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모를 멍든 다리에
뜨신 물을 끼얹었다
바라바락 게워내는 샤워기를 내려다보다
또다시 멍이 든 이유에 골몰하다
벌게진 다리를 매만졌다
얼룩진 붉은 살이 뜨끈했다
고개를 쳐들어
거울 속 희미한 실루엣에 시선을 옮겼다
다리를 익히던 샤워기로 거울을 녹였다
세수를 했던가
퉁퉁 불은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번들번들한 기름의 감촉을 느꼈다
세수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거울을 녹인 샤워기를 얼굴에 댔다
아이 뜨거
거울에 반사된
찌푸린 벌건 낯짝이 영 께름칙했다
다시 거울을 꽁꽁 얼려야 했다
벌건 다리에 김이 펄펄 나는 물을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