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다, 마음이 무너졌다

by 백반증CEO 박충국

– 스팟맨의 추석 연휴 이야기

추석 연휴, 다들 잘 보내셨나요?


이번 연휴는 유난히 길었습니다.
한글날과 주말까지 이어져 거의 7일을 쉬었으니까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중국 ‘중경(총칭)’**이라는 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수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깎아지른 산세 사이로 솟은 수많은 빌딩 숲은 참 신기했어요.
그 풍경만큼이나 이번 여행은 제게 조용한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세면대 물을 틀고, 자동으로 나오는 거품 비누를 손에 받았죠.
그때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거울 속 제 손이 보였습니다.

하얗게, 반쯤 장갑을 낀 듯한 손.
그 순간, 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평소엔 제 백반증 손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낯선 공간의 밝은 조명 아래,
페인트를 반쯤 담갔다 꺼낸 것 같은 그 손을 보니
순간적으로 숨고 싶어졌어요.

손을 급히 닦고,
밖에서 기다리던 아내에게 가는 동안
제 손은 이미 주머니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된 듯이요.


그날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제 마음의 무너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스팟맨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하며
“자신감을 회복하자”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자”
라고 말하는 저조차도
이렇게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거울 속의 뾰루지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는 게 사람인데,
하얀 얼룩으로 남은 피부를 마주할 땐
그 마음이 더 깊어집니다.


저는 사실 **‘극복’**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백반증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함께 살아가야 할 나의 일부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부끄러움, 짜증, 서운함도
모두 제 안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게 진짜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나요?
그냥 사라지고 싶었던,
숨고만 싶었던 그날의 기억.

괜찮아요.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조차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백반증커뮤니티 백반증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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