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이 집으로 찾아왔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지금부터 8월 말까지는 칩거 생활(?)에 돌입합니다. 꼭 나가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바깥 활동을 삼가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죠. 집에서도 충분히 녹아내리고 있거든요.
사실 집순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도 재미있습니다만, 집에서 무엇을 할까 계속 고민했어요. 요즘 유행인 뜨개질을 해볼까? 뜨개구리를 한 마리 만들어볼까? 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전통공예 키트를 발견했어요. 무려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전통공예 키트를요.
충무로역 근처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요. 활 만들기, 한복 입어보기, 전통 매듭 만들기, 한지공예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죠. 뿐만 아니라, 도심 속 전통 가옥에서 피서를 즐기는 '남산골 바캉스'라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답니다.
전통공예의 경우 꼭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비누, 활, 한옥 만들기, 자개공예 등 다양한 키트 가운데 꽃방울 거울을 만드는 한지공예 키트를 선택했습니다.
키트에는 거울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가 모두 들어있어요. 심지어 적당량의 목공풀까지 소분되어 있기 때문에, 재료를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한지에 바를 풀을 만들기 위한 물 반 컵 정도가 전부예요.
설명서가 따로 들어있긴 하지만, 설명서를 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은 영상으로 확인하며 따라해 봐도 좋아요. 남산골 한옥마을 유튜브 채널로 들어가면 거울을 만드는 전 과정이 담긴 영상이 있거든요.
과정은 간단해요. 가루풀을 물에 풀어준 후 문양 천을 거울 틀에 맞게 잘라주고, 한지에 풀을 발라 틀에 붙이면 되죠. 문양 천이 들어갈 거울 뒷부분은 따로 목공풀로 붙여주고, 전체적으로 풀을 두세 번 발라 견고하게 마무리한 뒤 거울과 술을 달아 주면 끝. 정말 쉬워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거울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솔로 풀을 고르게 발라준 한지를 전부 손으로 붙이고, 찢어 가며 모양을 잡았죠. 한지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서 느껴져 신기했어요. 힘들이지 않아도 잘 찢어지고, 잘 붙어서 모양을 내기도 매우 쉬웠고요.
열중해서 풀을 바르고, 한지를 찢고, 붙인 곳을 다듬다 보면 손에 이렇게 물이 들어요. 앞뒷면에 모두 풀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책상도 금세 더러워집니다. 신문지나 이면지를 깔고 그 위에서 만드는 것을 추천해요.
빨리 완성하려는 마음가짐은 금물.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좋아요. 저는 뚝딱 만들고 싶어 천 위에 풀을 급히 발랐는데, 완전히 말린 뒤 바르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풀이 하얗게 뭉치면서 딱딱하게 변해 버리는 거 있죠. 결국 두어 시간 동안 천천히 말린 뒤 다시 풀을 발랐어요.
술과 거울을 붙이고 나면, 나만의 한지 거울이 완성돼요. 키트와 함께 배송된 작은 주머니에 넣으면 보관도 쉽고, 선물하기에도 좋아요.
쉽고 재미있게, 집에서(중요) 즐길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 한지공예. 세밀하게 신경써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아 어린이들이 만들기에도 어렵지 않답니다. 난이도는 쉽지만, 결과물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예뻐요.
더운 여름 실내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또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공예 키트로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어 보세요.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