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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Jun 19. 2023

교육과정 내에서 수능 출제하는 거 찬성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뉴스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거였다.


'아니 그럼 그동안은 교육과정 밖에서도 냈었다는 말이야...????


세상에...


... 당연히 교육과정 내에서 내야 하는 거 아니야??'



뉴스에서는 국어 비문학 킬러 문제(일부러 어렵게 내서 변별력을 높이는 문제)를 예시로 들면서 현재 수능에서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들이 범람하고 있고, 이는 곧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수능을 보던 2011년도의 언어 비문학 문제가 생각난다.


그 유명한 <그레고리력> 문제가 나온 해였다.... 망할 그레고리력...




이 그레고리력 문제를 보자마자 느꼈던 공포감이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아니 대체 이게 뭔 말이야..?'


문제를 보자마자 눌려있던 긴장감이 폭발해서 손이 벌벌 떨렸다.

흔들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가까스로 문제를 풀었다.


당황스러움이 겹쳐서일까. 결국 그레고리력 문제를 몇 개 틀려버렸다.


역대 최다인원인 무려 71만 명이 봤던 수능..


게다가 문과였기에 언어에서 그레고리력 문제를 틀리자마자 크리티컬 한 대미지를 입었다.


언어에서 삐끗하니까 수학과 영어에서 각각 96점, 100점을 받았음에도 서울대를 지원할 수 없었다.


고교 3년간 정말 간절하게 서울대를 원했기에 그때 느꼈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범생이 중에 상범생이였던 내가 그날 밤 머리 전체를 빨간색으로 염색해 버렸으니 말이다...


내 딴엔 강렬하게 바랐던 것이 무너진 것에 대한 좌절감과 비통함을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여서라도 해소하려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비문학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 남은 채로 10년이 지났다.


어느 날 폰을 보다가 <극한 직업 국어강사>라는 제목의 유머글을 봤다.


국어 강사들이 비문학을 가르치면서 별의별 배경지식을 다 설명하고 있다는 글이었다.

 




저 칠판을 보면 누가 이게 국어 시간이라고 생각할까?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약과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약과가 인기 많아지니

약과 스무디,

약과 라테,

약과 아이스크림,

약과 까눌레,

약과 휘낭시에,

약과 마카롱,

약과 케이크,

약과 빙수,

약과 쿠키까지 만드는...


too much의 느낌...


Back to basic.

이제 기본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튜닝의 끝은 순정인 것처럼,

수능도 다시 기본 중의 기본인 교육과정 안으로 돌아올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보니 어떤 사람들은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내면 수능 변별력이 사라진다며 반대한다고 했다.


흠..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변별력 있게 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연구가 아닐까?


어려운 소재를 찾아 어렵게 문제를 내는 건 어떻게 보면 쉽다.

무조건 어려운 소재를 찾기만 하면 자동으로 문제는 어려워지니까 말이다.


오히려 단순 로직이다. (어려운 소재 => 어려운 문제)


공교육의 근본 커리큘럼인 교육과정 내에서 변별력 있게 문제를 가공해 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과정 연구이자 교육의 발전으로 가는 정도正道가 아닐까 싶다.  


난 현재 공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학생 때에도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던 사람이다.

(학원은 초등학생 때 수학 학원 한 달 다닌 게 전부이다. 고등학생 때는 수학 과외를 한 4개월 했었고...)


외고 입학 하자마자 애들이 서로 신이 나서 묻던 질문.


"너 어디 학원 출신이야?"


그 학원 카르텔에 난 끼지 못했다.


내게는 학원 인맥도 없었고, 학원마다 나름의 스타일과 문화(?)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수능 출제 기조가 긍정적으로 발현되어 사교육에 절여진 아이들보다 공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애들한테 수혜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교육이 더욱 내실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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