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엽서 가게 <포셋>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게, 이제 정말 연말이 온 것 같아요. 달력을 보니 벌써 12월 15일.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간단한 선물이나 따스한 마음이 담긴 엽서를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 아직 엽서를 고르지 못했어도 괜찮아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엽서 가게를 한 곳 소개해 볼까 하거든요. 엽서로 가득 채워진 '엽서 도서관', 연희동 <포셋>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연희동 자치회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연희빌딩이 보여요. '이곳에 엽서 가게가 있을 리 없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면 따스한 오렌지빛 불이 켜진 입간판이 보일 거예요.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엽서 가게 포셋입니다.
이곳에는 약 3,200여 종의 엽서가 전시되어 있어요. 마치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공간에 엽서가 진열되어 있답니다. 크기도 디자인도 다른 여러가지 엽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여기에는 어떤 말을 적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엽서를 고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오래 전에 외국 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엽서북을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 낱장으로 되어 있지 않고, 책 형태로 되어 있어 한 장씩 뜯어 사용할 수 있는 형태였죠. 엽서에 인쇄된 사진이 너무 예뻐 실제로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몇 장 뜯어서 메모꽂이에 고이 꽂아 뒀었어요. 책상에 앉아 엽서를 볼 때마다 그 친구 생각이 나더라고요. 포셋에서는 멋진 엽서북들도 만나볼 수 있어요. 좀 더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엽서북도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마치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분류해 둔 것처럼, 포셋에서는 엽서를 만든 브랜드나 작가명을 옆에 써 두었어요. 마음에 드는 엽서를 발견했다면, 창작자를 인스타그램이나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볼 수 있죠. 저도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몇 개 발견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했답니다.
엽서를 골랐다면, 이제 필기구 차례죠. 포셋에서는 연필, 연필깎이, 연필 깍지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연필을 좋아한다면 모를 수 없는 블랙윙,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리라와 같은 브랜드 연필이 준비돼 있습니다. 샤프 펜슬과 펜도 있고요. 이곳에서 산 연필로, 이곳에서 고른 엽서에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손수 고른 엽서와 연필로 편지를 쓰고 싶다면, 가게 한켠에 마련된 책상을 이용하면 돼요. 블라인드가 내려진 너른 창 앞, 조명을 밝힌 작은 책상들··· 오늘처럼 눈 오는 날과 참 잘 어울리는 공간이죠. 창밖을 바라보며 글을 써도 되고, 블라인드를 내려 온전히 편지 쓰기에 집중해 보아도 좋아요. 저도 의자에 앉아 몇 글자 적어 보았는데, 평소라면 부끄러워 표현하지 못했을 감정들이 펜을 타고 흘러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 공간에 잠시 머무르며 엽서에 담을 말을 골라 봐도 좋을 듯해요.
책상이 있는 공간 맞은편에는 작은 캐비닛들이 설치돼 있어요. 소중한 기억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기록 보관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죠. 편지, 일기장, 사진 등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을 이곳에 보관할 수 있대요. 이 보관함을 보는 순간, 어릴 적 친구들과 교환 일기를 썼던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친구나 애인과 한 캐비닛을 함께 이용한다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날로그 방식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그 감성이 있잖아요. 순수한 설렘과 떨림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느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어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거나 올해가 가기 전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면, 엽서를 써 보세요. 부드럽고 예쁜 마음들이 꾹꾹 눌러쓴 글씨에 담겨 전해질 거예요. 엽서를 고르지 못한 분은, 오늘 소개한 포셋에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모두 따뜻하고 다정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