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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Jun 27. 2023

말랑말랑한 아이들이 걱정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정말 사소한 것도 물어본다.


아직 머리가 말랑말랑해서인지 기존 스스로 정해놓은 개념 같은 게 거의 없다.


뭐든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신 스펀지처럼 정보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첫 입력을 잘해주는 게 중요하다.


오늘 아이들과 부모님께 감사편지 쓰기 활동을 했다.


난 그냥 "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써봅시다"라고했는데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와서 질문을 했다.


A : "생님~ 모님 대신 엄마, 아빠라고 써도 돼요?"

-응 당연하지~!


B : "부모님 대신 엄마한테만 써도 되나요?"

-응 당연하지~!


C : "아빠한테만 써도 될까요?"

-응 당연하지~!


D : "부모님이라고 쓴 다음에 괄호하고 (아빠, 엄마)라고 써도 되나요?"

-응 당연하지~!


생각보다 정말 정말 x999 작디작은 부분까지 물어보는 게 바로 아이들이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이런 식의 디테일을 잡아달라는 질문을 받 편이다.


그럴수록 아이들이 얼마나 하얀 도화지 지 절실히 깨닫 있다. 


아직 머릿속에 그어놓은 선이나 룰이 없는 아이들..


그래서 더더욱 입력되는 정보들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받아들이고 또 배우고 익힌다.


그런 아이들에게 첫 '입력'을 해주는 어른들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했는지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얼마  킬러문항 삭제를 통해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더욱 내실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지침에 찬성한다는 글을 썼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댓글로 공교육이 더 살아나길 바란다고 해주셔서 기뻤다.


글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다.


들뜬 마음에 초등교사 커뮤니티중 제일 큰 곳에도 그 글을 올렸다.


같은 교사분들과도 생각을 나누고 싶었고 혹시 반대 의견이 있더라도 건강한 대화의 형식이라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처음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땐 감사하게도 많은 교사분들이 응원의 댓을 남겨주다.


다들 하나의 뜻이었다.


"공교육이 더욱 살아나길"


그뿐이었다.


그런데 한 교사분이 갑자기 댓글에서 대통령욕을 하셨다.


뜬금없이..


당황스러웠다.


글이 순식간에 정치 논란글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분이 대통령 욕하는 댓글을 달자마자 밑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사분들이 몰려와서 정부와 정책을 동시에 욕하기 시작했다...(제발 이러지 마세요)


진짜 이러려고 글을 올린 게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샘은 본인이 2011년도 수능 언어 100점 맞은 사람인데 킬러문항 틀린 건 그냥 공부를 못해서 그런 거라고 하면서 이 정책에 찬성하는 건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고 했다......;


공교육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원글의 취지에서 벗어난 명백한 인신공격성 발언이었다.


휴우.....


갑자기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분들이 몰려오는 걸 보니 너무 무서워서 글을 삭제해 버렸다.


쿵쿵....

심장이 벌렁벌렁한 그 순간에 웃기게도 아이들이 생각났다.


참으로 말랑말랑한 시기의 아이들...


이런 작은 글에도 몰려와 거침없이 정치색을 드러내는 분들인데 저런 분들이 교실에서 아이들한테 자신의 가치관을 녹여내려 하진 않을지 너무 걱정이 됐다.


나야 글을 삭제하고 안 보면 그만이지만 매일매일 어디선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그 샘들의 교실이 걱정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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