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민수가 쉼터 형들을 따라 우르르 나가는 일이 있었다. 나는 어디에 목적지를 궁금해 했고 물었다. 그리고 민수의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아. 저요? 담배 피러 가요. 형도 피세요?" 당시 민수의 나이는 18살. 아직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다. 조금 당황한 나를 향해 웃은 건 태현이었다. "여기서는 선생님들도 묵인해줘." 이 새롭고도 충격적인 사실은 청소년은 흡연을 해서는 안 되는 내 가치관을 박살냈다. 어떠한 연유로 쉼터에서 담배가 허용되는 것일까. 여태껏 미성년자의 흡연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는 내 가치관을 박살내기 충분한 대화였다.
담배는 특히나 청소년에게 더욱 해롭다는 건 상식이다. 기본적으로 흡연은 신체 곳곳에 암을 유발하고,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호흡기계 질환을 야기한다. 또한 흡연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와 짜증을 유발한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두뇌가 개발되는 시기라서 흡연 물질은 유해하다. 게다가 남자들의 두뇌는 일찍이 두뇌가 완성해지는 여성들과 다르게 20세-25세에 완성되는 만큼 지나치게 이른 흡연은 두뇌 발달에 치명적일 수 있다. 사실 이런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미성년자가 흡연을 하는 건 치명적이라는 건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청소년 쉼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 중에서 흡연자는 적지 않았다. 물론 내가 거주해던 청소년 쉼터가 남자 단기 청소년 쉼터이다 보니 그런 경우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성 청소년 쉼터는 어떤지 모르겠다. 1)하지만 보다 깊숙히 자료를 찾다보면, 학교 밖 청소년의 현재 흡연률은 19.3%, 현재 음주율은 21.2%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21년도에 비래 각각 8.8%, 7.5% 감소한 수치이지만 일반 청소년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높은 수치이다.
법적인 청소년의 지위가 9세부터 24세까지로 폭넓은 만큼 담배를 펴도 되는 나이와 안 되는 나이가 있다. 물론 소위 우리가 성인으로 인식하는 20살부터 24살까지는 담배를 펴도 문제가 없다. 성인이고 엄연히 흡연권이라는 권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19살 이하의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담배를 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청소년 쉼터에서는 지켜지기 힘든 일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9살짜리가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는 아니다. 청소년 쉼터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는 엄연히 담배를 피우는 것을 눈에 불을 켜고 잡는다. 그러나 17살부터 19살까지는 고등학생들은 암암리에 담배를 피우는 것을 눈감아 준다(허용해 주는 것이 아닌 눈을 감아주는 것이다. 걸리면 한 소리 듣는 건 당연하다).
솔직히 청소년 쉼터에 있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불량한 감이 없잖아 있다. 아무래도 비행 청소년의 속성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만약 이들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면 이 아이들은 청소년 쉼터에서 견디지 못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해체 가정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쉼터가 지나친 규율로 청소년들이 거주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면 본말전도의 일이니까 말이다. 아이들이 쉼터가 아닌 밖으로 나간다면 거리를 떠돌거나 가출팸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범죄의 손길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담배만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 것이다. 당연히 술이나 폭력 같은 건 쉼터에서 즉시 퇴소다(성인들은 마실 수 있다. 단, 쉼터 내부에서의 취식은 불가능했고, 오로지 외부에서 먹고 들어오는 것만 아주 간신히 가끔 허락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소위 ‘담배 타임’이라는 것 때문에 나이가 찬 쉼터생들이 담배를 배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가기 마련이고, 그들끼리 쉼터에서의 말 못 한 고충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그들끼리 더욱 친해지게 되고, 형들과 친해지고 싶은 동생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배우게 되는 식이다. 안타깝게도 이건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 회사나 군대만 하더라도 소외되기가 싫어 담배를 배우는 사람이 있을진데, 쉼터는 오죽하겠나.
그래서 내가 머물렀던 쉼터는 한 번에 담배를 피우러 가는 사람의 인원수를 제한해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대한 억제하려 들었다. 솔직히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게 당연할 거다. 물론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쉼터에서 쉼터생들의 흡연을 손 놓고만 있다는 건 아니다. 청소년 쉼터에는 정기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실시하는데, 보건소에서 진료인들이 방문하여 청소년기의 흡연이 얼마나 나쁜지를 설파하며 금연을 이뤄낸 쉼터생에게는 소소한 선물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선물이란 것이 오만 원이 넘는 문화상품권이라 쉼터생들 중에서는 이 사은품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나도 담배를 피지는 않았지만, 담배를 폈다가 끊었다고 거짓말을 하려다가 말았던 적이 있었다. 옆에서 친구가 우스갯 소리로 돈독이 올랐다고도 했다.
청소년 쉼터에서의 흡연에 대해서 말하면서 우리가 이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청소년기에 해로운 흡연을 접할 일이 있었을까. 조금 씁쓸한 마음이다.
1)흡연·음주·마약까지 손대는 학교 밖 청소년..10명 중 1명 '은둔'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