 임 실장(30)・안중근(31) 실장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업체. 홍익대 미대 동문으로 대학생 시절 각자 삼성전자 멤버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첫 인연을 맺은 둘은 이후 나란히 삼성전자에 입사, 약 3년을 같은 부서(비주얼 디스플레이부)에서 일했다. 

어느덧 많은 대화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됐고, 창업을 같이해도 될 만큼 관심거리가 비슷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지난해 5월 나란히 회사에 사표를 썼고, ‘공동대표’ 대신 ‘실장’이란 직함을 쓰는 창업 동지가 됐다. (잘 다니던 삼성전자 그만두고 개집을 만들게 된 두 남자의 창업 분투기는 다음 편에서 보다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저희는 (삼성전자에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했던 사람들인데요. 사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은 넘쳐나는 시대에요. 반면 반려동물 제품은 아니었죠. 다만 반려동물 제품이라고 아예 사람을 배제하고 디자인할 수는 없어요. 반려동물의 습성과 행동을 연구한 것들과 우리가 삼성전자에서 배운 부분들을 디자인에 함께 녹여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죠.”(임 실장) 


지난해 11월 반려동물 박람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하울팟의 제품은 반려견을 위한 침대 ‘하울리’(HOWLY)와 가죽 디자인 목걸이 ‘위아타이트.’(WE ARE TIGHT) 판매가가 각각 24만5,000원, 7만4,000원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최고급 소재를 활용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명품’ 반려 제품에 목말라 하는 펫족(PET 族)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초엔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며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한 유명 글로벌 디자인 사이트에서 제품 소개가 이뤄진 뒤부턴 해외를 통해서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엔 전체 매출액의 3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 부문을 담당할 사업 파트너로 미국 유학파 출신 친구(임준호 실장)를 새롭게 영입하기도 했다. 


하울팟에서 해외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임준호(가운데) 실장과 임동률(왼쪽)・안중근 실장이 최근 새로 개장한 한남동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하울팟은 자체 웹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신세계・갤러리아 백화점 및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일부 매장으로 오프라인 판매를 제한시키고 있다. 당장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국 애견숍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판매 라인을 늘리기 보다 고급 매장으로 입점을 제한시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울팟이 현재 제작·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반려동물을 위한 집과 침대, 가죽 목걸이, 사료 그릇 등 여섯 가지. 안중근 실장은 “만족하는 직장을 뿌리치고 나온 만큼 욕심이 정말 많은데 우선 당장은 제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울팟은 최근 갤러리로 쓸 수 있는 지하 공간이 딸린 새 매장을 서울 한남동에 마련했다. 세 명의 하울팟 멤버들은 이 매장을 단순히 반려동물 제품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반려동물과 그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4월에 청담동 전시장을 빌려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수록 관련 콘텐츠도 풍부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문화적인 측면도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한남동 매장도 제품 판매 외에도 갤러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미려고 합니다.” (임 실장)

지난 2012년 9,000억원 가량 됐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오는 2020년엔 약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사회의 심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면서 전체 가구의 18% 가량이 1,00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며 “반려동물 관련 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병온 ・백상진기자 on@bzup.kr 



반려동물 제품 시장에도 '명품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기업 하울팟이 더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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