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실

by 이잎싹


밤마다 기도했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잊지 않고 기도했었다.

우리 할머니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 한날한시에 죽게 해 달라고. 할머니 없는 세상에 단 일분도 혼자 남겨두지 말라고.


할머니 돌아가신 지 수천일이 지났다.


장례식장에서는 넋을 놓고 울었다.

울다 지쳐 넋 잃은 스스로를 보다가 울 힘이 생기면 다시 울고, 넋을 놓은 표정이란 게 이런 걸까 생각하며 울었다.


초등학생일 적에 할머니를 위해 뭔가를 해드리고 싶어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할머니는 항상 옆으로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셨으니까 텔레비전을 제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얼마 뒤에 텔레비전은 아니지만 영화관 스크린에 나오는 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할머니는 영화가 뭔지 모르셨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자랑하셨다. 몇 개월 뒤에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셨고 간암 판정을 받으셨다.


그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나의 방황은 그분의 부재가 원인이다.

그분이 계실 때는 언제든 찾아가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안심과 작게나마 안도가 있었다. 지금은 쓸쓸한 추위가 나를 지배한다.

이제 곧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을 그분 없이 혼자 산 시간이 앞지르게 된다.


나는 기억력이 나쁜 편인데 할머니 얼굴은 뚜렷하고 할머니의 말랑말랑한 가슴 품도 생생하다.


어젯밤, 내가 길에서 데리고 온 어린 고양이의 상처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태어난 지 3개월쯤 된 아기 길냥이가 발을 다쳐 곪아있고 상태가 좋지 않길래 이대로 두면 곧 죽겠다 싶어 동물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돌봐주고 있었다. 고민 끝에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이름도 막 지어준 참이었다.


이제 상처가 예쁘게 아물고 강한 소독약 때문에 뽑혔던 털도 자라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모습에 다 나은 줄 알았다. 먹던 약도 끝나 예방접종도 할 수 있어서 일을 쉬는 날 예방접종하러 갈 계획이었는데 어젯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침만 해도 멀쩡했던 상처부위가 풍선껌처럼 부풀어있고 안에 피가 고여있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이미 퇴근하셔서 전화를 받지 않아 급히 24시 병원을 찾아 방문했다.


다른 동물에게 물린 상처는 감염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고 회복하는데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주사기로 상처부위에 고인 노란 고름을 뽑아내고 항생제와 항히스타민제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픈 발을 절뚝거리는 작고 위태로운 모습이 속상했다.

약을 더 먹이고 주사를 더 맞아야 했는데 치료를 끝낸게 문제였을까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을까..


그대로 어린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자다가 몇 번을 깨서 숨을 쉬는지, 살아있는지 확인했다.

스트레스받고, 주사 맞고 하는 그런 일들의 반복이 작고 약한 아이에게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니던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했다.

태어나 3개월 동안 치료만 한 달을 하는구나.


부풀어 오른 상처를 짜내니 곪아 죽어있던 피부가 벗겨지고 그대로 새끼손톱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파여서 빨갛게 보이는 피부에 세척과 소독을 하고서 부분마취를 하고 꿰매는데 많이 아프고 무서운가 보다. 어쩔 수 없이 전신마취를 약하게 하고 치료를 마무리했다.


곧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내 품에서 꼬물거린다.



왜일까, 나는 가끔 내 삶에 생명이 들어오면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내 품에 안겨 잠이 든 이 작은 생명이 잘 이겨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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