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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토 Nov 06. 2024

가을의 수에게.

작은 하루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울긋불긋 해지는 가을의 나뭇잎만 봐도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니? 나는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빛이던 잎들이 서서히 색깔을 바꾸고 있어. 그걸 매일마다 눈에 담는 걸 좋아해. 노란빛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붉은빛들은 어느 자리에 모여 있는지, 어제보다 얼마나 더 물들었는지.


작고 하찮은 것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면 크나큰 사랑을 느껴. 메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이나, 산 위에 떨어진 도토리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런 것들을 보면 세상이 아직 멈추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돼. 내가 같은 일들을 반복하다가 지쳐 멍을 때리는 동안에도 수많은 것들이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을 느껴.


너도 그런 기분을 느낀 적 있니?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는 동안 내리쬐는 햇살이, 생명력을 내뿜는 잎들이, 무질서하게 자라나는 식물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주체할 수 없이 행복한 기분을. 네가 말했지,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우리가 함께 걷던 시간에 너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느끼는 행복을 너도 가치 있게 바라봐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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