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혁 작사, 작곡 <초록해요> 고등학교 음악교과서 수록
나는 ‘예혁’이라는 활동명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신인 뮤지션이다. 예전에는 서울의 작은 환경단체에서 상근자로 활동했었다. 그러다가 음악인의 길을 걷고 싶어서 음표를 닮은 돌담이 가득한 제주로 이주한 지난 2021년부터 음원을 느릿느릿 발표하고 있다.
아직은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곡이 10곡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묘목인 나에게 올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25학년도부터 사용되는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내가 작사, 작곡한 <초록해요>라는 노래가 수록된 것이다. 박영사 출판 교과서의 <음악과 지구>라는 단원에 이 곡의 악보 16마디가 삽입되고, 학습활동으로 뮤직비디오 만들기가 제시되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흥얼거리며 악보를 그리는 ‘재야의 하수’인 나에게 서둘러 찾아온 영광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노래가 교과서에 담기게 된 원인은 기후위기에 있다. 지난 2021년,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 등은 ‘기후위기 극복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학교 기후·환경교육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 중의 하나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4~2026년부터 전 교과목에 생태전환교육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문제를 다룬 노래를 음악교과서에 삽입하고자 교과서 저자 분들이 찾아보다가 나의 서툰 작품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환경노래 ‘초록해요’의 탄생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나는 서울시NPO지원센터의 후원을 받아 환경을 주제로 하는 노래 창작워크숍을 주최하였다. 워크숍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작사, 작곡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이들이 환경노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음악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과연 짧은 학습만으로 작곡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워크숍 멤버들은 대부분 멋진 노래들을 창작해냈다. 이들의 초롱초롱하고 초록초록한 열정을 감탄하던 어느 날, 환경노래 발표 공연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차창 밖으로 겨울을 이기느라 앙상해진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언젠가 만발할 초록 이파리들을 상상하며 환경노래 <초록해요>를 지었다.
그리고 제주로 이주한 2021년, 제주에 사는 은둔고수인 보컬 강지연 님의 목소리로 <초록해요>를 녹음해 음원을 발표했다. 노래의 빠르기는 119bpm으로 설정했다. 지구가 불에 타고 있는 것 같은 기후재앙에 맞서자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화재진압을 상징하는 숫자를 넣었다.
노래가 발표된 이후, 느리지만 꾸준히 민들레홀씨처럼 곳곳으로 이 곡이 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지자체의 환경 행사에서 ‘초록해요’로 공연했다며 영상을 보내오신 분도 계셨고,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청소년 공모전에 입상했다는 소식을 전해준 분도 계셨고, 인천의 한 유치원에서는 원생들이 직접 이 노래를 부르고 가사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나는 제주에서도 환경노래창작워크숍을 올해 주최하기도 했다. 또, 음악 활동 이외에도, 커다란 환경교과서인 제주의 자연을 해설하며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초록길벗’이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런 활동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이 수여하는 <2025 제주그린어워드>에서 ‘그린 크리에이터상’을 지난 11월에 수상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이 아름답지 못한 세계에 침묵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후세가 ‘기후위기’를 역사교과서에서나 알 수 있는 옛일이 되게끔 초록의 걸음을 이어가려 한다.
* <초록해요>는 각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악보, 반주는 https://blog.naver.com/yehyuk_art/222678306658 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