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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시 Jul 02. 2016

"먹는 것엔 신경 쓰면서 왜 콘돔은 아무거나 쓰나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콘돔을 만드는 기업 ‘이브’

지난해 10월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이 ‘발암물질 소시지’ 뉴스로 뒤덮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다. 지구 전체가 ’햄과 소시지를 먹어도 되는가’에 대한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WHO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형마트의 가공육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대중이 먹거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식생활은 건강과 직결돼 있으며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시지와 같은 문제가 콘돔에서도 발견된다면?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먹는 것, 입는 것, 바르는 것 만큼 성생활 용품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 화장품 고를 때는 성분을 꼼꼼히 따지면서 모텔에 비치된 이름 모를 콘돔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처럼. 이 안타까운 현실을 바꿔보려 나선 콘돔 브랜드가 있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친환경 섹슈얼 헬스 케어 브랜드 ‘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친환경 섹슈얼 헬스 케어 브랜드 '이브'의 박진아(25) 공동대표


‘이브’는 성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이 만든 브랜드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인 박진아(25·사진)·성민현·김석중 공동 대표는 지난 2014년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콘돔 쇼핑몰을 열면서 성 생활 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콘돔 유통업을 시작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콘돔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었다.



콘돔 회사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잠시 ‘발암물질 소시지’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IARC가 ‘가공육이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밝힌 이유는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니트로사민’. IARC에서 강력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유해한 성분이다.  


이 ‘니트로사민’이 콘돔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사실 ‘콘돔’ 속의 발암물질에 대한 논의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1980년에 아일랜드 콘돔 공장의 공기 중에 니트로사민이 검출되면서 콘돔과 니트로사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지난 2010년엔 WHO와 유엔인구기금(UNFPA)이 콘돔의 니트로사민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 시민단체 RHTP(Reproductive Health Technologies Project)와 CEH(Center for Environmental Health)의 콘돔 백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시민단체에서 시중에 파는 콘돔을 모아 성분검출 조사를 했어요. 거기서 니트로사민이 대량 검출되니까 규제 청원 운동도 벌이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니트로사민이 없는 안전한 콘돔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했죠.”(박진아 공동대표)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콘돔의 탄생


지난해 2월 ’인스팅터스’라는 법인을 설립한 뒤 이들이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국내 콘돔 제조사들. 하지만 그곳에서 세 젊은이는 건강한 콘돔을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직감했다.


“한국에 있는 큰 제조사들은 다 찾아갔어요. 그런데 아예 니트로사민이 문제인 걸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들었어요. 그런 걸 신경 안 써도 어쨌든 팔린다 이거죠. 소비자들이 잘 모르니까.”



실제로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남성용 콘돔 절반 이상에서 니트로사민이 검출됐다. 니트로사민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제품의 검출량은 138ppb(1ppb=0.0000001%).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는 유아용 젖꼭지의 니트로사민 허용기준이 10ppb 이하임을 감안하면 13배가 넘는 수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기준은커녕 여론의 움직임 조차 없는 실정이다.


“콘돔은 생식기에 직접 들어가는 물건이잖아요. 법적으로 의료기기에 해당하기도 하고요. 유아용 젖꼭지의 경우처럼 대사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니까 투과율이 높아 더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규제를 안 하는 거죠. 콘돔이니까 (사람들이) 신경을 잘 안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청년들에게 불가능은 없는 법. 전세계를 헤맨 끝에 태국에서 연구·개발(R&D)이 가능한 라텍스 제조사를 찾아냈다. 그렇게 니트로사민 뿐 아니라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인공 방부제 ‘파라벤’ 을 비롯한 유해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건강한 콘돔’이 탄생했다.


니트로사민을 비롯한 유해화학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이브 콘돔


‘동물실험’ 안 하는 착한 콘돔


“콘돔 시장은 ‘콘돔’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지만 유리한 부분도 많아요. 아무나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업 영역이 아니니까요. 철학을 담기에도 굉장히 좋고요. 그런 부분에선 ‘황무지’나 다름 없거든요.”


이브 콘돔은 단순한 피임기구를 넘어 ‘세상 앞에 당당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세 젊은이의 철학이 담겨 있는 제품이다. “암컷 토끼의 질 안에 콘돔 조각을 넣고 5일 동안 실험한 뒤에 바로 죽여버린다던가 하는 잔인한 실험이 많아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죠.”



그래서 이브 콘돔은 국내 최초로 동물보호시민단체인 ‘PETA’와 ‘카라’로부터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콘돔의 원료가 되는 라텍스부터 포장 패키지까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써본 사람은 알아요. 엄지 척.”


이브 콘돔 판매를 시작한지 7개월. 이브의 젊은 CEO들은 자신들이 지키고 싶었던 콘돔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인스팅터스’는 월 매출 5,000만원의 탄탄한 기업이 됐고 시장의 반응도 좋다. 특이한 점은 구매자의 70%가 여성이라는 것. 다른 콘돔의 주 구매층이 30~40대 남성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게 큰 소비포인트가 아닐까 해요. 콘돔을 사용한 후에 가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여자들이 많잖아요. 그런 게 유해 화학물질과 무관하진 않을거라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리뷰를 보면 저희 콘돔을 쓰고 나서 통증이 사라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다만 콘돔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지 여부에 못지 않게 사용자의 ‘성감’이 중요하다. 피임 기능을 하면서 성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초박형’ 콘돔이 대세인 시대. 이브 콘돔은 어떨까.


“콘돔에서 성감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고 저희는 거기에 성분의 안전성까지 더한 거죠. 지금 시중에 초박형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콘돔들과 비교했을 때 이브 콘돔의 두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얇아요. 써본 사람은 다 알죠. (행동과 함께) 엄지 척.”


이브의 슬로건은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이다. “‘안전’하게 라는 말은 피임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안전한 성분’의 의미도 있거든요. 저희의 목표는 성에 관해서도 화장품이나 먹거리처럼 신경쓰는 건강한 시장을 만드는 거에요. 그래서 이브는 콘돔 제조 기업이 아니라 ’섹슈얼 헬스 케어’ 브랜드죠.”/ 김현주 기자

joo@bzup.kr




▼이브의 세 창업자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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