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나를 미워하는 나도 사랑하고 수시로 자책하는 나도 사랑한다. 염려하는 마음도 사랑하고 걱정스러운 불안조차 사랑한다. 나는 종종 나를 비하하지만, 그 뿌리에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게 박혀있다. 나를 속단하려 드는 사람들과 종종 한자리에 마주 앉는다. 이야기가 채 끝을 맺지 못했는데, 알겠다는 듯 말을 자르고 다 파악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당신은 왜 자꾸만 나를 속단하려 드는지, 왜 나를 한 프레임에 가두고 쉬이 판단하는지. 그것이 내게 상처가 된다고 말하고 싶은데 바보같이 입을 열지 못했다.
2.
말은 꼭 무언가를 거쳐야만 변질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밥상을 앞에 두고 맨투맨으로 대화해도 그 짧은 사이에 내 의도와 달리 해석되기도 했다. 오십 센티 거리에서 고심하여 뱉어낸 문장이 공기에 닿자마자 쉬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모래알 같은 쌀알들을 씹어 삼키며 깨달았다.
3.
나는 무언가 좋으면 그것을 4~5개씩 산다. 4~5개씩이나 사지만 그것이 온전히 좋지는 않다. 그다지 좋지 않거나, 대체로 좋거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좋은데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지 못한다. 내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좋은 사람, 이거면 충분한 사람, 이래도 저래도 사랑스러운 사람. 없어 나는.
아이유의 일기로 어지러운 머리를 정돈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일도 있는 거다. 그런 관계도 있는 거다. 그런 마음도 있는 거다. ‘
그런 판단도 있고, 그런 시선도 있고, 그런 대화도 있고, 그런 인사법도 있는 거다.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짊어진 무게추를 한 짐 한 짐 내려놓아야지. 마음을 비워야 들어오는 말들을 품을 수 있지.